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8 19:59 (일)
네트워크병원, 경쟁력 살리기 대안인가

네트워크병원, 경쟁력 살리기 대안인가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6.07.28 10:55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릴레이인터뷰]영리병원 시대의 국내 의료계 전략
[4인 인터뷰]네트워크 병원의 경쟁력을 말한다

"영리법인 의료기관 도입 문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

영리법인 도입 허용 여부를 두고 논의를 거듭해오던 정부는 10일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에서의 외국 영리법인 의료기관의 성과를 평가한 뒤 결정하겠다는 '신중론'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제 의료시장 개방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에서는 병원의 영리법인화로 인해 의료산업화가 앞당겨질 뿐 아니라, 국내 의료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우려하는 입장에서는 영리법인 도입에 앞서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인다.중·소 병의원들의 도산에 대한 두려움은 이러한 '시기상조론'에 불을 당긴다.

영리법인 도입 시기야 언제가 됐든 국내 의료계에 안겨진 과제는 '영리병원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 짜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국내 의료기관이 외국 병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응전략 및 이를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을 ▲의료컨설팅업계 ▲학계 ▲시민단체 ▲정부 등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네 차례에 걸쳐 들어본다.

※ 영리병원 시대의 국내 의료계 전략 <4>회에 앞서 최근 전략적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네트워크병원을 다룹니다.

<편집자주>



경영전략으로 부상한 네트워크병원 급속증가
주식회사형 의료기관 사전모델..."새로운 전략 필요하다"

 

의료기관 영리법인 허용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네트워크병원이 자주 거론된다. 병원 브랜드를 공유함으로써 브랜드 파워를 강화해 인지도를 높이고 비용은 줄이면서 수익을 높이는 효과적인 경영모델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네트워크병원이 영리법인을 허용했을 때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주식회사형 의료기관의 사전모델이라고 할 수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실제로 치과 네트워크병원인 예치과의 경우 2년 전부터 영리법인 허용에 대비해 지주회사형 병원설립과 병원 M&A사업을 준비해왔다.이지함피부과 역시 각 병원별로 자산평가를 마친 상태며 영리법인이 허용되면 곧바로 주식회사로 상장할 계획이다.

최근 2~3년새 네트워크병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도 이러한 관심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겠다.현재 국내 네트워크 병원은 대략 피부과가 하얀세상·고운세상·CNP·이지함 등 25곳, 치과가 예치과·모아치과 등 26곳, 한의원이 함소아 등 18곳에 이른다.이밖에도 다소의원·속편한내과 등 의원급도 12곳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네트워크병원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 병원과 환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형태라고 입을 모은다.

의료컨설팅업체 플러스클리닉의 김영상 본부장은 "네트워크 병원은 진료와 경영의 분리를 통해 효율적인 전문화가 가능하며, 공동구매를 통한 원가절감·공동광고 및 홍보를 통한 매출 신장효과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트워크병원이 경쟁력 있는 대안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한편에서는 네트워크병원에 가입하는 것보다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 급선무라는 조언도 나온다.네트워크병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3명의 대표원장들과, 의료경영학 전공 교수에게서 네트워크병원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4인 인터뷰

 

네트워크병원을 말한다


 "투자가는 브랜드 보고 선택할 것"
 
안건영 대표(고운세상네트웍스)

이미 의원급에서도 전문경영을 통한 운영방식이 대세다.최근 몇년동안 네트워크병원이 늘어나는 것도 그만큼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방증해준다.영리법인 병원 설립이 허용된다는 점을 가정하고 투자가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브랜드파워나 경영전략 면에서 체계적으로 갖춰진 병원에 우선적으로 투자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중요한 건 네트워크만 결성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이제 보다 효율적인 네트워크병원 운영방법을 생각해야 할 때다.개인적으로 의사가 움직이는 방안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본다. 4명의 의사가 네트워크병원을 차렸다고 가정해보자.4명이 모두 각자의 병원에서 모발이식을 하고 페이스리프팅을 할 필요는 없잖은가.고가장비를 병원마다 들여놓는 것도 비효율적이다.각각의 병원을 특화시켜 의사가 이동하면서 진료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해외에 진출한 병원과의 네트워크 구성 측면에서도 그렇다.이제 의사가 비행기 타고 순회진료하는 시대를 생각해야 한다.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경영노하우를 이제 병원 경영에서도 심각히 고려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의료기술로 뭉치는 건 위험"
 박인출 대표(예네트워크)

네트워크병원은 현재로서는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경쟁전략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아주 작은 몸부림에 불과하다.의료산업화를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네트워크병원이 성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영리법인 병원이 허용되는 등 의료산업화가 이뤄지면 네트워크병원이 아닌 체인병원 형태로 활성화돼야 한다고 본다.우수한 기술을 연구·공유하고 체계적인 경영 및 홍보전략을 구사하기에 가장 적합한 운영방식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병원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직의 이념과 방향성이 공고해야 한다.단순히 학연이나 지연·친목을 바탕으로 네트워크 병원을 결성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단기적으로는 브랜드를 공유하고 운영비를 줄이는 등의 효과는 있겠지만, 조직을 이끌어가는 확고한 방향성이 없다면 그 네트워크는 쉽게 무너지는 예가 많다.예네트워크같은 경우는 '인간중심적인 경영·진료' '나눔의 정신'을 모토로 전국병원을 하나로 엮는데 주력하고 있다. 분기마다 대표들이 만나서 평가를 매긴 뒤 등수를 발표하는 '살벌한' 워크숍을 갖기도 한다. 네트워크병원은 '기술'보다는 공감할 수 있는 경영전략이 핵심 키워드다.

 

 "네트워크 경쟁력은 떨어지는 중"
 함익병 대표(이지함피부과)

사실 네트워크병원의 경쟁력은 점차 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네트워크병원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네트워크 운영방식 자체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실제 네트워크병원을 운영하면서 원장들간의 의견충돌 때문에 손해를 본 경우도 있었다.가령 통합해서 경영하다보면 시너지효과를 얻기도 하지만, 열심히 일한 의사들의 수익을 상대적으로 덜 일한 의사들에게 분배해주는 격인 모럴헤저드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따라서 네트워크병원이 성공적인 대안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지주회사의 브랜드나 경영방식에 기대기보다는 각자가 독자적인 경영 역량을 키워내야 한다.단순히 브랜드만 공유할 뿐 진료나 경영면에서 특화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공멸하기 쉽다.

이지함피부과는 초기의 경영통합 방식에서 벗어나 각 병원별로 독자적인 경영을 꾀하는 방식을 택했다.고객을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건전한 인지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단 한 곳의 병원이라도 브랜드의 가치를 하락시키면 오히려 단독개원하느니만 못하다.자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진정한 네트워크다.

 

 "네트워크병원이 능사는 아니다"
 정기택 교수(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경쟁력을 갖기 위한 대안으로 네트워크병원이 정답은 아니다.병원끼리 모여서 규모를 키우고 공동교육·홍보 등의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자본이 필수다.자본을 갖고 있는 네트워크병원의 중앙 본부는 성공할지 모르겠지만 네트워크에 가입돼 있어도 그다지 실익을 보지 못하는 병원도 많다.

각 병·의원마다 다양한 대응방식을 갖추는 편이 더 실효성 있다고 본다.이를 위해서는 영리법인 병원 설립이 허용됐을 때, 또 외국병원이 국내에 줄줄이 들어올 때의 변화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통상 이야기되는 영향과 달리 우리 병·의원에게는 어떻게 다른 영향을 끼치는지를 파악해 내는 게 중요한다.

네트워크 병원은 그러한 변화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은 될 수 있지만, 아무런 전략적 노력 없이 무턱대고 네트워크 병원을 설립하거나 가입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오히려 단독으로 철저한 준비 끝에 개원한 의사가 네트워크 병원에 소속돼 있는 의사보다 성공정인 모델로 간주된 사례가 많지 않은가.

영리법인 병원 설립이 허용되도 중소병원에 비해 개원가에서는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보인다.외부 투자자들도 일단은 중소병원급 이상으로 투자가 몰릴 수밖에 없다.그러한 경쟁전개를 눈여겨보면서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는 게 과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