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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수돗물 문제에 의사가 할 일 있다

시론 수돗물 문제에 의사가 할 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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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6.0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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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수헌 (서울의대 예방의학 교수)

▶ 의사의 사회봉사

2000년 의약분업 파동을 겪으면서 의사단체가 절실하게 깨달은 것 중의 하나가 의사, 의사단체가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이듬해 1월에 서울대 송호근 교수가 수행한 국민의식 조사연구에서도 이러한 사실은 그대로 입증되었다. 이에 의협은 사회적으로 주목 받을 수 있는 형태의 다양한 사회 봉사활동, 그리고 의협 내부에서 합리적으로 토론 가능한 공공성을 가진 이슈들을 개발하여 시민단체들과 정례적인 모임을 가지고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창구를 체계화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게 되었다.

2001년 3월에 발족된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는 '학대아동보호팀'과 같은 행동을 통하여, 그리고 2003년 우리나라의 대표적 환경 단체인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만든 '21세기 생명환경위원회'(2005년에 '녹색생명포럼'으로 개칭되었고, 신상진 국회의원과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음)는 국민의 건강에 직접 연관이 있는 생활환경운동과 더불어 환경과 건강을 지키는 활동에 보다 많은 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이렇듯 창구는 만들어졌고, 길게는 5년, 짧게는 3년의 경험을 통하여 운영의 묘도 축적되고 있다. 이제 이러한 창구를 통하여 국민에게 전달할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일이 중요하다. 컨텐츠는 국민이 가장 궁금해 하면서도 시의성을 띄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잘못된 지식과 관행으로 굳어져 가는 것이 있다면 잘못된 태도를 바꿀 수 있는 내용도 담아야 한다. 이러한 것 중의 하나가 수돗물에 대한 인식과 태도이다.

 

▶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인식

수돗물의 보급으로 국민의 위생 환경은 크게 개선되었고, 이에 따라 평균수명도 크게 증가되었다. 의과대학 예방의학 강의에서 언급되던 '밀스-라인케 현상'을 어렵잖게 떠올릴 수 있는 수돗물의 업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08년 9월 뚝도 정수장에서 수돗물이 공급되기 시작한 이래, 양적 공급에 치우쳤던 수돗물 정책이 양질의 수돗물 공급으로 선회한 지도 이제는 십수년이 되었다. 법정 수질기준 항목도 대폭 증가되었을 뿐 아니라, 서울시를 비롯한 광역시에서는 이와 별도로 120여개 이상의 항목들을 자발적으로 검사하고 있다. 잃어버린 신뢰를 찾기 위한 노력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수돗물을 신뢰하지 않는다. 수도사업자들은 이제는 안전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고 홍보하지만, 현실은 수돗물 대신에 생수나 정수기를 더 선호한다. 수차례의 여론조사 결과, 수돗물을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 그대로 음용하는 비율은 1∼5%대에 불과하다. 물론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비율이 수돗물의 신뢰도를 표시하는 절대적인 지표라고 확언할 수는 없다. 수돗물을 끓여 먹거나 또는 정수기로 걸러 마신다는 것도 원천적으로는 수돗물을 음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래도 미국의 75%와 비교하면, 1∼5%는 너무하다. 왜 마시지 않는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뚜렷한 이유가 있기보다는 수돗물을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 의사의 인식과 태도

올 3월에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이-메일을 이용하여 의사들을 대상으로 수돗물에 대한 인식과 음용 행태를 조사한 바 있다. 451명의 회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의사들의 식수 음용 행태도 일반인의 음용 행태와 다르지 않았다.

수돗물을 직접 음용하는 경우는 0.4%에 불과하였고, 수도사업자들이 발표하는 수질검사 결과자료에 대해서는 불신 37.1%, 보통 50.3%, 신뢰 12.5%로 불신의 벽 또한 높았다.

수돗물을 계속해서 마실 경우 건강에 심각한 문제 초래 18.8%, 건강에 심각한 문제는 없지만 건강에 좋지 않음 63.0%, 건강에 무해 18.2%로 나타나, 심각한 문제는 없지만 건강에 좋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환자가 수돗물의 직접 음용을 문의할 경우 권장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75.3%, 중립 21.6%, 권장 3.1%로 나타나 권장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면 지금의 수돗물은 건강에 좋지 않은가?

 

▶ 수돗물의 건강 위해도 평가

서울을 비롯한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는 수돗물 불신에 대하여는 동병상련의 심정이다. 국민들이 자체 연구소의 수질 검사 결과를 믿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민간인들로 구성된 감시기구(수돗물수질평가위원회)를 두고서 원수부터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여러 단계의 수돗물을 채수부터 수질검사까지 민간연구소에 의뢰하여 그 결과를 공개 발표하게 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수질검사 결과에 대한 종합적인 위해도 평가(risk assessment)도 시도하고 있다.

서울시만 하더라도 2002년에 민간연구기관에 '서울시 수질검사항목의 위해도 평가'를 의뢰하였고, 그리고 2005년에는 수돗물 불신의 원인이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설문 결과에 입각하여, 수돗물수질평가위원회의 수질검사결과에 대한 건강 위해도 평가를 의과대학 연구소에 의뢰하기도 하였다.

2005년에 의뢰된 연구 결과는 지난 4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시 수돗물의 건강 영향 평가' 로 발표되었다. 가정집 수도꼭지에서 받은 수돗물을 하루에 2리터씩 70년 동안 마셔도, 유리잔류염소, 총트리할로메탄, 클로로포름 등 소독 부산물을 포함한 유기물질, 무기물질(망간, 알루미늄, 잔류염소 등) 그리고 생물학적 인자(세균, 대장균, 바이러스)에서 건강상의 위해 요인은 검출되지 않았다. 각계에서 초청된 토론자 대부분도 동의하였다. 앞서 2002년에 수행된 위해성 평가도 같았다. 결론적으로 "수돗물을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의 의학적 근거는 현재로서는 없다.

 

▶ 의사가 해야 할 일

수돗물 문제에 대하여 의사가 그리고 의사단체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여야 한다. 그런데 참여의 방향은 의학적 근거에 입각하여 전문가다운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 낙동강 페놀 오염, 벤젠 검출 등 수돗물의 수질이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는 안전한 수돗물의 공급을 위하여 수도사업자를 압박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러나 의학적 근거 없이 수돗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물 사용의 태도까지 오도하는 상황에서는 국민으로 하여금 올바른 지식을 갖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수돗물에 대한 바른 정보와 지식을 토대로 건강의 전문가다운 인식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환자들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응하여야 한다. 편의성 또는 쾌적성에서 수돗물보다 생수(먹는물)를 선호하는 것은 수용할 수는 있으나, 막연히 수돗물이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수돗물 불신을 방조하거나 동조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릇된 인식을 방관하거나, 심지어 조장하는 것은 전문가 집단의 소명을 망각하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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