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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찼던 일정 벅차오르는 뿌듯함

벅찼던 일정 벅차오르는 뿌듯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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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0.1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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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박8일간 연일 강행군…이동거리 길어 고생길
카자흐스탄·키르키스탄 의료봉사

▲ 실크로드 의료대장정 가운데 카자흐스탄과 키르키스탄에서 7박 8일로 가장 긴 일정을 소화한 의료봉사단.

출발부터 일정 내내 고난의 연속이었다. 지난 9월 25일 인천공항에서 출국할 때부터 힘든 여정은 시작됐다. 카자흐스탄 국영 아스타나항공사 소속 비행기는 오후 4시30분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2시간이 지나서야 활주로를 박차고 올랐다. 입국 비자를 받는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과 교류가 많지 않은 곳에 간다는 게 비로소 실감이 났다.

사실 옛 소련 영토이자 현재 독립국가연합(CIS)에 속해 있는 카자흐스탄과 키르키스탄에서의 의료봉사는 사전에 험난함을 충분히 예고했다. 실크로드 의료대장정  가운데 7박 8일로 가장 긴 일정인데다 카자흐스탄에서 진료를 마친 후 키르키스탄으로 6시간 넘게 버스를 타는 거리를 왕복할 수 있는 체력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첫 방문지였던 카자흐스탄에는 고려인이 12만명 가량이나 살고 있었다. 9월 26일 의료진이 둥지를 튼 곳은 수도 알마타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이식이라는 작은 도시의 국영병원. '이식'이라는 지명은 '문'이라는 뜻인데, 이곳 위치가 중국으로 가는 실크로드선상에 있기 때문이란다.

5일간 1500여명 진료

김경택 교수(정형외과)가 수술하는 모습

키르키스탄에선 이틀동안 수도 비슈케크에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두 곳에서 각각 의료봉사에 나섰다. 특히 그 중 한 곳은 한국기아대책본부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취업에 필요한 교육을 실시하는 곳(츠이지도자미래학교)이어서 의미가 남달랐다.

의료진은 카자흐스탄에서 26일부터 28일 오전까지 800여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키르키스탄에서 29일과 30일 이틀동안 700여명, 총 1500여명을 진료했다. 외과에서는 소수술 4건도 실시했다.

이번 의료봉사단에는 동아대의료원 의료진이 중심이 됐지만, 안과는 서면메디칼안과의 배문준 원장·천경희 간호사 부부가 휴가를 내고 합류했다. 이곳에선 안과가 단연 인기였다. 이유는 돋보기를 받고 싶어하는 환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진료 첫날 오전 몇몇 환자에게 돋보기를 지급하자 오후부터 환자가 급속히 불었고, 다음날엔 오전 5시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배 원장은 "이번에 돋보기를 115개 가져왔는데, 다음에 의료봉사를 나올 땐 2000개 정도는 가지고 나와야겠다"고 말했다. 천경희 간호사는 "마지막 115개째 돋보기를 환자에게 주는데, 미리 들어와서 대기하고 있던 환자의 실망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비만·고혈압·원시 증세 많아

김덕규 단장(내과)의 진료하는 모습

현지 환자들의 특징은 주식으로 육류 섭취가 많아 비만이 많은 반면 당뇨 환자는 적었다. 고혈압 환자도 많았는데, 비만과 육식 및 높은 지형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김성은 교수(내과)는 "경제적 차이로 인해 카자흐스탄 환자들은 대부분 진단을 받아본 경험이 있었지만, 키르키스탄 주민들은 병원에 접근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김경택 교수(정형외과)는 "이곳 수술 수준은 우리나라 1970년대 정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술을 잘못하거나 수술 후 부위를 고정시키지 않고 기브스만 해서 불구가 되는 경우도 많아 인공관절은 생각도 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배문준 원장(안과)은 "원시 환자가 매우 많았다"며 "넓은 들판에서 살면서 먼 곳을 계속 보다보니 그렇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눈물 구멍(비누관)이 막혀 눈물을 흘리는 환자가 많았는데, 세척 과정에서 눈물 구멍이 좁아 바늘이 안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며 "날씨가 건조해 구멍이 좁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약제부에서 환자에게 의약품을 건네주었던 김대철 교수(해부병리학)는 "서로 다른 종류의 약을 한꺼번에 봉지에 복합처방하는 방식을 이곳 사람들은 매우 낯설어했다"며 "약을 받고 나서도 몇번이나 다시 와서 어떻게 복용해야 하냐고 되묻곤 했다"고 말했다.

의료봉사 끝까지 책임진다

의료진은 이곳에서 다하지 못한 몇 가지 의료봉사활동을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할 계획이다. 의료봉사의 애프터 서비스인 셈이다. 우선 키르키스탄에서 소아과 진료를 받았던 6세 가량의 여아는 심실중격결손증으로 호흡곤란과 흉통이 있어 한국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해주기로 했다.

또한 1형 당뇨병을 앓고 있던 1세 남아의 어머니는 의료진에 혈당측정기를 달라고 했으나, 기기의 단위가 한국과 달라 현지에서 쓸 수 있는 혈당측정기를 보내주기로 했다. 치료제를 복용하면서도 한 달에 두 번 이상 간질 발작 증세를 보이는 20세 청년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아주기로 했다.

의료진들은 주어진 여건 하에서 정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1차 진료에 그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아쉬워하기도 했다. 입국시 통관상의 어려움 등으로 충분한 진단장비를 옮겨올 수 없었고, 약품 종류도 한정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짧은 의료봉사 기간동안 처치를 해도 현지에서 사후조치를 제대로 받을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의료진의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한국 의료진이 왔다는 소식에 수많은 현지인들이 몰려왔다

  중앙아시아에 꽃핀 한국 인술

귀국하기로 한 10월 2일. 오전 6시10분 새벽 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에 숙소 대신 교회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하지만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소아과와 부인과 등 진료를 봤던 안유정 회원(33)은 잠 대신 환자기록부를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얼굴에는 피곤함이 잔뜩 묻어 있었지만 한국에 돌아간 뒤 이곳 환자들을 위해 무엇을 더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며 밤을 꼬박 새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 고귀하게 다가왔다.

김덕규 단장은 "단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의료봉사에 임해줘서 빠듯한 일정을 차질없이 마칠 수 있게 돼 감사드린다"며 "진료를 받은 현지인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줘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의 의료봉사가 실크로드를 통해 의료혜택을 필요로하는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에 도움이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가한 의료진 명단

▲진료단장 김덕규(내분비내과) ▲진료부단장 김경택(정형외과) ▲진료의사 배문준(안과) 김성은(신장내과) 김대철(해부병리과) 안유정(가정의학과) ▲간호사 정명옥 천경희 문은숙 ▲약사 박경옥 ▲행정 이성숙(행정단장) 박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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