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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노인수발보험제도 제대로 하자

시론 노인수발보험제도 제대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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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5.2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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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준(부산시의사회 정책이사)

▲ 안광준 (부산시의사회 정책이사)

지구상에서 가장 노령화가 빨리 진행되는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노령화 현상에 따라 치매, 중풍과 같은 수발을 필요로 하는 노인인구는 급증하는데 반하여, 현대 사회의 특징인 핵가족화, 여성들의 사회진출의 증가 등으로 인하여 가정에 의한 수발에 한계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구 고령화에 따른 돌봄 수요는 급증하는데 반해 개개 가족의 수발기능은 약화되는 사회현상을 초래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개개 가정의 문제에서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 전환하여 만성질환으로 인해 수발을 받아야 할 노인들과 그의 가족들의 복지를 증진시켜 삶의 질을 개선시키고자 하는 것이 이 제도 도입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취지에서 봤을 때, 수발을 필요로 하는 것은 기존 장애인들도 마찬가지이므로, 이러한 장애인들도 포함시켜서 모두가 적용대상에 해당 되도록 하는 것이 형평성의 논리에도 맞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존의 건강보험제도와 앞으로 시행하려는 노인수발보험제도를 연계시키는 데에는 많은 모순점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공적사회보험인 건강보험제도의 목적인 의료보장과 노인수발보험제도의 목적인 단순 수발과는 그 지향하는 목표가 아주 상이하다는 점을 우리 의료계는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므로 앞으로 도래할 노인수발보험제도의 허실과 나아갈 올바른 방향에 대하여 우리 의료계는 심각하게 토론하며 대처해 나갈 수밖에 없다.

우선, 앞으로 초래될 수 있는 노인 수발 보험제도의 4가지 가능한 유형부터 살펴보자

첫째는, 공적사회보험 방식이 아닌 사회서비스 방식을 채택하여 지역밀착형의 사회부조방식을 채택하는 방법이다. 국가가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하고, 노인성 치매나 중풍같은 질환을 껴안고 있는 어려운 가정들을 돌보아 줄 결심과 정책이 확고히 섰다면 정부와 지자체도 경제적, 인력적 부담을 안을 만반의 준비와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어려운 각오 없이는 큰 결실을 거둘 수가 없는 것이다. 단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으로 전 국민들로부터 건강보험료나 조금 더 올려 걷어서 노인 수발이 필요한 가정에 현물급여나 현금급여를 나누어 주고 말겠다는 정부의 뼈를 깎는 노력이 없는, 안이한 발상만으로는 이 제도가 쉽게 성공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 방식의 책임 관리 주체는 지방자치단체가 되며, 재원조달은 국고보조와 지방재정으로 행해진다.

둘째는, 현재의 정부만으로서 20세 이상의 건강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여 건강보험료와 연계된 노인수발보험료를 징수하는 공적사회보험 방식이다. 이 방식은 가입자는 20세 이상의 모든 건강보험 가입대상자인데 반해 수혜자는 60세 이상의 노인성 질환자 수발로서, 가입자와 수혜자가 일치가 되지 않아 공적부조의 사회보험원리에 부합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정부안대로 20세 이상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강제가입제도로 굳이 시행하려면, 60세 이상이라는 연령에 국한할게 아니라, 수발필요에 따라 수혜대상자를 전 연령으로 확대시켜야 한다. 그래야 공적 사회보험의 성격에 맞게 된다. 이 방식은 급여 산정과 지급 주체는 건강보험관리공단이 되겠다.

셋째는, 60세 이상 피부양자의 세대주를 대상으로 하여 노인수발 보험제에 가입시켜 시행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가입자 와 수혜자가 딱 일치되어 공적 사회보험의 본래의 의미에 합당한 방법이며, 정부와 지자체가 비교적 많은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되는 사회 서비스 방식에 가까운 모형이다. 이 방식의 책임주체는 정부와 지자체이며 재원조달은 국고보조와 지방재정 그리고 가입자 보험료로 이루어진다.

넷째는, 입법예고된 노인수발보험제도를 폐기시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제도는 아직도 약 60% 수준의 보장성 밖에 유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노인수발보험제도 실시 전에 충분한 시설과 인적자원이 확충되지 않았으므로 또 하나의 사회보험인 수발보험제도를 도입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의 기본이념이 고령이나 노인성 만성질환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들에게 신체활동이나 가사지원 등을 하여 노후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가족부담을 덜어주어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그 숭고한 목적을 두고 있으므로, 우리 의료계가 무한정 반대만 하다가는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이렇게 4가지 가능한 노인수발보험제도의 방향을 정리해 보면서, 앞으로 우리 의료계가 필히 대처해 나가야 할 방안을 강구해 봐야겠다.

첫번째로 주장할 것은 시작 처음부터 공적사회보험제도로 밀어 붙일것이 아니라, 사회서비스 방식이 채택되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할 것이며, 정히 재원조달이 어려우면, 60세 이상 피부양자의 세대주를 대상으로 하는 노인수발보험제를 우선적으로 먼저 시행해 보는 것이 좋겠다. 그러다가 수발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재원이 고갈되게 되면, 그때가서 20세 이상의 모든 건강보험가입자를 대상으로 영역을 차차 확대시켜도 될 것이다.

두번째로 중요한 사항은 현행 노인수발보험제도는 의료서비스를 완전해 배제하고 노인수발에 국한시켜 놓았으므로, 기능회복을 위한 재활 서비스의 측면에서 봐서도, 실질적인 노인요양보장기능이 상실되어 있다. 그러므로 노인수발보험제도가 의료적인 처치와 연계될 수 있게 의료와 복지서비스의 통합 제공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노인수발보험제도의 도입은 2018년에 가서는 우리나라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14.3%에 달하는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는 것을 감안해 볼 때, 거의 불가피한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재원조달의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처음부터 생색내기용의 노인수발보험제도로 어설프게 출발했다가는 국민생활에 별 도움도 주지 못하면서, 차라리 시행 안 하는 게 더 나았던 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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