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9 06:00 (월)
시론 식약청 쪼개기로 식약행정이 사라진다?

시론 식약청 쪼개기로 식약행정이 사라진다?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6.11.22 09:13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양기화(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 )

최근 8개 정부부처에 산재해 있는 식품관련 업무를 식품안전처로 통합하여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겠다고 하는 정부의 식품행정 일원화 방안이 우여곡절 끝에  현실화되는 것 같다.

국민의 정부가 시작되면서 식품과 의약품 관리행정을 통합관리하는 행정조직으로 1998년 2월에 설치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미국 FDA를 모방한 것이다.

이처럼 획기적인 설립배경을 가진 식약청을 불과 8년만에 해체하여 의약품행정은 복지부로 복귀시키고 식품행정을 통합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식품관련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이어진 까닭이다.

기억에 떠오르는 사건만하더라도 번데기통조림의 포르말린사건을 비롯하여 불량만두소사건, 그리고 최근의 기생충오염 김치파동과 말라카이트 오염 민물고기 등이 꼬리를 물었고, 식중독 건수 역시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식품분야 뿐 아니라 약품분야에서도 PPA감기약 파동, 생동성시험조작 사건 그리고 이물질이 혼입된 의약품이 생산되는 등, 의약품행정 역시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는 질책이 이어져 왔다.

식품안전처 설치를 통하여 식품행정을 일원화하는 방안이 검토된 배경은, 8년전 식약청을 설치할 당시에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식품관리행정을 통합하지 못한 채, 복지부의 식품과 약품관리 분야만을 묶어서 무늬만  식약청을 설치한 것이 원죄라 하겠다.

우리와 여건이 유사한 일본 역시 각 성에 흩어져 있는 식품관리행정이 부처 이기주의에 부딪혀 후생노동성으로 일원화할 수 없게 되자, 식품분야를 총리실로 일원화한 연후에 약품과 통합하여 식약행정을 일원화하는 이단계 조처가 추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 FDA를 모방한 식약청을 설치한 우리나라에서 거꾸로 일본의 사례를 모방하고 있는 것이 우습기는 하지만 식품행정 일원화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이해된다.

문제는 식품일원화 추진과정에 이해가 얽히는 이익단체의 입김이 개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3일 국회 문희 의원과 정형근 의원이 공동 주최한 '식품의약품안전청 폐지, 과연 국민건강을 위해 바람직한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식품분야에서는 식품일원화를 원하고, 약사단체에서는 이를 저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가 읽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약청 분리를 담고 있는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자 이번에는 성격도 애매한 '식품과 의약품을 똑같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식의모)'이라는 단체를 결성하여 식약청 분리에 대한 일반여론이 부정적인 것처럼 호도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식의모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의 면면이 대한약사회, 대한약학회, 재미한인약학자협회(KAPASA), 한국생약학회, 한국약제학회, 한국약학대학협의회, 한국임상약학회, 한국응용약물학회 등이고 보면 이 단체의 성격을 알 수가 있다. 이 단체는  "식품이 들어가는 위와, 약이 들어가는 위가 두개가 아니라 하나"기 때문에 식품과 약품을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데, 그렇다면 시장에서 취급하고 있는 모든 식품을 약국에서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옳다. 식품, 특히 건강기능식품과 약품은 모두 인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 약계의 논리라면 인체에 대하여 가장 전문적인 의료계의 견해는 왜 물어보지 않는가?

식약청에 근무한 적이 있는 필자가 당시 "질병대책본부는 의료계 그리고 식약청은 약계의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 황당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정부기관이 특정 이익단체의 전유물이라는 말인가? 식품인들은 과거에 식품행정마저도 약사출신들이 점령해서 좌지우지했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이들은 식품과 약품이 각각 자신의 영역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업계와 관련이 있는 특정분야 출신들이 행정을 쥐고 있는 것은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즉, 소비자의 입장을 최우선한 행정을 해야 할 규제기관에서 업계의 입장을 고려해 미적거리기 때문에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식약청 근무경력이 있는 의료인인 필자의 견해로도 식약청을 분리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조처로 정부 각부처에 흩어져 통합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식품분야의 행정이 일원화될 뿐 아니라, 정책은 보건복지부에 실무는 식약청으로 나뉘어 있던 약품행정 역시 일원화됨으로써, 식품과 의약품의 관리행정이 통일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다만 새롭게 태어나는 식품과 의약품의 관리부서가 국민의 보건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발상의 대전환을 이루지 못하고 소비자와 생산자의 중간에서 어정쩡한 위치를 보이는 구태를 답습한다면, 이번 행정개편은 무의미한 탁상공론의 전형이 되고 말 것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