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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그린닥터스 개성병원과 한국 의사가 할 일

시론 그린닥터스 개성병원과 한국 의사가 할 일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1.1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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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근(그린닥터스 사무총장·부산시의사회 총무이사)

남한의 의료는 선진국 특히 미국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이는 남한의 경제성장으로 미국의 최신 의료기기가 빠르게 도입돼 가히 세계 최고인 한국인의 손기술과 합쳐지면서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의료는 남한의 눈부신 발전에 따라오지 못하고 의료기계나 항생제 등 여러 부분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이런 남북의 의료차이 때문에 남과 북의 의료교류와 협력을 통해서 북한 동포의 생명을 살리는 운동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린닥터스가 중국·러시아와 중앙아시아의 의료봉사 일정인 2006년 실크로드 의료대장정과 쓰나미 등 재해 지역의 응급의료 봉사를 다녀오면서 한국의 의료가 얼마나 앞서있는지, 의약품이 얼마나 풍부한지 절실히 느꼈으며 특히 저소득국가에서는 항생제 구입에 월급의 1/10이 들어갈 정도로 의약품 수급이 힘든 것을 보아왔다.

2004년 여름 개성공단이 시작될 즈음에 그린닥터스에서도 대북사업으로 개성공단 내 병원을 생각하게 됐다.

당시 대다수의 사람들은  공장이나 병원 등 필요시설을 평양에 설치하려고 생각하고 있었고 우리도 평양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보았다.

그러나 병원은 수술과 운영을 의료인이  직접 관장 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는데, 평양에는 중국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고 한번 오고가는 길이 약 1주일 걸리며 평양에는 1주일 밖에 머무를 수 없는 등,  바쁜 의료인으로서는 시간 손실이 너무 크고 실제적인 여건도 맞지 않았다.

이후 개성공단 소식을 듣고 남북 근로자가 같이 상주하는 만큼 남한의 의사도 상주할 수 있을 것 같아 2004년 6월경부터 개성에 병원건립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북한의료팀 황나미 박사도 같은 생각으로 같은 뜻을 가진 단체를 찾던 중 그린닥터스를 발견, 부산에서 모임을 갖고 서로가 준비를 시작하게 됐다.

3개월여 만에 110페이지의 준비서를 통일부에 제출하고 2004년 10월말 개성공단 응급의료시설로 지정받은 후 불과 2개월만인 2005년 1월 8일부터 의료진과 약 25평의 응급 의료시설을 갖추고 진료를 시작했다. 이처럼 빠르게 진료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의료인이 주축이 돼 제약회사와 관련단체를 가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며, 지금까지 정부의 지원을 거의 받지않고 민간단체의 힘으로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북측의 경계로 어려움이 많았다. "왜 영어인 '그린닥터스'를 쓰느냐?" "왜 왔느냐?" 등등. 그런 어려움속에 2005년 4월말 연탄가스중독 사건이 개성에서 발생하자 그린닥터스 개성병원은 보유하고 있던 고압산소를 개성 시내에 지속적으로 공급해줌으로써 신뢰가 쌓이게 됐다.

1차 응급의료시설로 1년 10개월간 많은 고난이 있었지만 그동안 약 1만8000여명의 남북 근로자를 무료진료하면서 많은 생명을 살리고 응급환자 수십명을 앰뷸런스로 남한으로 후송해 생명을 살리고 북측의 응급환자에게도 치료와 의약품공급 등 많은 혜택이 주어졌고 의료봉사를 통해 사랑의 힘이 북측에 전달되고 있다. 특히 부산대학병원·동아대병원·백병원·경상대병원의 의료진 참여가 큰 힘이 되었고 이제는 한국의 8만5000명의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북한에 인도적인 정신으로 의료진 파견과 개성병원 운영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또 대한전공의협회도 참여하는 등 한국의 모든 의사들이 통일을 위해 개성병원에 단합된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2006년 12월 드디어 120여평의 공간에 세워진 남북협력을 위한 그린닥터스 개성병원이 문을 열었다. 건물의 중간에 위치한 방사선과·수술실·검사실은 공동으로 사용하고 특히 정형외과·안과 등 주축이 돼 골절·백내장 수술 등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남북한 의료진의 인건비와 운영비는 모두 그린닥터스에서 책임지고 있지만 아직 정부의 지원이 없어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사용하는 의약품이 대부분 영어로 표기돼 있어 북한의사를 위해 한글로 번역이 필요하고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사선장비 등에 대한  상호교육과 협력 및 교육도 필요하다.

남한의 의료진도 이제 직접 북한에 가서 봉사하는 일에 적극 동참해 남북한 인적교류에도 참여하는 한편 남한의 각과 전문의가 많이 자원해 특별진료를 하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자원을 원할 경우 약 1개월전에 그린닥터스나 의협에 등록을 하면 북한의 초청정을 받은 후 4시간의 방북교육을 받고 개성에 갈 수 있다.

오전 7시 서울 종로에서 출발하면 남북 CIQ를 통과해 10시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으며, 진료를 마치고 오후 3시30분 개성을 출발하면 5시 30분 서울에 도착할 수 있다. 또 의료인이나 자원봉사자가 기금이나 각종 의료기기를 기부할 경우 국가지정 기부영수증이 발급돼 세무상 혜택도 받게 된다.

우리가 하는 이 일이 미래 통일 한국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을 확신한다. 따라서 민족적 동포애를 떠나서도 인도주의를 바탕으로 국제적인 지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 통해 통일후 발생할 엄청난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고, 남북한 질병의 이질감을 미리 연구해서 이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한민족의 동일 민족정서를 고취시킬 수도 있다.

의료가 명실공히 남북협력의 중심에 서서 남북간의 이질성과 불신을 해소하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생명의 문제를 서로 다루면서 믿음과 신뢰가 쌓이게 된다면 통일에 이보다 더 귀한 일이 어디 있을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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