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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유전자검사, 어떻게 볼 것 인가

시론 유전자검사, 어떻게 볼 것 인가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6.06.2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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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임상유전체의학회장

"이 아이가 커서 판사가 되면 좋을지 검사가 되면 좋을지도 알 수 있고, 또 여기에 맞는 공부법까지 알려드리죠."

얼마 전 모 방송사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유전자상담사란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하니 자식을 둔 부모들을 한번쯤 혹할 수 있겠지만 이는 '유전자'를 빙자한 사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의료가 비의료인에의해 상업화됐을 때 얼마나 무모하고 맹랑하게 변질될 수 있는지 알게 해준 사례다.  

국제 컨소시엄의 노력으로 지난 5월 인간의 24개 염색체 가운데 가장 긴 1번 염색체의 해독이 끝나 16년만에 인간게놈 지도가 완성됐다. 이와함께 의과학계는 연이어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를 발견, 생로병사의 비밀을 풀어나가고 있다.

이렇게 알려진 유전자 정보는 이미 각 분야에서 긍정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친자확인·범죄수사를 비롯해 질환관련 검사·유전자치료·신약개발에 중요한 기전으로 쓰이는 등 차세대 바이오 분야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또한 의료가 민족간에 차이를 나타내는 유전체의 형상에 기준하지 않으면 그 효과나 데이터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개념, 즉 진정한 개별 민족의학의 필요성을 느끼는 계기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새롭게 밝혀낸 유전자 정보가 악용돼 사회적 충격이나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회적 충격으로는 평등해야 할 인간의 존엄성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신종 인간차별의 가능성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많은 부문에서 손해를 덜 보고 경제적 효율을 높이기 위해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교육·고용·승진·계약에서 차별하거나 출생을 제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문제로는 앞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학습유전자 혹은 키가 얼마나 클지 알려준다는 롱다리 유전자를 비롯해 호기심·성격 유전자 등 입증되지 않은 검사들을 무분별하게 행하는 것이다. 각기 어떤 성향을 나타내는 대사적 유전자에 마치 운명적인 것인양 별칭을 붙여 학부모들을 현혹하며 상처를 주기도 하는 등의 문제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의학·유전공학·철학 등을 바탕으로 최소한 대학원 이상의 과정을 이수해야 가능할 유전자상담 자격을, 비의료인이더라도 수시간의 교육이면 가능한 미래유망직종으로 선전한다. 이 과정에서 민간기관과 일반인들간에 많은 수강료를 받고 검사마케팅 강의를 주고받는 웃을 수 없는 해프닝이 행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전문가들도 해태할 수 있는 유전공학 검사상의 기술적 문제들도 있다. 한번은 유전자 검사 도입 초기에 기계자체의 허용오차 및 돌연변이 외에 판독, 정보처리 등에서의 오류가 있어 확인했더니 검사실 공기 내에서 부유하고 있는 엉뚱한 타인의 유전자가 있다는 것을 알아낸 적이 있다. 이후 주거래 검사실에 외부공기를 차단하고, 내부공기흐름이 일정한 클린룸을 갖추고 나서야 검사의 정확도를 확신할 수 있었다.

지난해 1월 1일부터 발효된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에 따르면 환자들을 오도할 수 있는 신체외관이나 성격에 관한 유전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전자검사는 할 수 없게 되었다.

또 환자의 동의에 관한 사항, 기록관리 및 보존, 차별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정보제공에 대해 주의를 당부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회 안전망의 확실한 이행을 위해 의료기관을 통해서만 검사를 의뢰하거나 실시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우리 의사들이 이러한 안전장치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영역을 혼돈하거나 위에 말한 여러가지 불법적인 일에 들러리를 서도록 유혹받는 일도 비일비재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여러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지만 의학적으로 유전자검사는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고 예후를 예측하고 치료를 결정하는데 중요하게 쓰인다. 문제는 누가 어디서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국내 임상분야에서도 질환 혹은 약물대사와 관련된 대사적 소인을 질병예방 및 효과적인 치료에 응용하고자 2004년 임상의들을 주축으로 대한임상유전체의학회가 창립됐다. 이를 중심으로 대사관련 유전정보를 질환예방을 위한 행동변이(Behavioral modification)나 영양치료, 약물의 선택에 이용하는 등 유전정보를 이용한 맞춤건강관리의 개념을 형성해 가고 있다.

인간의 유전자에는 외형에서부터 질병의 소인까지 모든 정보가 담겨있지만, 현재로선 유전자검사를 통해 100% '정답'을 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특히 인간의 질병은 유전적 요인과 함께 환경적 요인이 결합해 나타나는 것이다. 얼마든지 환경적 요인을 조절함으로써 발병시기를 늦추거나 막을 수 있으며, 의사들은 일반인들이 유전자검사 결과에 그릇된 믿음과 환상을 가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도 맡아야 한다.

유전공학의 발달, 유전정보의 일반화 및 공유화, 유전정보에 근거한 의학 및 바이오산업의 재편과 발달은 거역할 수 없는 대세이다. 이러한 발달에 건전하고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유전공학과 수요자의 중간에 위치한 의료인의 자세와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어야 할 최후의 보루로서 다시 한번 철학과 윤리를 확립하고 스스로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새로운 시기라 할 수 있다.

이제 의사가 인간의 신체뿐 아니라 인간사회, 지구환경, 우주의 균형을 지키는데 막중한 책임을 지녔다는 데 대해 누구도 반대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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