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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5%수출하고, 복지부 나누자"

"의사 5%수출하고, 복지부 나누자"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6.07.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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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인터뷰] 영리병원시대의 대응전략 (1)
[컨설팅업계] 박인출 예 메디칼 인베스트먼스 홀딩스㈜ 회장

"영리법인 의료기관 도입 문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

영리법인 도입 허용 여부를 두고 논의를 거듭해오던 정부는 10일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에서의 외국 영리법인 의료기관의 성과를 평가한 뒤 결정하겠다는 '신중론'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제 의료시장 개방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에서는 병원의 영리법인화로 인해 의료산업화가 앞당겨질 뿐 아니라, 국내 의료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우려하는 입장에서는 영리법인 도입에 앞서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인다.중·소 병의원들의 도산에 대한 두려움은 이러한 '시기상조론'에 불을 당긴다.

영리법인 도입 시기야 언제가 됐든 국내 의료계에 안겨진 과제는 '영리병원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 짜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국내 의료기관이 외국 병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응전략 및 이를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을 ▲의료컨설팅업계 ▲학계 ▲시민단체 ▲정부 등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네 차례에 걸쳐 들어본다.<편집자주>

 

해외로 눈 돌리자
 

박인출 회장은 얼마전 충남의대 동문회에서 주최한 세미나에서 초청강연을 펼친 뒤 한 내과의사로부터 "병원간판을 내려야 할지 말지 고민"이라는 말을 들었다.박 회장은 선뜻 "함께 중국에 다녀오자"고 제안했고 중국 시장을 둘러본 몇몇 의사들은 입이 쩍 벌어져서 돌아왔다. 그후 충남의대 동문회는 자체적으로 해외진출팀을 꾸려 중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의료개방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해외진출'을 꼽았다.해외로 도피하자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함과 동시에 변화하는 의료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자는 의미다.

"외국병원이 들어와 국내 의료계를 잠식한다고만 생각해서는 곤란합니다.문을 열고 공세적으로 나가야 합니다.세계 각지에 골고루 한국 병원이 진출해 있으면 의료개방에 대비해 경쟁력을 강화함은 물론, 국내 의료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진출한 병원의 진료수입은 물론이거니와 의료장비·제약산업이 동반 진출할 수 있으니까요."

박 회장은 '의사 해외진출 캠페인'이라는 이색적인 제안을 했다.국내의사의 5%(4000명)만이라도 해외로 내보내자는 것이다.

"현재 환경을 살펴봅시다.국내 의료계는 잉여인력이 증가하고 있는 형편입니다.그 잉여인력의 가능성은 매우 큽니다.최고의 두뇌들이 모였고 진료기술도 우수합니다.수세적으로 국내 의료계 울타리에서 노심초사할 게 아니라 가능성 있는 해외시장으로 뻗어 나가야 합니다."
 

중국, 무서운 나라의 위협

박 회장은 이미 예치과 등 병원을 성공적으로 진출시킨 바 있는 중국을 예로 들었다. 지금은 한국보다 낙후돼 있지만 영리병원제 도입·사립병원의 진료비 자유화 등 획기적인 정책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이 머잖아 한국 의료를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국정부는 2000년 과감하게 의료개혁을 꾀했습니다.비영리병원(국영병원)과 영리병원을 분리시켜, 국영병원은 정부가 통제하는 반면 영리병원은 민간투자 및 외국투자에 의존했습니다.이후 민간병원은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죠."

대표적인 예가 안과 체인병원인 아이얼 그룹이다.박 회장은 이 병원의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안과 부문에 있어서는 한-중간 경쟁력이 뒤집어질 정도"라고 전한다.실제로 국내의 한 안과 병원이 중국시장으로의 진출을 추진했다가 아이얼 그룹의 기세에 눌려 포기하기도 했다.

"이미 중국은 한국이 좇아갈 수 없을 만큼 급성장하고 있습니다.우리도 '선 공공성강화 후 의료개방'이라는 무책임한 슬로건에만 빠져있지 말고 과감하게 의료산업화를 추진해야 합니다.의료 패러다임은 이미 바뀌고 있거든요.세계의 발빠른 행보에 맞춰 우리도 타이밍을 잘 맞춰 준비해야 합니다."
 

복지부를 둘로 쪼개자

박 회장은 복지부에 복수차관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폈다.제1차관은 규제를 통한 공공의료 발전을, 제2차관은 의료산업화를 도맡도록 하자는 것이다.복지부의 일이 이원화되는 셈이다.

"공공의료 30% 달성을 운운하는데 답답할 뿐입니다.공공성 강화와 의료산업화는 병행해야 할 과제입니다.영리병원이 허용되고 의료시장이 개방되면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는 데만 최소 3~5년은 걸릴 것입니다.외국병원에 대응해 경쟁력을 갖추는 기간을 감안하면 한시라도 빨리 의료산업화에 전력투구해야 합니다."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을 위한 펀드 조성방안도 제안했다.박 회장은 "정부와 제약사·의료기기 업체·병원 등이 참여해 1000억원 펀드를 조성하고, 정부 산하의 산업은행·수출입은행·KOTRA 등이 참여해 10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해외 병원진출을 활성화하고 의료산업에 투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의협의 역할도 강조했다.그는 "의협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의료기관의 해외진출을 도울 수 있는 기구를 구성하고, 의대 커리큘럼에 외국어 및 경영 과목을 포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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