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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보건의료개혁이 주는 교훈

유럽의 보건의료개혁이 주는 교훈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6.05.3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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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보건의료개혁] 기획시리즈(5·끝)

 


<글싣는 순서>

1. 유럽의 보험제도가 변하고 있다.
2. 영국은 왜 인두제를 폐지했나?
3. 네덜란드 보험제도는 시장경쟁체제에 뿌리
4. 프랑스 점진적 개혁 속 조심스런 공급자 통제 시도
5. 유럽의 보건의료개혁이 주는 교훈
 

  

지금까지 영국·네덜란드·프랑스의 최근 보건의료개혁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 결과 영국은 인두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반개원의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기 시작했고, 네덜란드는 시장경쟁체제에 뿌리를 둔 건강보험을 실시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 프랑스는 진료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건강평가기구·환자본인부담제 등의 정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영국, 인두제 폐지…인센티브제 시행

영국은 2004년 이전까지 인두제를 실시한 대표적인 국가이다. 그러나 환자 진료 대기시간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인두제를 폐지하고 '질 높은 의료제공에 대한 인센티브제'(QOF)를 시행했다.

영국은 QOF를 시행하면서 지불방식을 총액(GP 개인에게 인두제를 통해 진료비를 지불하는 방식에서 여러 명의 GP들이 모여서 진료하는 진료소에 총액으로 진료비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전환)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총액으로 진료비를 지불하면서 인두제보다 금액이 작아지다보니 GP들은 모자라는 비용을 채우기 위해 만성질환자 등을 진료하면서 인센티브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편으로 GP들은 만성질환자를 보는 등 업무가 많아지게 되자 하나의 진료소에 여러 명의 GP들이 근무를 하기도 했다.

 

의료서비스에 효율성과 경쟁을 도입

영국은 의료정책에 있어서 사회주의 복지국가 이념의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그동안 중앙집권적인 결정 방식으로 인해 정체되고 융통성 없이 운영돼 오던 의료서비스에 효율성과 경쟁을 도입해 유연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이러한 유연성 확보를 위해 무엇보다 각 진료소가 형편에 맞춰 자율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 내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고, 또 일부 서비스를 ISTCs에 위탁해 대기자 명단을 줄이는 데 노력했다.

또 진료소가 이차적인 병원 진료를 구매하는 데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환자들의 선택권과 만족도를 증진하고자 했다.

즉 진료소 단위의 의료체제가 강화됨으로써 좀 더 지역과 밀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환경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의료진의 자율성은 물론 환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만성질환자 수가항목 신설 검토 필요

고령화 사회를 맞아 만성질환 중심으로 질병 구조가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영국의 보건의료 개혁은 우리의 보건의료 제도에 대해 몇 가지 고려해 볼 만한 대책을 제시해 주고 있다.

다시 말해 QOF의 운영원리를 약간 변형시켜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수가항목을 신설함으로써 개원의들이 응급을 요하지 않는 만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응급·비응급 만성질환 치료와 관리가 혼재하는 현행 종합병원 체계를 효율적으로 개편시켜 의료비 절감과 더불어 환자의 편의를 도모하는 긍정적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경쟁체제에 뿌리를 둔 네덜란드 개혁

초기 네덜란드 Dekker 개혁의 모형은 먼저 수요자에게 질병금고를 선택하도록 허용해 보험료가 높은 질병금고는 퇴출되도록 하는 바탕 위에서 질병금고와 의료공급자간의 시장경쟁을 유도했다. 이를 통해 진료비 비용의 지출이 적거나 아니면 의료의 질이 좋은 공급자가 시장에서 살아남게 하는 방법을 꾀했다.

그러나 2006년 개혁 이후 의료소비자인 일반국민, 의료공급자, 그리고 보험자인 질병금고에 대해 효율성을 제고시키기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했다.

네덜란드는 기본형의료보험에 민간보험회사를 참여시켜 보험료나 상품 등을 경쟁시켰다. 이는 정부가 중앙기금(Central Fund)에 의해 모은 기금으로 보험회사가 상대적으로 위험한 가입자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위험보정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네덜란드 의료계 내부서도 의견 분분

의사회는 보험회사와 의료제공자와의 계약 형태에서 보험회사가 병원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병원은 파산할 수도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또 의료계에 심한 경쟁 현상을 초래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의료계 내부에서도 개혁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이 체제에 대해 주치의는 반대하고 있고 전문의는 찬성하는 입장이 많다는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의사회에 따르면 이러한 계약의 형태에 대해 의사회의 입장은 찬성이지만 특별히 의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는 없다. 그 이유는 적자생존의 원칙이며, 이런 경쟁체제가 결과적으로는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체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체제 출범에 대한 향후 동향과 각 계의 의견들을 주목해 볼만한 국가 사례임에는 틀림이 없다.

 

프랑스, 의사의 자율 최대한 존중

프랑스의 개혁 중 주의깊게 봐야 할 부분은 평가정책이 우리나라와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평가를 위한 조직이 있으나 '권고'할 뿐이지 강제하거나, 의사에게 패널티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평가정책에 대해서 아직 시험적인 운영을 하고 있고, 의사들도 그 효율성에 대해서는 반신반의 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가의 경우도 정해진 수가는 '권장가'일 뿐이고, 특히 전문의의 경우 자의적으로 진료비를 더 받을 수 있다.

또 수가협상에 있어서는 보험자와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에 임하며, 협상된 수가에 대해 의사회의 최종 자문을 얻어야 한다는 점 등이 주목할 만하다.

 

총액예산제 부작용…DRG로 전환

한편 프랑스는 2004년 사립병원을 중심으로 오랜동안 고수해왔던 총액예산제를 폐지하고 프랑스판 DRG라 할 수 있는 T2A(질병별정액에 의한 행위별수가제) 제도를 도입했다.

그 이유는 총액으로 예산을 편성하다보니 병원에서 이를 투명하게 사용하지 않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며, 비용이 조금 더 들어가더라도 총액예산제보다 투명한 DRG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던 것.

이는 DRG를 도입하고 총액예산제로 가려고 하는 우리나라 정책의 큰 흐름과 상반된 것으로 좀더 세부적인 관찰과 분석이 요구된다.

 

민간 영역 최대한 존중해야

영국·네덜란드·프랑스의 보건의료개혁을 살펴보면면 국가의 간섭과 개입을 늘리는 것보다는 민간의 영역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매우 다른 것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시 말해 영국은 중앙집권적 정책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들에게 인센티브라는 유연성을 부여하고, 네덜란드는 보험 자체를 시장에 맡김으로서 적자생존을 요구하고 있다.

또 프랑스는 최근 평가정책 등을 도입해 조심스럽게 통제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의사들의 자율성은 존중하고 있다.

결국 민간의 영역이 건강보험체계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민간 영역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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