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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시론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6.12.0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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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희종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이사.국립서울병원 정신과 R3)

최근 전공의들에 대한 폭력·폭언에 대한 문제가 언론과 사회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 일간지에서 얼마전 특집으로 다루었고 공중파 방송에서도 비중있게 다루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공의협의회 민원게시판에도 지속적으로 심각한 사례들이 올라와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데, 그 사례를 보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암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같은 의사로서, 동료 전공의로서 참담하기까지 하다.

물론 이 문제가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라 일부에서는 오랜 관행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을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과연 단지 가해자의 인간성과 잘못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문제일까?

한국 의사는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집단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인식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 장기간 교육을 받고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가져야 하며, 생명을 다루는 직종으로서 직업적 소명의식과 높은 윤리 수준에 따르는 가치관을 갖고 행동하기 때문에 생겨날 것이다.

최근 의사들의 전문성에 대한 많은 도전이 있었지만 의사 스스로 전문성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사회에서도 이것을 인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장기간의 교육과 전문적인 지식·기술을 습득하기 위하여 각 의과대학 및 병원에서 오래 전부터 도제식 교육방법이 이용돼 왔다.

이런 관습이 지속되는 이유에는 '나도 그렇게 배웠고, 생명을 다루니까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의료계 내부의 폐쇄적이고 전근대적인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전공의는 병원 내 의료 현장의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입장이라,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고 그것을 거역했을 때는 커다란 불이익을 받게 될 수밖에 없는 폭력(신체뿐만이 아닌 정신적 폭력도 포함된다)에 노출된 구조 속에 있다.

이러한 폭력은 당연한 것일까? 전공의니까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전공의는 애매한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데, 즉 수련과 교육을 받는 피교육자의 지위와 병원에 고용되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피고용자의 지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전공의는 당연히 안정되고 올바른 수련을 받을 피교육자로서의 권리와 합리적이고 적절한 처우를 받을 피고용자로서의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양측의 단점만을 강요당하며 열악하고 표준화되지 못한 수련환경과 처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많은 전공의들의 현실이고, 이러한 시스템의 왜곡이 그 부당함을 지적하고 항의할 수 없는 구조를 끌어내고 있다.

결국 이런 비정상적인 시스템 안에서 끊이지 않는 왜곡된 폭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전공의들은 환자를 직접 마주하고 있고 당장 생명을 다루고 있으며 앞으로 전문가로서 성장할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A병원 사례에서 보듯이 교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전공의의 수련 기회를 박탈하고, 배제했을 때 수련을 제대로 못 받는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또한 이삼십대에 이르는 적지 않은 나이에 같은 의사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단지 아랫사람으로 취급당하며 느끼는 모멸감과 스트레스는 다시 환자에게 돌아갈 수도 있고, 시스템의 폭력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궁극적으로 원내 폭력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할 뿐 아니라, 의료계 전반의 시스템과 구조의 변화와 의사 스스로의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힘없는 약자로서 피해자가 기댈 곳이 없는 현 구조상 전공의협의회가 하나의 창구로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협의회 자체가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는 임의단체이기 때문에 효율적이고 적절하게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이런 고민에서 대전협은 의사협회·병원협회 등과 함께 전공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열악한 수련과 처우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준비중이다.

또 올해 7월 설립된 전공의노동조합은 실정법상 법적보호를 받을 수 있는 단체로서 전공의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고 요구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고 문제해결을 위한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각 병원들은 이런 전공의의 현실을 인식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단지 영리 목적으로 전공의를 이용하려 하지 말고, 의사로서 존중해주고 올바른 수련과 처우를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또한 폭력 등의 문제 발생시 해당병원은 무관심으로 일관하거나 조용히 넘어가려 해서는 안되며 적절한 해결을 통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자신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물론 전공의는 전문의가 되기 위한 과도기적 존재다. '하나의 통과의례니까 시간이 해결해주겠지''나도 그렇게 당했는데 왜 문제가 되느냐'는 식의 인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정도로 사회는 성숙해가고 있다.

우리 스스로 존중하지 않으면 더 이상 존중받을 수 없다.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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