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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와 병원의사 유니온

전공의와 병원의사 유니온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6.06.2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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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세브란스병원 정신과4)

6월이다. 월드컵 시즌이다. 새벽 4시에 이렇게 많은 한국 사람들이 깨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전국적으로 화합하는 분위기 때문인지 올해는 보건 의료 노조의 춘투가 예년에 비해서는 비교적 조용하게 마무리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또한 전공의 노조에 관한 관심도 조용조용 사라지고 있지 않은가 생각하는 즈음 '병원 의사 유니온(Hospital Doctor's Union, HODU)'의 설립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봉직의노조준비위원회 관계자가 만나서, 노조와 같은 법적 효력을 갖는 병원 의사 유니온을 설립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전공의 이후 전문의가 되더라도 봉직의들은 또다시 열악한 의료 환경에서 고용되어 일해야 하는 약자의 입장이라는 공통분모에서 의료 환경의 개선을 위한 큰 뜻을 함께 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전공의'라는 브랜드는 2000년 당시 그 가치를 부여 받았다. 자기희생을 하면서 환자를 진료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수련을 받으며 실제로 환자와 가장 많이 접촉하는 최전방에 있고 아직까지는 원죄에 자유로워 순수하다는 것이 전공의가 가진 긍정적인 이미지이다.

귀족 노조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고 밥 그릇 때문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의료 제도를 위하여 설립하는 단체라는 대 사회적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궁한 가운데 resource가 될 수 있는 것이 전공의라는 타이틀이다.

그 전공의라는 이름을 앞에 내 걸지 않고 사회적인 지지를 얻어 낼 수 있을지가 우려된다. 

또한 내부적으로도 전공의들이 전공의라는 이름을 버리고 '병원 의사'로써 유대감 및 동질감을 가질까 하는 우려가 든다.

주 100시간이 넘는 근무를 하면서 가벼운 월급을 받으며 최소한 수련을 마치지 전까지는 완전히 약자에 있어야 하는 전공의들의 고민의 본질이 그 과정을 마치고 또 다른 관점에서 고민하고 있는 봉직의들과 같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전공의들에게 병원 노조 설립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것 이외에 병원 의사로써 유니온을 형성해야 하는 것을 설득해야 하는 작업이 하나 더 생겨버린 셈이다.

튼튼하고 건실한 두 단체가 서로 연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에서도 이제 막 싹을 틔우려고 하는 두 단체가 손을 잡았다는 것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제한된 자원과 인력으로 운영을 하게 될 것인데 서로 간에 짐이 되어 버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물론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 믿고 선배님들이 많은 배려를 해 주시겠지만 의사 사회의 특성상 위에서 아래로 오더의 흐름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결국 전공의 관련 사항은 순위가 밀리지 않을까에 대한 노파심이 생긴다.

공감대 형성 및 동력을 갖기 위해서 일을 단순화 시켜야 할 때인데, 더 복잡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언제나 상황은 어려웠고 아쉬움은 남았다.

여러 가지로 많은 고민 끝에 나온 처방이라고 생각한다. 월드컵이 끝날 즈음 새로운 비젼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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