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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빅딜'…FTA 마지막 결론인가

의약품 '빅딜'…FTA 마지막 결론인가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6.12.2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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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구제↔의약품+자동차 맞교환 가능성
'우려가 현실로' 제약업계 충격에 휩싸여

한국 정부가 한미FTA 협상과정에서 의약품 분야를 희생양으로 삼을 것이란 관측 계속 나왔으나, 막상 협상 수석대표가 가능성을 공식 언급하고 나서자 제약업계는 "우려가 현실화 됐다"는 반응을 보이며 충격에 빠졌다.

업계 뿐 아니라 시민단체까지 나서 "국민의 생명과 바꿀 수는 없다"며 정부의 협상방향에 반발하고 있다.  이제 FTA를 둘러싼 논의의 핵심은 '빅딜'이 성사될 경우 어떤 모양새가 될 것이며 또 제약업계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인가에 집중되고 있다.

양국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김종훈 한미FTA 협상 수석대표가 한 라디오 방송에서 무역구제와 의약품+자동차 분야 '빅딜' 가능성을 언급한 후, 진의를 둘러싼 추측이 무성하다.

일단 김 수석대표 말대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역구제 제도개선이다. 무역구제는 섬유분야와 함께 우리가 FT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실익 중 하나지만, 사안이 중요한 만큼 미국측이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분야다.

반덤핑관세·상계관세·세이프가드 등이 주내용이며 이중 반덤핑 조치 남발은 한국기업이 미국에 진출함에 있어 가장 큰 무역장벽으로 작용돼 왔다.

20일자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미국은 '무역구제' 관련 한국측 6가지 요구사항의 수용의사를 이르면 이번 주말께 밝힐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도 이에 대한 대가로 의약품과 자동차에 대한 양보안을 제시할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측이 의약품분야에서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사안은 총 16가지로 알려져 있으나 내용이 워낙 포괄적이어서 한국 제약산업에 미칠 구체적 영향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한국 업계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미국이 원하는 바는 크게 두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하나는 약가와 관계된 약제비절감안의 손질이고 또 하나는 제네릭의 시장진입을 지연시키는 제도의 도입 혹은 개선이다.

제네릭 진입을 막는 4가지 제도

미국이 자국 제약사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신약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제네릭 시장진입을 막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데 이와 관련된 '지적재산권' 분야가 '빅딜'의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제네릭 진입과 관련돼 있는 제도로 양국간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크게 네가지로 나눌 수 있다. 데이터독점권 보호·특허기간 연장·특허-허가연계·특허기간 중 허가를 위한 제품 생산을 금지시키는 볼라(bolar) 규정 도입이다.

이중 특허-허가연계를 제외한 나머지 세가지 제도는 이미 한국에서도 시행중인 것이지만, 한미 양국이 이를 바라보는 관점에는 차이가 있다.

한국측은 현 제도가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으므로 현 제도를 강화하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국제약협회 FTA 관련 업무 담당자는 "현 20년인 특허기간에 2~3년을 추가하는 안을 요구해올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편 특허-허가연계는 한국 입장에선 전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게 되는 것이며 이 역시 모든 특허에 적용할 것인가, 물질이나 용도특허에만 국한할 것인가 등 이견은 남아있다.

업계는 이 네가지 제도의 도입 혹은 강화가 고스란히 제네릭의 시장진입을 지연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긴장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이 이 요구들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제네릭 약가를 인하시키거나 허가자체를 어렵게 만들어 비용·시간·약가적 이점을 없애는 결과까지 초래될 경우, 국내 제약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FTA 성격상 지적재산권분야가 아닌 약가와 관련된 문제, 신약가격 보장 문제 등 내용은 협정문에 들어갈 사항은 아니므로 이면합의 등 형태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만 이면합의에 대한 언론의 압박 및 보건복지부의 약제비절감에 대한 강한 의지를 고려할 때 우리가 쉽게 양보할 사항은 아닐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의약품 양보는 건강보험재정, 국민의 손해"

제네릭 제약사 입장에서는 이 제도들의 도입으로 인해 몇 년 정도의 시장진입이 늦어지는 영향이 있겠지만 사실상 진입 자체가 원천봉쇄되는 것은 아니다.

특허권 연장만 보더라도 향후 20년이 지나야 효과가 발휘되는 만큼, 업계가 당장 고사하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FTA 발효 후 도입되는 신약에만 특허권 연장 적용).

또 우리측이 의약품 분야에서 요구하고 있는 GMP·GLP·제네릭·바이오제네릭 상호인증에 관해 미국측이 상징적으로 몇가지를 들어줄 가능성도 있으므로 한국제약사 입장에서 100% 잃기만 하는 게임은 아닌 상황이다.

하지만 무역구제제도 개선이라는 한국측 요구사항의 크기로 미루어볼 때 거론된 4가지 내용을 빠짐없이 '세트'로 '거래'할 가능성이 크므로, 그 영향을 단순 업계로만 국한할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제네릭 진입이 늦어지는 만큼 손해를 보는 것은 제약사가 아닌, 신약에 지불해야 하는 건강보험재정의 부담 즉 국민의 의료비 상승이란 이유에서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지재권과 같은 비관세장벽 해소를 위한 FTA는 미국 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 일괄 적용되는 것이므로 세계 모든 신약에 대해 그만큼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약품 빅딜에 관해 반대 성명을 발표한 보건의료단체연합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대가로 특정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는 협상"이라며 한국의 의약품 분야 양보는 의료비 폭등과 의료접근성 악화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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