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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노인장기요양보험, 출발전 부터 불안

시론 노인장기요양보험, 출발전 부터 불안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2.2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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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유(노인의료연구회 회장)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에 이어, 제 5의 사회보험으로 일컬어지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안이 국회통과를 앞두고 있다.

사회의 고령화, 핵가족화,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로 장기 요양을 필요로 하는 노인을 가정에서 수발하는 것에 한계가 생기고, 고비용의 부양부담으로 가정이 붕괴할 가능성마저 높아지면서 노후의 건강증진과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되는 것이다.

국회의 법안 심의 과정에서 제도의 명칭이 갑자기 '수발'에서 요양에서 바뀌고, 요양보험 대상자 판정 기준 등 중요한 내용도 바뀌는 등 불안한 과정을 거쳐 왔다.

아직도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충분히 통합되지 못한 상태이고, 경제계와 일부 시민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요양보험비를 직접 부담하게 될 각 주체의 국민적 합의가 완전히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어려워 앞으로 제도의 정착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입장에서는 이 제도가 노인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점이 제일 중요한 관심의 대상일 것이다.

특히 이 법의 주 대상자가 노인들이고, 대다수의 노인들은 건강의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료적인 측면에서의 고려가 중요한 것이다.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인 만큼 의료와 복지를 통합해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록 명칭은 수발에서 요양으로 바뀌었으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보조의 개념이 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국민의 우려가 높다.

이번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우선 장기요양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하다.

그런데 의사소견서 제출 의무에 예외 조항이 있다.

거동이 현저하게 불편하거나 도서·벽지 지역에 거주해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어려운 노인 등은 소견서를 제출하지 않고도 장기요양을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이처럼 의사의 일차진료를 거치지 않은 노인들은 노인성 질환의 치료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는 점이다.

의사소견서 제출 규정을 둔 이유는 노인들에게 의학적 치료가 먼저인지 수발만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둘다 요구되는 것인지를 판명토록 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예외규정을 두어서는 안되며 대신 거동이 불편하거나 도서·벽지 거주자를 위해 의사가 왕진할 수 있도록 별도의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법안은 또 장기요양급여의 종류를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고 있다. 이 중 '의료'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방문간호이다.

장기요양기관 소속의 간호사 등 장기요양요원이 의사, 한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시서에 따라 노인 가정을 방문해 간호, 진료의 보조, 요양에 관한 상담, 구강위생 등을 제공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 이같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심사하는 '등급판정위원회'의 구성 요건에 의료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터무니 없이 적은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등급판정위원회의 설치를 규정한 제52조를 보면 위원장 1인 포함 15인으로 구성되는 위원회에 의사는 단 1명만 들어가도록 돼 있다.

그나마 의사 대신 한의사를 포함시킬 수 있도록 명시해 최악의 경우 의사 없이 의료적 성격의 급여 제공 여부를 판정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방문간호를 제공하는 재가장기요양기관의 설치 조항도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없다.

법안은 의료기관이 아닌 자가 설치·운영하는 재가장기요양기관이 방문간호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간호사를 방문간호의 관리책임자로 두도록 규정했다.

방문간호는 의료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의사의 지도·감독없이 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결국 장기요양 신청에서 부터 등급판정, 방문간호에 이르기까지 의료의 전문가인 의사의 역할은 너무도 형편없이 배제돼 있는 셈이다.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이같은 문제점을 국회에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정부와 국회 모두 진정 국민이 원하는 노후 복지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지 않은 결과라고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안이 높아진 국민들의 노인복지 욕구를 충족시키고, 적절한 비용으로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에 회의감이 앞선다.

특히 오랜 시간 노인과 보호자들을 접해온 의료 전문가들의 실제적인 경험과 지식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선진국이 되고 복지사회가 되면 사회적 약자인 노인에 대한 복지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수발보험은 필요하다.

하지만 불완전한 제도로 사회적 혼란과 손실을 일으켜, 실시가 연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금 늦더라도 완벽히 준비해서 올바르게 시행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를 전담할 전문기관을 설립하고, 임상전문가와 각 분야의 전문가를 참여시켜 철저한 연구를 통해 검정된 제도를 만드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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