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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정부가, 생색은 제약사가"

"돈은 정부가, 생색은 제약사가"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6.05.1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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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벡 환자부담 '0원' 노바티스 "접근성 높였다" 강조
실제론 암환자 급여혜택 80%⇒90% 늘리며 가능해진 일
회사측 "무상으로 먹겠다는 거냐" 주장하더니 입장바꿔

논란 끝에 글리벡 환자부담금이 0원으로 결정되자 정작 이를 반대하던 한국노바티스측이 오히려 '자신의 공'을 주장하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노바티스는 최근 글리벡 국내도입 5주년을 맞아 글리벡은 환자부담금이 없다는 점과 자사가 약값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의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가지 사안은 전혀 별개의 문제임에도 회사측이 국민들로 하여금 "노바티스 덕분에 고가약을 무상공급 받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려 하고 있다고 환자측은 비난하고 있다.

글리벡,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해 9월부터 정부의 암환자보장성강화 조치로 글리벡 환자부담액은 약가의 20%에서 10%로 낮아졌다. 이 조치 이후 월 27만원 수준이던 부담액이 없어져 환자들은 이 약을 무상으로 복용할 수 있게 됐다.

환자부담금을 '0'으로 만들기 위해 지출되는 환자 1인당 매달 27만원이란 금액은 순전히 건강보험 재정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측은 자사가 환자지원 프로그램 유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본인 비용부담 없이 공급받게 된 것이라고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글리벡 약가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 온 강주성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어차피 정부재정에서 나가는 돈 가지고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손 안대고 코 풀려 하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노바티스의 백혈병치료제 글리벡

한국노바티스의 환자지원 프로그램이란 2001년 글리벡 도입 당시 지나치게 높은 약가에 항의하던 국내 환자들을 달래기 위해 회사측이 2003년부터 매출액의 10%를 환불해주기로 약속한 것을 의미한다. 당시 환자들은 이 약속을 믿고 1정당 2만 3000원이라는 가격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었다.

결국 한국노바티스는 3년전 환자들의 요구에 밀려 제시했던 정책을 정부의 보장성강화로 가능해진 성과와 연결시키고 있다는 것이 환자측과 시민단체의 지적이다.

오히려 노바티스는 환자가 비용부담없이 약을 복용하는 것을 강력 반대했던 입장이었다. 정부 발표가 있던 지난해 9월 노바티스측은 "약을 무상으로 먹겠다는 것이냐"며 27만원의 절반인 13만 5000원씩 환자와 회사에게 나눠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또 "13만원 정도는 내고 먹어야 약에 대한 순응도도 생긴다"는 주장도 펼쳤다.

하지만 이 계획이 환우회와 시민단체의 반발로 무산되자, 회사측은 마치 환자를 위해 내린 결정인 듯 이를 '역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최종석 전 백혈병환우회장은 "환우회와 시민단체가 회사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겠다고 하자 별 수 없이 등 떠밀려 결정해 놓고 이제와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매출도 뛰고 이미지도 높이고

환자부담금이 없어져도 노바티스가 한국으로부터 벌어들이는 돈은 전혀 줄어들지 않지만, 보장성강화 이후 매출액이 급증해 오히려 회사측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2004년 169억원에 불과했던 보험급여 청구액은 지난해 328억원으로 두배나 증가했다. 한국노바티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명확한 요인 분석을 제시하지 않았으나 "월 27만원에 부담을 느끼던 일부 환자들이 약을 먹기 시작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글리벡의 국내 최고 연구가로 알려진 김동욱 교수(가톨릭대 성심병원)는 "백혈병 환자들의 생명이 연장되고 유병률이 늘어나면서 글리벡의 매출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글리벡 환자부담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정부도 제약회사 때문도 아니다"라며 "첫 도입 때부터 투쟁해 온 환자들이 자생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알 길 없는 환자들과 언론매체를 향해 한국노바티스는 '환자부담금 0원은 환자를 위한 회사의 철학 때문'이란 메세지 전달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한국노바티스 직원들조차 이런 '회사의 철학'에 대해선 사뭇 헷갈려하는 모습이다. 이 회사 항암제사업부 관계자는 "제약사는 약을 개발, 공급하는 주체이지 약에 대한 접근은 국가가 알아서 할 일이다. 회사의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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