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8 13:45 (일)
임상시험엔 의약품말고 의료기기도 있다

임상시험엔 의약품말고 의료기기도 있다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6.05.17 12:01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약청, '의료기기 임상시험 활성화 방안' 발표…병상 및 시설 제한 폐지
"고부가가치 창출면에서 의약품 보다 긍정적일수도" 전망

집중취재-새롭게 떠오르는 의료기기 임상시험시장 앞날은?

의료기기 임상시험 시장이 의료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이 '의료기기 임상시험센터'와 의료기기위원회를 만든 데 이어, 지난해 말 고려대 구로병원도 이에 합세했다. 여기에 식약청이 지난 11일 '의료기기 임상시험 인프라구축 방안'을 전격 발표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의약품을 중심으로 임상시험센터를 운영해 온 의료기관이 의료기기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함과 동시에, 의료기기 임상시험의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대두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식약청, '인프라구축 방안' 마련

식약청은 이번 '의료기기 임상시험 인프라구축 방안'을 통해 의료기기 임상시험의 활성화와 체계화를 동시에 잡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은 식약청장의 별도 지정절차 없이 대학부속병원 또는 2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에서 의료기기 임상시험을 시행할 수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임상시험의 공정성 및 전문성 등을 기준으로 의료기관의 시설 및 병상 기준에 관계없이 임상시험을 실시할 수 있게 된다. 즉, 개원의도 자격을 갖추면 임상시험을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식약청은 의료기관 내 IRB가 없어도 지정된 IRB를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한다.

또 식약청은 임상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빠르면 이번 달 안으로 임상시험 전문교육기관을 지정, 당장 다음달부터 교육을 실시해 의료기기 임상시험의 활성화를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오용석 서울의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는 "의료기기는 의약품과 달리 사용목적·방법·기간이 매우 다양하며, 안전성·유효성을 단계적으로 평가하는 대상이 아니다"며 "특히 성형외과·비뇨기과 등의 특정 품목에 대해선 대형병원 보다는 전문병원이나 개인의원에 피험자 대상환자가 많을 수 있어 임상시험 센터 지정 범위를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식약청 방침을 환영했다.

이성희 식약청 의료기기안전정책팀 사무관은 "의료기기산업은 성장잠재력이 큰 차세대 핵심전략산업이며, 고령화인구 증가와 맞물려 더욱 시장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의료기기 임상시험을 활성화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국내 의료기기 산업을 활성화하고 해외 수출을 적극 돕는 한편, 다국적 의료기기 임상시험을 적극 유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임상시험 발전가능성 무한대?

의료기기 임상시험 시장이 필요성이나 중요도에 비해 그동안 간과됐던 것을 고려하면, 식약청의 이번 발표는 시기적으로 필연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식약청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01~2005년 5년동안 62건만이 승인됐고, 이는 같은 기간 의약품 승인건수 439건의 1/7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지난해 의료기기 다국가 임상시험 건수가 이제 겨우 1건을 기록해(의약품 분야 95건), 다국가 임상 유치 실적도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 다시말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것이다.

이 사무관은 "미국 FDA에서 2003년 허가한 의료기기 품목 중 18%가 임상시험을 필요로 할 정도로 의료기기 임상시험의 비중과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산자부·복지부 등을 통해 정부가 그동안 1600여억원을 보건의료분야 기술개발에 투자한 만큼, 개발된 기술이 제품화를 밟는 과정에서 의료기기 임상시험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로 지난 3월 승인된 '의료기기 다국가 임상시험'에서 국내 연구 책임을 맡은 박승정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는 "다국가 임상시험의 총 책임자를 맡을 경우 막대한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의료기기 및 임상시험 산업 차원에서 봐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산업 활성화…관심과 투자 필요

의료기기 임상시험의 성장 가능성만을 보고 준비없이 무턱대고 의료기기 임상시험에 뛰어드는 것은 금물이다.

식약청은 6월 중으로 임상시험센터를 설립 조건 중 시설 및 병상 기준을 철폐한 고시를 발표할 방침이기는 하지만, '연구 책임자의 전문성 및 신뢰성'이란 또다른 평가 기준을 세우고 있다.

이 사무관은 "연구 인력이 정해진 지침에 따라 체계적으로 연구를 실시할 수 있는지, 관련 분야에서 충분한 경험과 능력을 갖췄는지, 유관 진료과목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사전 실사가 있을 것"이라며 "현재 의료기기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있는 전국 50여개 의료기관 모두가 승인을 받지는 못할 것이며, 지정 IRB도 전국에 3~5개 정도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시설 기준 보다는 전문 인력의 역할이 중요한 의료기기 임상시험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의료진 및 의료기관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의료기기 임상시험의 산업화 및 활성화의 관건이 되리란 전망이다.

의료기기 인허가 컨설팅업체 메디헬프라인의 박옥남 대표는 "전세계적으로 임상시험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앞다투어 유치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의료기기 임상시험을 활성화하고 다국가 임상시험을 유치하기 위해선 의료기관과 연구 책임자의 확고한 의지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당장은 임상시험의 수요가 많지 않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의료기기 임상시험 분야가 오히려 의약품보다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효자 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수한 연구인력이 의료기기 임상시험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전문성을 키운다면 궁극적으로 의료기기 임상시험의 활성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