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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투쟁의 '타산지석'

한의계 투쟁의 '타산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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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1.0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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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훈(동아일보 기자.복지의학팀장)

한의계가 시끄럽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대정부 강경투쟁을 이미 선포했다. 한의대생들도 여기에 동조해 시험연기를 결의했다.

이렇게 떠들썩하면 정부가 "왜 그러냐?"며 어루만져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도통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마치 '저러다 제풀에 꺾이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국민도 별 관심이 없는 듯 하다. 한의사들이 왜 '분노'하고 있으며 오죽하면 학생들이 시험까지 거부하고 있는지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한의계가 격정적인 이유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양국간에 한의사 면허를 상호 인정하자는 논의가 있었다는 것 때문이다.

서비스분과협상에서 미국이 "우리의 침구사 자격증을 한국에서도 인정하게 하는 것은 어떠냐?"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러나 정부는 그 이상 진행된 것은 없다고 공식 설명했다. 양국의 제도가 너무 달라 면허를 상호인정하기 전에 논의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의계에서는 강력반발하고 있다. 아마 아예 논의 자체를 못하게 하려는 요량인지 투쟁의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한의계의 '투쟁'을 지켜보면서 흥미로운 대목이 있었다. 국민들도 관심 없는 사안을 의료계에서 눈여겨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의료계 인사들을 만날 때면 항상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물어왔다. 가깝기보다는 적대적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법한 의료계와 한의계가 아닌가? 그 관심이 이외였다.  

그런데 그 관심의 뚜껑을 열면 이내 '그러면 그렇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의료계 인사들은 대부분 "한의사들은 왜 개방에 반대해? 웃긴 놈들 아냐?"는 식의 반응을 보인 것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문호를 개방해야 하는 게 맞는데 자신들의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저항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었다.

사실 한의계의 문호개방은 의료계로서는 반대하거나 찬성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한의계의 위기를 '즐길' 수도 있다.

그러나 약간만 시선을 달리 해 보자. 만약 의료계에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면? 그 때 만약 국민들이 전혀 동조를 해주지 않고 한의계조차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어떨까?

지난해 말 한국납세자연맹에서 의료비 연말정산 간소화방안에 대해 근로자 15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 54%가 "제도의 실효성이 없다"고 답했다. 정부가 의료계와의 충돌을 감수하면서까지 도입한 제도였건만 일반 근로자들은 뜨악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필자도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홈페이지를 이용하며 실효성이 별로 없음을 느낀 바 있다.

특이한 점은 응답자들이 의사(한의사)들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즉 의사들의 탈세를 막기 위해 제도 도입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

납세자연맹은 '의사들의 과세표준 양성화와 본인의 개인정보 중 어느 게 더 중요한 가치인가'를 물었다. 71%가 의사들의 과세표준 양성화에 손을 들었으며 본인의 개인정보가 더 중요하다고 한 응답은 29%였다.

이 설문조사가 전체 근로자와 국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국민들의 정서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는 있다. 필자는 국민들의 이런 정서가 꼭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의사가 필자에게 말했던 것처럼 변호사·변리사 등과 같은 다른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와 비교했을 때 의사가 상대적으로 더 공격당하는 풍토는 옳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막연한 적대감'의 존재는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의 투쟁에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설득없이 얻는 것은 없다. 국민 정서는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입장만 내세우는 한의계의 투쟁이 왜 외면당하고 있는지, 의료계는 타산지석으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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