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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식대정책엔 산모에 대한 고려없다

시론 식대정책엔 산모에 대한 고려없다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6.06.0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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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덕 (산부인과의사회 학술이사)

2006년 6월 1일부터 정부는 병원 식대 비용을 보험에서 급여해주기로 결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 식대 급여화 정책은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 준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것이며 정책의 나아갈 방향에서 보았을 때 그리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미숙한 점과 소홀한 점 때문에 그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산부인과 의사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간과할 수 없는 몇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지적하고 싶은 문제는 이번 식대 정책은 산모들의 입장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특히 저출산이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지금 복지부 정책이 산모들에 대한 고려가 없이 일반식으로 제공하도록 정해졌다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결정이다.

산모들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하여 소실된 영양을 단기간에 보충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에 있을 뿐 아니라 모유 수유를 위하여 두사람분의 영양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추가 열량과 영양소를 필요로 한다.

이렇게 모든 의료 치료의 대상은 다 개별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치료 방법도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환자와 동일하게 산모에게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잘못이다. 그런 기준이라면 이번에 별도 신설된 치료식이나 멸균식이라는 것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산모식이 그런 치료식이나 멸균식처럼 따로 분류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전문가의 매우 안이한 판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두번째로 지적하고 싶은 문제는 식대의 원가 부분에 대해서는 산모든 아니든 모든 병의원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식대 뿐 아니라 모든 서비스는 인건비 부분과 재료비 부분 그리고 기타 관리 비용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인건비 부분 때문에 각 진료 분야별로 또 병원의 규모 별로 다른 원가가 들게 되고 따라서 식대 원가도 다르게 될 수 밖에 없다. 일시에 수백 수천명의 학생에게 가장 적은 조리 인원으로 급식을 제공하는 학교 급식가도 평균 2630원입니다.

그리고 그 식사질의 열악함은 뉴스 기사를 통해서 대부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하루에 한 두명에서 많아야 수십명의 식사를 주야간 관계없이 제공하는 산부인과 병의원에서 3390원의 비용에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원가 계산의 기본도 모르는 것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분만 건수가 수백건에 달하는 대형 병원의 경우 식사는 위탁을 주는 곳이 많으며 이 경우 위탁 단가도 4000~5000원대이다. 물론 병원 관리비라든가 전기세·수도세·배식에 소요되는 비용 등 관리비용은 일체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월분만 40~50건도 안되는 대부분의 산부인과 병의원에서는 3390원으로는 복지부 주장대로 '기본적으로 먹을 만하고 보편적인' 식사를 제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간단한 예로 월분만 12건 정도 하는 평균적인 산부인과 개원가의 경우를 예로 들면 2박 3일씩 입원하면 매일 한 명의 산모가 입원해 있게 되고 하루 4끼니를 먹게 되면 하루 식대 3390 X 4= 1만3560원이고, 한달이면 40만6800원이다. 조리사 인건비가 보통 120만원에서 130만원인 것을 감안했을 때 인건비에도 턱도 없이 모자라는 것이다. 즉 월분만 삼사십건 정도까지는 인건비도 안나온다는 계산이다.

무엇을 근거로 이 정도 가격에 산모들에게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인지 복지부 담당자는 근거 자료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아마도 산모식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다보니 근거 자료조차 없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개원가에서는 한끼 식대로 보통 7000원에서 1만원 정도 받고 있다.

사실 이 액수는 실제 식대 원가에는 미달이지만 산모들의 건강을 위한 의료진의 배려, 그리고 병의원간 상호 경쟁 때문에 손실을 감수하면서 제공하는 것인데, 이나마도 인정되지 않은채 보험 급여로 강제로 집행된다면 특히 규모가 작은 병원들의 경우 경영 압박이 더욱 심해지고 이는 결국 부실한 경영이 되며 나아가 부실한 서비스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일부 병의원에서는 산모에게 식사를 직접 가져다 먹게 하자고 말하고 있다. 아니면 정부에서 따로 기관을 설립하든 위탁업체를 정하든 지 해서 24시간 중 언제든 하루 5끼니나 6끼니로 산모와 가족의 불만이 없이 항상 따뜻한 식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라는 병의원들도 많다.

병의원은 식당이 아니며 의사는 식당 주인이 아니다.

산부인과 의사란 산모와 아기를 포함한 많은 국민들의 건강을 보살피는 의료를 시행하는 사람이다. 터무니 없는 식대 정책으로 인해 식사에 대해서든 의료 본연의 업무에 대해서든 언제나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산부인과 의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나라의 중추인 산모와 미래의 기둥인 아기들의 건강에 마이너스가 되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부와 여론 주도층들이 이번 식대 건을 산부인과 의사들의 밥그릇 챙기기 차원으로 왜곡해서 본다면 이는 국민 건강에 심대한 위협이 되고 의료 시스템에 또 하나의 부조리로 남게 될 것이다.

정부의 식대 정책은 산모식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정확한 자료를 수집하고 원가 분석 등 전면적인 재검토를 통해 산모의 영양 공급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는 식사를 모든 산모들이 차별없이 공평하게 먹을 수 있도록 산모식이 별도 신설되는 올바른 방향으로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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