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FSS 등 기준 삼으면 대부분 인하요인 있어
안전성 논란 있던 '쎄레브렉스' 등 후보 1순위 될 듯
제약사들, "혁신성 확신…명분 없다" 한소리

이레사 약가인하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시판중인 9개 혁신적신약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으나, 해당 제약사들은 '터무니 없는 소리'란 입장이어서 '약가인하'를 둘러싼 시민단체와 제약사간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혁신적신약으로 분류돼 있는 제품은 GSK의 당뇨병치료제 아반디아, 화이자의 관절염치료제 쎄레브렉스 등 9개 제품, 12개 품목이다<하단 표참조>．

이미 시장철수된 바이옥스 두 품목과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으나 사실상 혁신적신약의 지위를 상실한 이레사 등 3개 품목이 명단에서 제외된 상태．

이들 제품은 한국에 소개되면서 선진 7개국(A7)의 레드북(Red Book) 가격을 기준으로 약가가 책정됐기 때문에 일반신약보다 높은 가격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레사 가격을 인하시킨 건강세상네트워크측은 "레드북 가격이 실제 거래되는 약가보다 높게 책정돼 있다"며 미연방정부 구매가격인 FSS 등을 기준으로 삼을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럴 경우 대부분 혁신적신약들에 인하요인이 있어 약가인하 압력을 받게 될 공산이 크다．

'건강세상을 위한 약사회'도 같은 논리에서 글리벡·엔브렐·테모달·벨케이드 등 혁신적신약의 가격 거품론을 제기한 바 있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권리팀장은 "추가 인하조정 신청을 준비중인 사실은 맞다"라며 "후속 약가인하는 임상적 유효성보다는 약가산정 기준에 관한 변화가 주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두 제품을 대상으로 하기 보단 약가인하 요인이 있는 모든 '비싼 약'을 공략하겠다는 의미．

하지만 해당 제약사들은 "모호한 기준으로 가격인하를 거론하는 것은 터무니 없다"는 반응이다.

벨케이드를 판매하는 한국얀센측은 "이 약의 혁신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엔브렐의 한국와이어스 역시 "국내 약가가 왜 더 비싼지 객관적 데이터를 가지고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시민단체 주장의 '근거'에 의구심을 표했다．

한편 타당성과 관계없이 레드북 기준이 합법적으로 도입된 것인 만큼, 시민단체 입장에선 산정 기준만 가지고 국내 약값이 비싸다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할 수 있다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

즉 이레사와 같이 유효성이나 안전성 논란으로 가격인하 요인이 있는 약들이 우선 고려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관측.

김 팀장은 구체적인 제품명 언급을 회피했으나 "혁신적신약으로 분류된 약들을 우선적으로 조사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현재 9개의 혁신적신약 중 안전성이나 유효성에 논란이 있었던 제품은 쎄레브렉스가 대표적이다．

판매사인 한국화이자측은 "쎄레브렉스가 안전성 논란이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식약청에 의해 라벨이 변경된 것으로 논란은 일단락 났다고 본다"며 안전성 논란이 약가인하 요인은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식약청 라벨 변경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면죄부가 아닌 이상, 시민단체의 약가인하 요구로부터 자유롭다고 만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건강세상네트워크측은 약가조정 대상이 된 약들의 사용량 등 자료를 수집하며 환우들을 상대로 약효에 비해 가격이 합리적인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적신약으로 분류된 품목

신범수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