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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료일원화를 위한 공동위원회 제안

시론 의료일원화를 위한 공동위원회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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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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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용상(의협 의료일원화특별위 위원장)

한의사협회는 대한의사협회의 의료일원화위원회 폐지를 주장하고 한의계를 배제한 중의사, 침구사와 의사협회의 어떠한 의학적 의견 교류도 반대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국민을 위한 일원화 논의라면 언제든지 문이 열려 있다는 성명서의 내용은 참으로 고무적이다.

하나의 인체와 질병에 대한 상반된 논리의 폐해는 국민에게는 물론이거니와 양측 의료인 모두 곤혹스러운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넓게 말하여 양측 의료인들 역시 모두 잘못된 제도의 희생자들인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의 특징 중의 하나가 모든 의견을 토론하고 경청하여 효율적 결론을 유도해내는 공적 토론 과정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하여 형성된 성숙한 개인 각각의 열린 마음이 선진 사회의 근간이다.

우리에게는 고도 산업 성장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문화적 지체 현상이 존재한다. 우리가 근대화 과정에서 시대적 진리성이라든지 과학의 절대성이라든지 또는 전통이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 명제들에 대하여 성숙한 공적 토론 과정을 충분히 거쳤다면 사회 각 부분의 갈등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역사에는 가정법도 없고 또한 공짜도 없다 한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성숙과정도 고통스러운 고뇌와 시행착오의 교정 과정이라는 의미이다. 프랑스의 시민혁명, 미국의 남북전쟁, 일본의 메이지 유신, 중국의 문화혁명, 러시아의 혁명과 해체 등이 국가 발전을 위한 공적 토론의 과정이었다면 틀린 말일까.

우리에게는 우리의 전통과 문화의 변혁에 대한 처절한 숙의과정이 충분하지 못했으며 의료 이원화 체계가 바로 그러한 결과의 확고한 증거다.

서양과학과 동양과학, 서양수학과 동양수학이 따로 존재하지 않듯이 인간의 질병도 서양병과 동양병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의 질병을 서로 소통되지 않는 언어로 판이하게 해석하는 두 가지 의학을 인정하고 있다. 한의학과 현대의학의 기본 이론과 언어는 서로 소통되지 않는다. 한의학의 언어는 동양철학과 명리학 외의 다른 학문과의 호환이 불가능하며 따라서 한의학의 이론으로 현대의학을 이해할 수 없고 현대의학의 이론으로 한의학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학적 뇌졸중(stroke)과 한의학적 중풍은 그 증상으로 보아 동일한 질병이다. 의학적으로 이 질환은 뇌혈관의 막힘과 출혈에 의한 것이라 한다. 하지만 한의학적인 전통병리이론으로는 간의 문제라고도 해석한다. 따라서 의학적으로는 뇌혈관의 문제 교정이, 한의학적으로는 간의 바람(風)을 해결하는 것이 그 치료일 것이다. 이러한 상반된 해석체계의 영향력 하에서는 하나의 질병으로 어떠한 의료를 선택했느냐에 따라 그 치료 결과와 후유증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국민은 최선의 사회보장 시스템을 국가로부터 보장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선의 정책을 꾸준히 연구하고 교정해가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헌법정신임을 인식한다면, 상반된 해석을 허용하는 우리의 의료체계는 위헌적인 제도임이 분명하다. 최선의 치료가 한방인지 현대의학인지를 알지 못한 가운데 상반된 접근을 해야 하는 양측 의료인은 희극적 주인공이지만 최선의 치료라는 양측의 주장에 두 배의 비용과 시간을 들이고도 궁금증을 해소할 수 없는 국민은 비극적 희생자인 것이다.

의·한방 문제에 대한 1930년대의 논쟁에서 한의계는 한의학이야말로 민중의학으로서 어느 누구나 배워 어디에나 있는 약초로 저렴하게 치료할 수 있는 민중의술이라 주장하고 현대의학은 너무나 고가의 의학이라 주장하였다. 한의계의 성명서에 시사되었듯이 과거 한의학이 제도권에 진입할 때 의료일원화를 제안하고 의학의 범주에서 함께 활동하기를 제안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것이 역사적 사실이라면 우리 의료계의 편협성과 비전 부재를 반성한다. 또한 민중의학이 녹용과 인삼을 주종으로 한 럭셔리한 의학으로 변모한 이 시점에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일원화를 함께 논의할 수 있다는 한의계의 열린 마음에 박수를 보낸다.

철학자 밀은 근대적 자유인, 즉 '개인'의 위대성은 그의 완벽성이나 무오류성에서 연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오류를 인정하고 그것을 교정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정신적 품격'에서 기원하는 것이라 하였다. 즉 근대적 개인에게 절대적으로 요청되는 자질은 "자신의 의견과 행위에 대한 비판에 개방적 정신을 유지하는 태도"라는 것이고 이러한 '교정 가능성'은 끊임없이 전개되는 '열린 토론'의 존립 여부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하였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선택한 결정의 오류를 인정하기 어려운 일관성의 심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심리는 우리 의학계나 한의계 모두에게 존재할 것이다. 인터넷의 여러 창구에서 의학과 한의학의 주제로 방대하고 치열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으며 그 논쟁들의 결론은 이대로는 갈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의 지도자, 시민단체들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으며 개혁의 기회와 시간을 면밀히 저울질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양 의료계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엘리트 집단이며 국민에게 사랑받는 명예와 함께 봉사해야 하는 의무 또한 막중하다.

극단적 원리주의적 주장을 서로 배격하고 합리와 근거를 통한 열린 토론으로 우리 의료체계의 미래와 젊은 의학도들의 진로도 함께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양의사도 한의사도 아닌 의학속의 의사로서 우리 젊은 후학들이 서로 함께 하기를 기대하며 다시 한 번 의료일원화 공동대책위원회를 정중히 제안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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