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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이 약사?…전문약 배달에 복약지도까지

알바생이 약사?…전문약 배달에 복약지도까지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6.06.1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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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내 '약배달' 극성...모두 불법
약국간 경쟁 심화에 약사들 도덕불감증 '심각'

서울 Y대학병원 로비. 한 환자가 병원에 설치된 무인시스템으로 처방내역을 근처 약국에 전송하자, 20여분 후 아르바이트생이 약을 들고 나타난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이 아르바이트생은 환자에게 약을 건네며, "이건 하루 2번, 이 약은 하루 3번 식후에 드세요" 등 일상적인 '복약지도'를 한 뒤 처방전과 약값을 받고 사라진다.

이같은 모습은 기자가 지켜본 1시간 동안에만 3번이나 똑같이 반복됐다. 속칭 '약배달'. 일부 문전약국들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생겨난 모습이다.

▲약국 아르바이트생(오른쪽)이 환자(가운데)에게 약을 건네주고 있다. 아르바이트생은 간단한 복약지도 후 처방전 원본과 약값을 받고 약국으로 돌아간다.

이같은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다. 약사법상 약국외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정한 조항에 위반된다.

관할 보건소 관계자는 "이 규정만으로도 업무정지 1개월, 재차 적발되면 약국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약사가 처방전 원본을 본 후 조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처방전 전자전송은 '조제를 준비하라'란 의미일 뿐), 약사는 환자를 만나지도 않고 복약지도를 아르바이트생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점 등에서 비난의 소지는 충분하다.

호객행위를 넘어선 불법행위...도덕불감증 드러내

해당 D약국에 전화를 걸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자, 약사는 "의사나 간호사 등 병원직원 소개로 온 환자들에게만 약을 배달해주고 있다. 일반인에게는 하지 않는다"고 발뺌했다.

오히려 "우리 약국 말고 다른 약국들도 그러고(배달을 해주는) 있는 줄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실제 약을 받아간 한 환자가 "병원과 전혀 상관없다"고 말했다는 점을 지적하자, "약을 배달하면 안된다는 것은 안다. 앞으로 배달하지 않겠다"고 선처(?)를 요청했다.

일반적인 탈법행위...보건소는 금시초문

이러한 탈법 행위는 약국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겨난 것으로 이 병원 근방에서 '환자 호객행위'와 더불어 매우 일반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일이었다.

기자가 근처 약국들에 전화로 배달 가능 여부를 문의해본 결과 거의 모든 약국이 "가능하다. 위치가 어디냐"고 물어왔다. 이들은 단 3일치의 약이라도 '성실히' 배달해 준다며 무인시스템으로 자신의 약국을 선택한 후 전화로 위치를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이 병원의 경우 진료과마다 무인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약배달' 사례는 하루에도 적게는 수십에서 수백건씩 이루어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들의 감시 책임을 가지고 있는 보건소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관할 보건소에 이같은 내용을 문의하자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당장 실사를 나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들이 확실히 위반한 약국외 판매외에도 여타 부분에 대해 위법 여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해 2000억원 이상 지불되고 있는 복약지도료. 복약지도는 '약사의 정체성'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 돈은 환자의 건강보단 약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부도덕한 약국의 치열한 경쟁속에 낭비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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