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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8 19:59 (일)
인턴 미달 사태...이유 있었네!

인턴 미달 사태...이유 있었네!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7.02.22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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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국시응시생 3735명에 인턴정원은 3811명
전공의·전문의 수급조절권, 의료계 방치

▲ 해마다 되풀이되는 인턴모집 미달 사태는 국시 응시생보다 많이 책정된 인턴 모집에 이유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응시생 보다 많은 인턴 정원, 미달사태 필연적

전후기 인턴 모집에서 미달을 기록한 19개 수련병원들이 최근 추가모집에 나서며 올 인턴 모집 미달사태가 저조한 의사국시 합격률(88.5%) 탓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인턴모집 미달 사태는 정원 자체가 과다하게 책정돼 낮은 의사국시 합격률과 같은 특별한 사고(?)가 아니더라도 매해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올해의 경우도 인턴모집 정원이 의사국시 합격생이 아닌 전체 응시생 3735명 보다 76명이나 많은 3811명이 책정돼 응시생 전원이 합격한다고 가정해도 인턴 미달사태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올해 인턴 정원이 86명 늘어났지만 의사국시 합격자는 184명 줄어들어 인턴정원 미달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의사국시 합격률 탓으로 돌리는 기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사국시 합격률이 94%로 비교적 높았던 2005년·2006년에도 의사국시 합격자 수보다 인턴 정원이 236명, 269명씩 많아 미달 사태가 필연적으로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05년에는 의사국시 응시생 3618명이 전원 합격해도 그해 인턴 정원 3641명에 미달되는 올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해 낮은 합격률이 미달 사태를 불러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이에 대해 정명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의사국시위원장은 "의사국시는 수험생들이 의사로서의 적절한 역할과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자질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병원들의 인턴 수급보다 더욱 우선해야 하는 문제"라며 "인턴 수급까지 고려할 것을 요구하는 일부의 지적은 앞뒤가 바뀐 주장"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정 교수의 이 말은 인턴·레지던트 수련과 관련해 지나치게 병원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 수련교육시스템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턴 정원 책정, 무원칙·무관심·무계획 일관

올해 인턴 정원이 의사국시 합격자도 아닌 응시생 수보다도 많게 책정된 것은 병원들의 인턴 인력에 대한 무원칙적인 요구를 그대로 수용해 온 오랜 관행과 그 관행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정원 책정 담당자들의 탓이 크다.

또한 의대 정원 조정과는 별개로 의사 배출 수를 간접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인턴·레지던트 정원 책정과정에 대해 의료계가 무관심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의대에서 의학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한 교수는 "의료계가 의사수급 조절을 위해 의대정원 축소에만 목을 매고 있지만 사실상 의료계가 인턴과 전공의, 전문의 배출 수 조절을 통해 의사 수를 통제할 수 있는 기능을 일부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미국과 같은 의료 선진국들은 이런 다양한 수단을 통해 기술적으로 수급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는 요원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결국 인턴·전공의 정원 책정이 장기적인 수급조절 계획이나 의사 인력의 질 관리에 대한 계획 없이 병원들이 요구를 이리저리 조정하는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인턴 미달 사태 속에 숨어있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사실 인턴모집 미달사태는 그 자체로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책정 당시부터 의사 배출량에 대한 별다른 분석없이 수련병원들의 요구에 의해 책정된 정원은 한국 의료계의 현황을 고려한 적정한 인턴 정원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값싸게 부릴 수 있는 의사인력이라는 매력으로 수련병원들이 가능한 한 많은 인력을 요구하는 통에 과수요까지 발생해 '정원'이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인턴 지원 가능 인력보다 인턴 '자리'가 더 많아 수련병원들의 인턴 유치 노력을 기울이며 일정한 수련환경 향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낙관적인 기대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인턴과 레지던트 정원 책정 과정에서 반드시 전제돼야 할 의사 인력 수급 전망이나 인력배출과 관련한 장기적인 연구는 물론, 최소한의 정원 책정 원칙 등도 논의되지 못한 채 정원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인턴 정원이 의사국시 응시생 수보다도 많다는 사실조차 관련 담당자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도 담당 기관들의 무관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실례라 할 수 있다.

"인턴 정원 논의 사실상 공중에 떠있다"

현재 인턴과 레지던트 정원 책정은 대한병원협회 신임평가위원회에서 안을 만들고 매년 12월초 보건복지부가 이를 최종 승인, 결정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물론 몇몇 병협 신임평가 업무 관계자와 신임평가위원 모두 정원 책정의 원칙을 묻는 질문에 이렇다 할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의료법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및 동 시행규칙'을 정원 책정의 기준이라고 대답하고 있지만 의료법 규정은 전공의 수련기관으로 선정될 수 있는 자격을 규정한 것이지 적정한 전체 정원이 어느 정도인지를 묻는 정책적인 질문의 답이 될 수 없다.

실례로 지난해 병협 신임평가위원회에 참석한 한 신임평가위 관계자는 "레지던트 정원의 경우 각 학회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라도 있지만 인턴은 그런 과정도 없다"며 "인턴 정원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공중에 떠있는 상태"라고 지적하기까지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역시 "전체 보건의료 인력에 대한 관리를 사무관 1명과 주무관 1명이 맡고 있는 열악한 상황에서 의사인력 특히 인턴 정원에 관해 신경을 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전문가(병협 신임평가위원회)들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학승 대한전공의협의회장(대전협)은 "복지부나 신임평가위 모두 지난해 책정된 정원에다 올해 신규로 편입된 정원을 합쳐 놓고 이리저리 칼질해 정원을 대충 책정하는 게 현실"이라며 "그 과정에서 의사인력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이나 수급계획 같은 것을 논의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고 그럴 의지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한 "의약분업 이후 의사인력 감축에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올해 인턴 정원은 지난 해에 비해 86명이나 늘었다"며 "병원 규모가 커짐에 따라 신규 인턴인력에 대한 수요가 계속 커지고 있지만 이미 선정된 수련병원들을 퇴출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어 정원이 해마다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의사국시 응시생은 2005년 3618명에서 2006년 3743명 늘었다가 2007년 3735명으로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지만 인턴 정원은 2005년 3641명에서 2006년 3725명, 2007년에는 3811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했다.

병협 신임평가위원을 지낸 한 관계자는 "이제 인턴이나 전공의 정원을 병원 경영 측면이 아니라 수련교육의 측면이나 전체 한국 의료계의 의사인력 수급 현황의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하지만 병원들의 어려운 경영 상태를 고려하면 현재의 관행을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학승 대전협 회장은 이제는 병원들의 수요에만 치우쳐 인턴·레지던트 정원을 책정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인턴·레지던트의 장기적인 수급 계획을 제시하고 이에 따라 합리적으로 정원을 책정해야 할 때가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자면 의사 또는 전문의 적정 인력수급에 대한 연구가 전제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신임평가센터가 현재 병원들의 요구 인력을 수집·조정하는 단순한 역할에 그치지 말고 적정한 정원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시스템과 연구시스템을 도입해 전공의 정원 책정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이와 함께 수련기관에 대한 질 강화와 자격심사 강화를 실시해 무한정 정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 정원책정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의료계가 자체적으로 의사 수급량을 조절할 수는 역량을 가지고도 이를 인식하지 못해 의대 정원 축소에 비해 관심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학교육 담당교수의 지적은 되새겨 볼만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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