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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복지부, 제발 복지부동 하기를"

시론 "복지부, 제발 복지부동 하기를"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3.0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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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창(대한개원의협의회 정책이사)

보건복지부에서 경증질환 진료시 본인부담금을 정률제로 전환하겠다고 한다. 대신 외래진료비 부담이 경감되는 희귀난치질환군을 추가 선정하고, 화상치료 및 전문재활치료의 수가를 상향조정해 이 분야의 의료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복지부의 계획이다.

한마디로 절감이 예상 되는 비용을 이용해 중증질환자의 진료비 본인부담금을 경감시키겠다는 발상이다.

복지부는 원래 건강보험의 외래 진료에 대한 본인부담금제도는 정률제가 원칙이지만 경증환자의 외래이용을 막아 보자는 의도에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1986년 정액제 실시 당시 본인부담금이 47.1%이었으나 2005년에는 정률제(30%)를 밑도는 21.3%에 불과해 외래이용이 증가, 총 진료비의 42.6%를 차지하게 돼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본인부담금 할인제도'로 의미가 퇴색되었다고 설명한다.

물론 중증환자에 대한 진료비 경감이라는 명제는 환영할만하나 재정확보방안을 보면 정말 목불인견이다.

2007년도 건강보험 재정지출 효율화방안을 들여다 보면 보험약제비 적정관리 대책으로 포지티브 리스트제도를 들먹거리고 있으며 수가 및 급여기준 조정, 진료비 지불체계 다양화 및 단계적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진료비 지불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공립의료기관에 대한 포괄수가제 도입, 행위별수가 대신 정액 수가체계를 도입하겠다며 DRG 수가체계 개발단을 올 상반기 중에 설치하겠다고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용어의 정의조차 불분명한 부당·허위청구를 근절하겠다면서 그 재정 절감 효과가 2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경증질환 본인부담금 인상은 의료계와 국민 모두가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노동계는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제한해 국민건강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우를 범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경증질환의 정의를 어떻게 내린 것인지는 몰라도 본인부담금 인상으로 인해 제 때에 치료를 못 받고 병세를 악화시켜 오히려 재정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2월 2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최한 공청회에서 민주노총 대표로 참석한 토론자는 "중증질환의 보장성 강화가 건강보험의 최종목표인양 간주하고, 이를 위해서는 경증질환자의 자발적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여기서 짚어보고 넘어갈 문제는 1977년 의료보험을 강행할 당시 정부는 의료기관의 문턱이 너무 높아 제때에 치료받지 못하고 병을 키워서 노동력의 상실을 초래한다고 주장했었다는 점이다. 당시 정부는 급성맹장염 환자가 돈이 없어서 수술을 못 받는 아주 극한 상황을 영화의 한 장면으로 연출까지 하며 국민을 설득시켰다. 전국민 의료보험 실시 때는 높은 의료기관의 문턱을 낮춘다는 명분을 내세우다 약사들의 항의를 받아들여 약국 보험 제도를 도입하는 그야말로 웃지 못 할 상황도 있었다.  

그러나 20년도 채 안된 지금에 와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 악화를 국민의 도덕 불감증에 책임을 지우며 경증질환 본인부담금을 올리겠다고 하니 한치 앞도 못 내다보는 보건의료정책에 안타까운 감정이 들다 못해 측은하기까지 하다.  

정부는 건강보험 도입 당시와 마찬가지로 경증질환 본인부담금 인상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비켜가기 위해 희귀난치 질환의 외래부담금의 경감, 화상 환자나 전문재활 치료 활성화, 아동에 대한 건강투자확대, 영·유아 건강검진 확대, 산모 산전 진찰 급여, 거기에다 보건 의료 고용창출, 중환자실 지원 등 온갖 감언이설로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

그러나 국민이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본인부담금 인상으로 1차 의료기관인 의원의 문턱을 높여 건강보험의 기본정신인 효율성과 접근 용이성이 크게 훼손된다는 점이다.

본인부담금이 인상되면 저소득층은 웬만한 병을 참고 버틸 것이다. 복지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의료급여 본인부담제에 대해 시민단체가 일제히 들고 일어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경질환 본인부담금을 인상하면 환자들은 의원에 가는 대신 약국을 찾게 될 것이다. 이는 약국의 불법진료를 조장하게 될 우려가 크다. 또 한의원의 이용 빈도가 증가해 재정 손실을 초래 할 수 있고, 중산층 이상의 환자는 대형병원 이용의 가능성이 높아 병원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또 대형화·도시화된 보건소 등으로 환자가 분산돼 1차 의료기관의 도산은 명약관화하고 이로 인하여 의료전달체계는 완전붕괴될 것이다.

그야말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로인해 치러야할 사회경제적 손실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회복 불능사태로까지 몰고 갈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국민의 개개인의 건강을 국가가 전부 책임져야 한다는 구태의연한 발상은 접어두기 바란다. 또 국가가 책임진다는 명목 하에 의료는 공공재임을 주장하면서 그 무게를 의료인으로 하여금 지게하지 말고 국민을 위하는 것이 무엇이며 진정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심사숙고하길 충고한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제발 복지부동이라도 좋으니 차라리 뒷짐 지고 아무 일도 하지 말길 바란다. 아무 일도 안하면 아무 해도 입히지 않으니 그것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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