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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한테 맞춰 사는 임상의사 보셨어요?

'쥐'한테 맞춰 사는 임상의사 보셨어요?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6.06.0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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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림 회원(경북의대 신장내과 교수)

<김용림 회원>

이름

김용림(46)

소속

경북의대 신장내과, 생화학/세포생물학 교수

경력

1985

경북의대 졸업

 

1996~1997

미국 미주리대 박사 후 과정 수료

 

1996~

경북의대 조교수, 부교수, 교수

 

2004

보건복지부 임상연구사업기획단 기획위원

 

2004~2005

보건복지부 보건의료R&D 중장기계획수립 질병정복위원회 기획위원

 

2004~

대한신장학회 학술위원, 보험법제위원, 윤리위원, 투석이사

 

"동물 복막투석 연구 분야를 개척, 활성화에 공헌한 의사"
박주현 회원(가톨릭의대 의학교육학 교수)
"저는 가톨릭의대에 근무하는 박주현인데요, 저에게 한 수 가르쳐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소개할 김용림 교수님은 생전 처음으로 전화해서 다짜고짜 가르쳐 달라고 졸랐던 저에게 흔쾌히 본인이 가진 지식을 나누어 주신 분입니다.
2000년 제가 신장내과에서 일하고 있을 무렵이었죠. 김 교수님이 미국에서 쥐를이용한 복막투석을 공부하고 돌아오셔서 실험실을 직접 운영한다는 소문을 듣고 무작정 전화를 드렸습니다.
학교 후배도 아닌 제가 얼마나 당돌했을까요? 귀찮을 수도 있고, 어쩌면 미래의 경쟁자가 될 수도 있을진대, 김 교수님은 두 번 생각도 안하시고 선뜻 승낙해주셨습니다.
더구나 기차를 타고 대구로 찾아간 제게 김 교수님은 따뜻한 미소를 건네주시고, 실험실에서 얻은 귀중한 노하우만을 골라 일러주셨으며, 실험용 기구들을 기꺼이 나누어 주셨습니다.
당신의 연구실을 겸손하게 자랑하시는 모습에서 교수로서 느낄 수 있는 자신감과 만족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김 교수님을 이 코너에 소개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쁩니다.

이 분야에선 독보적인 존재이다 보니 그에게서 연구를 배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국내 의학자들은 물론, 해외에서까지 그의 자문을 얻으려는 시도는 이어졌다. 그런 문의에 대한 그의 대답은 언제나 'Yes'다.  힘들게 개척한 분야를 누구에게든 아무런 대가없이 개방하기로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동물 실험 분야를 처음 시작할 땐 어려운 점이 많아요. 마땅한 기구들도 구하기 어렵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죠.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게 감사하죠.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다 알려주면 뭐가 남느냐며 핀잔을주곤하는데, 전 같은 분야를 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공동 연구도 할 수 있으면 좋죠. 사실 혼자서 하려니까 좀 외롭답니다. 하하."

그는 배우겠다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나 연구 방법들은 물론, 동물 실험에 필요한 기구들을 나눠주는데도 적극적이다. 하기는 그동안 맨땅에 일구어 온 그의 연구 과정은 웬만한 노력과 정성 없이는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다.

"하루에 23번 쥐의 복막투석액을 갈아줘야 하는데, 이 시간을 놓치면 큰 일이라 주말이고 휴일이고 없죠 뭐. 쥐들도 수술을 마치고 나오면 어찌나 설치는지 작업이 까다로운 편이고요. 게다가 잘못해서 감염이라도 생기면 그동안 해 온 실험이 물거품이 되니까 어려운 점이 있어요."

 어디 그 뿐이랴. 쥐에게 맞는 실험기구들이 없다보니 미국에서 직접 들여오거나 아쉬운대로 만들어 써야 하는 형편이다. 의료용 실리콘에 구멍을 뚫어 투석관을 만들고 찍찍이를 잘라다가 쥐의 몸에 고정하는 식이다.

대학 시절 몸이 약해 신증후군을 앓았던 탓에 전공으로 신장내과를 선택했다는 김 교수. 이렇게 열심이다가는 자칫 건강을 해칠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손이 많이 가는데다가 환자 진료 시간 외에 별도의 시간을 들여야하는 기초 연구가 교수로서 자신의 본분이자 즐거움이라고 굳건히 믿고 있다.

"물론 임상의사로서 환자를 잘 보는 게 가장 중요하지요. 그런데 현 시대는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접목시켜 의학 발전에 기여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임상의사야말로 임상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알고 있고, 기초 연구결과를 임상에 바로 적용시킬 수 있는위치에 있으니까요."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중계연구'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김 교수야말로 중계연구에 앞장서고 있는 학자 중 한 명이니까.

앞으로도 조용히, 그리고 묵묵하게 연구활동에 매진하고 싶다는 김 교수. 자신보다 10년 늦게 시작한 사람들이 젊음과 패기로 10년쯤 더 앞서나가야 하지 않겠냐며 후학양성에도 적극적인 관심을보였다. 덕분에 휴식없는 그의 연구활동은 앞으로도 '전진'만이 남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덧붙임 : 내가 뺏는 한두시간이 그에게는 조금 사치스러운 시간인 것 같아 한켠으론 마음이 무거웠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서둘러 학교를 떠나 부산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한다고 했다. 그리고 주말 일정에 대해 한마디 덧붙였다.

"토요일에 학회에서 다녀오면 일요일엔 실험실에 나와 봐야죠. 제 스케줄은 쥐들에게 맞춰서 진행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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