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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30년…이젠 '틀'이다

건강보험 30년…이젠 '틀'이다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2.2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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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충헌 (KBS 의학전문기자)

의료법 전면 개정안을 놓고 의료계와 정부의 힘겨루기가 거세다. 사실 취재 기자 입장에서 볼 때 의료법 개정안이 의사들이 주장하는 만큼 의사들의 자율성을 막고, 의료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악법인지는 의문이 든다. 물론, 간호진단처럼 의사의 영역을 침해할 수 있는 일부 조항과 표준진료지침 제정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의료계가 요구해왔던 규제완화 부분들이 많이 반영돼 있고, 의료소비자의 권익 강화라는 측면도 강화돼 있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대다수 개업의들을 중심으로 한 일반 의사들의 정서는 상상했던 것보다 부정적이다. 정부가 하는 일이니까 무조건 싫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필자는 이런 의사들의 반발이 의료법 개정안만을 가지고 터져 나온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울고 싶은데 뺨 한대 맞은 격으로 그동안 쌓여 있던 정부에 대한 불만들이 녹아 있는 것이다.

올해는 건강보험이 도입된 지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1977년 정부 주도로 도입된 의료보험은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을 만큼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지난 1989년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의료보험이 실시됐고, 이런 건강보험 덕분에 우리 국민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싼 값으로 양질의 의료를 공급받고 있다. 비록 보장성이 약해 진료비 할인제도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가장 적은 재원으로 원할 때면 언제나 진료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우리 건강보험은 그 효율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건강보험이 시행되면서 병원 산업을 비롯한 의료계도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구매층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7~80년대 병원들도 폭발적인 발전을 이룩한 것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우선 애초에 보험료율이 낮게 책정되다보니 우리 국민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부지불식중에 갖게 됐다. 의료에 관한한 '사회주의적' 정서가 강하게 뿌리 내리게 된 것이다. 최근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의료비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건강보험은 점차 재정위기에 빠지고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보험료를 올리자는 말을 쉽게 하지 못한다. 바로 국민들에게 심어져 있는 '의료 사회주의' 정서 때문이다.

정부는 계속 의료 수가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의료비 증가를 막고 있다. 실제로 1977년을 100으로 했을 때 2002년 임금 지수는 2436인데 비해 의료 수가 지수는 719에 불과하다. 의료계는 그동안 시장의 팽창에 따른 환자 수 증가와 비급여 부분 확대를 통해 소득을 보전해 왔다. 하지만 이젠 그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계속 의사들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의료제도의 틀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갈등의 근원에는 의료공급의 90% 이상을 민간이 제공하면서 건강보험이라는 도구로 이 민간자본을 통제하고 있는 의료제도에 있다. 민간자본으로 구성된 의료 공급자에게 공공성과 형평성을 책임지라는 모순이 발견되는 대목이다. 때문에 갈등은 불가피하다. '하면서 배우기'는 우리 의료제도의 발전 과정을 한마디로 규정지울 수 있는 말이다. 일단 해 놓고 문제가 생기면 땜질식으로 고쳐나가면서 의료의 틀을 유지시켜 나갔던 것이다. 하지만 의료비 급증과 국민들의 다원화된 의료서비스 욕구 등 의료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더욱이 의료의 가장 주체인 의사들의 불만이 심상치 않다. 끊임없는 통제 속에 몸서리를 쳐 온 의사들의 불만은 이제 언제 파국을 향해 터져 나올지 모를 일이다.

도입된 이래로 한 번도 그 틀이 바뀌지 않은 건강보험 제도, 급변하는 환경 속에 그 근본적인 처방은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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