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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빡치기

마빡치기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1.1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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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양(중앙대병원 신경외과 3)

한국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인 '개그 콘서트'에서 '골목대장 마빡이'이란 코너가 인기다. 최근 신문과 방송, 인터넷에서는 '마빡이 신드롬'이라는 이름으로 각계각층의 여러 인사들이 마빡이 현상에 대한 각종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작 마빡이들은 자신들의 코너에서 "우리 코너를 왜 분석하냐? 우리 코너는 이게 다야!"라고 하며 오히려 분석하는 사람들을 멋쩍게 만들어 버린다.

마빡이 코너가 나온지 몇 달째, 일요일에는 되도록 집에 일찍 들어가 쉬는 습성이 몸에 밴지라, 거의 한주도 안 빼놓고 개그 콘서트를 시청하며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마빡이에 열광하게 되었고, 아무도 없는 방이나 샤워실에서 거울을 보며 마빡치기를 흉내내는 정도의 중독에 이르게 됐다.

자동차 라디오나 상점가에서 "술래 잡기, 고무줄 놀이, 말뚝박기~"하는 마빡이 로고송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양 손이 이마로 가곤 한다.

왜?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마빡이들의 마빡치기에 열광을 하는 걸까? 마빡이가 코너에 등장해서 제일 먼저 "내가 누군지 알어? 골목대장 마빡이야! 골목대장 마빡이를 뭘로 보고!"라며 숨을 헐떡거리며 외친다.

기세 좋게 시작했지만, 잠시 뒤 스스로 선택한 동작에 지쳐 "야, 이거 동작을 잘못 택했어"라고 후회를 하고, 다른 등장인물들이 개그를 하며 시간을 끌때마다 버둥거리며 빨리 끝내기를 종용한다.

우리 젊은 의사들은 마빡이들이 나와서 하는 개그와 별반 다름 없는 행동을 하는 것임이 틀림 없다.

기세 좋게 의업을 시작하였고 밖에 나가면 스스로 의사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지만 결국 매일 매순간 주어진 일에 매달려 사명감, 존재의 가치 등을 전부 망각한 채 쳇바퀴 돌듯이 하던 일들에 지쳐 떨어질 때까지 꾸준히 반복한다.

물론 후회도 많이 한다. 마빡이들은 자신들에게 도움이 전혀 안되지만 관객과 시청자들의 더 큰 호응을 얻기 위해 쉬지 않고 마빡치기를 한다. 우리도 쉼없이 일하다 보면 결국 지쳐 가지만 우리 스스로가 아닌 타인들을 위하여 계속 쉼없이 일해야 한다.

마빡이 코너가 업그레이드 되면서 동작들도 점점 어려워져 가고 멤버들 사이에 알력도 생긴다. 우리들 역시 연차가 올라갈수록 해야 할 일도 많아지고 여러 가지 책임도 늘며 주변 사람들과 서로 마빡치기를 하며 경쟁도, 견제도 해야 한다.

비록 젊은 의사들 뿐 아니라 현대 사회를 사는 '딜버트 씨'와 같은 샐러리맨들, 노동자들, 가정 주부들 모두 같은 식의 삶을 살기에 마빡이들과 동질감을 갖는지 모르겠다.

나는 어쩌면 마빡이의 '자학 개그'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했기에 이 코너에 열광하고 있는 것 같다. 단지 우스꽝스런 대머리 가발과 '멜빵'바지로 분장하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의 헐떡거림은 언제 끝날지 모를 일이다.

이러다 쓰러져 버리면 우리의 삶이라는 코너도 그만 내려야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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