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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전문가 양심 따른 진료" 보장해야

영리병원 "전문가 양심 따른 진료" 보장해야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6.07.1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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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인터뷰] 영리병원 시대의 국내 의료기관 전략(2)
[학계]정기택 경희대 교수 vs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

"영리법인 의료기관 도입 문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

영리법인 도입 허용 여부를 두고 논의를 거듭해오던 정부는 10일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에서의 외국 영리법인 의료기관의 성과를 평가한 뒤 결정하겠다는 '신중론'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제 의료시장 개방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에서는 병원의 영리법인화로 인해 의료산업화가 앞당겨질 뿐 아니라, 국내 의료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우려하는 입장에서는 영리법인 도입에 앞서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인다.중·소 병의원들의 도산에 대한 두려움은 이러한 '시기상조론'에 불을 당긴다.

영리법인 도입 시기야 언제가 됐든 국내 의료계에 안겨진 과제는 '영리병원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 짜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국내 의료기관이 외국 병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응전략 및 이를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을 ▲의료컨설팅업계 ▲학계 ▲시민단체 ▲정부 등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네 차례에 걸쳐 들어본다.<편집자주>


영리법인 병원 도입

 

"시장정상화 위한 기본구조" vs "선결과제 더 많다"  

정기택 교수와 이진석 교수는 영리법인 병원 설립 허용과 관련해 활발한 논의를 펼쳐온 대표적인 학자들이다.

정 교수는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며 의료산업화 정책 추진의 선봉에 서 있으며, 이 교수는 그동안 '외국계 병원 설립의 타당성 검토'나 '국내 의료서비스 현황' 등의 보고서를 통해 영리법인 병원 설립이 타당하지 않음을 역설해 왔다.

두 교수는 영리병원 허용의 시기나 타당성 및 국내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 등에서 견해가 엇갈렸지만, 영리병원 논의를 둘러싸고 국내 의료환경이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는 문제의식을 함께 했다.특히 의사들이 "전문가적 양심에 따른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는 목소리가 일치했다.

<질문>

① 영리법인 병원 설립 허용에 대한 견해는?
② 영리병원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고 보는가.
③ 영리병원 허용 전, 혹은 그 후에 해결해야 할 제도적인 과제는?
④ 국내 의료계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한다고 보나?

 

"영리병원은 시장정상화 위한 기본구조"

 정기택 교수(경희대 경영대학 의료경영학과)


① 영리법인 병원 설립 허용에 대한 견해는?

-영리병원은 의료기관의 시장정상화 매커니즘을 만드는 기본구조라고 생각한다.다시말해 의료기관의 진입은 자유롭지만 퇴출이 불가능한 현 의료환경에서 진입과 퇴출을 자유롭게 함으로써 의료시장의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정상화한다는 의미다.

다른 사업과는 달리 의사는 의료기관을 설립할 때 자기 돈으로 자기가 직접 대출받아 자본을 조달한다.영리병원은 개원자금 조달방법을 다양화함으로써 돈 없어 개원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진입의 자유).또 의료법인을 합법적으로 정리할 방안이 없기 때문에 불법으로 병원을 이전하고 뒷돈 받는 등 일탈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합법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돼(퇴출의 정상화), 시장구조가 부드러워질 것이다.

중소병원의 위기를 우려하는데 사실 이 문제는 대학병원의 신증축으로 인한 도미노현상이지 영리병원 설립과는 무관하다.중소병원 경쟁력강화를 위해 개방병원·전문병원화를 적극 활용하고, 지역중심병원으로 거듭날 수 있는 역할을 준다면 중소병원의 위기를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② 영리병원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고 보는가.

-영리병원 논의에 있어 중요한 점은 '어느 부분을 영리병원으로 할 것인가'이다.사실 영리병원을 허용한다 해도 대형 영리병원이 설립될 가능성은 적다.영리병원이 마치 우리나라 전체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논지는 맞지 않다.특히 의료기관 혹은 의료이용의 양극화를 우려하는 것은 논점을 흐리는 발상이다.영리병원이 들어섬으로써 어떻게 변화할 것이란 구체적 논의없이 거대한 공룡을 그려넣고 그것이 국내 의료계를 파괴할 듯이 얘기하는 것은 소모적이다.

영리병원 도입은 여러 정치적 변수에 의해 그 도입시기가 변할 수 있다.중요한 것은 이제 구체적인 대안을 얘기해야 할 때란 거다.영리병원이 국내 의료 공급체계를 정상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점은 중요하다.

 

③ 영리병원 허용 전, 혹은 그 후에 해결해야 할 제도적인 과제는?

-병원 회계투명성 실현·의료법인 간 통합청산 활성화 등 그간 영리법인 병원으로 인해 기대되는 정책효과들을 얻어내기 위한 정책수단들이 필요하다.'의료병원 이사회 구성'과 같은 병원의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또한 자유롭게 자본을 조달할 수 있고, 시장진입과 퇴출이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투기성 투자라든지 헤지펀드 등의 장벽을 막아내는 장치를 마련, 장기적인 국가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영리법인 병원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유사한 책임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벤처버블때 투자가들이 돈을 벌어들였듯이 이익을 위해 뛰어드는 단기적인 투기성 자본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④ 국내 의료계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한다고 보나?

-원론적인 이야기 같지만 변화의 방향과 영향을 인식하고 그것을 자신의 의료기관에 대입해보는 자세가 중요하다.무엇보다 본인이 운영하고 있는 병원의 충성스런 환자들에 대해 잘 알야야 한다.의사가 환자의 주치의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수가체계 개선 등 정부지원도 필요하지만, 의사 스스로도 역할을 되찾도록 노력해야 한다.환자를 잘 이해할 때 경쟁력이 생겨난다.

현재 대학병원과 개원가가 경쟁하는 구도로 돼 있는데 각가 나름대로의 색깔로 경쟁할 수 있게 역할구분을 해 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영리병원보다 선결과제 더 많다"

 이진석 교수(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① 영리법인 병원 설립 허용에 대한 견해는?

-한마디로 시기상조다.현재 국내 의료환경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1차 의료의 붕괴 ▲의료기관간 양극화 ▲급·만성 병상의 수급불균형 세 가지라고 본다.의료이용이 대형병원으로 집중돼 개원가가 어려운데도 이에 대한 정부 분석은 없다.의원급 의료기관간 수입격차가 심화되고 있으며 급성병상은 넘치는데도 만성병상은 부족한 사태에 대한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영리병원 도입이 이러한 공급측면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해 줄지 의문이다.외부투자자들은 우선투자 대상자에게 몰릴 수밖에 없는데, 뒤처지는 대다수의 1차 의료기관이나 중·소 병의원을 둘러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떤 도움이 되겠나.물론 영원히 영리병원 도입을 반대하자는 건 아니다.현재 국내 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는 오히려 영리병원이 의료환경 개선의 장애요인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② 영리병원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고 보는가.

-영리병원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심어주는 것은 잘못이다.영리병원 도입 등으로 인한 의료산업화의 혜택이 누구에게나 돌아간다고 과대포장하는 것은 금물이다.영리병원 설립이 허용됨으로써 의사들이 '전문가적 양심에 따른 진료'를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인지 오히려 침해할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의사들에게 있어서나 국민 보건을 위해서나 의사들이 전문성을 살려 자유롭게 진료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최우선의 과제다.

 

③ 영리병원 허용 전, 혹은 그 후에 해결해야 할 제도적인 과제는?

-비영리병원이 '비영리성'을 구현할 수 있도록 공적으로 지원해주는 게 최우선이다.현재 대부분의 병·의원들은 이미 실체적으로는 영리병원이라고들 말한다.비영리성을 구현하기 위한 공적 지원 없이 규제만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리를 추구하게 된 것이다.따라서 우선 영리병원 도입을 논의하기 전에 비영리병원이 비영리성을 구현할 수 있도록 재정·행정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가령 1차 의료기관은 지역사회의 건강증진이나 질병예방 등의 역할을 주고 그러한 공익성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재정지원을 해줘야 한다.정부의 지원책 없이 영리병원 도입을 통해 '알아서 생존과 도산을 결정하라'는 것은 위험하다.

 

④ 국내 의료계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한다고 보나?

-물론 변화하는 의료환경에 대한 능동적인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특히 의료계 혹은 의협이 국민들의 의학적·경제적 이해관계와 일치하는 방향으로 의사들의 이익을 신장시켜나가는 전략을 세웠으면 한다.사실 현 의료체계에서는 의사와 국민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영리병원 역시 대다수 의료기관의 경제적 이익에 관계된 것이 아니며, 전체 국민의 의학·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도 아니다. 국민의 의학·경제적 이익과 상생하는 의료체계를 모색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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