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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경쟁'으로 '영리'병원 만든다

'전략적 경쟁'으로 '영리'병원 만든다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6.05.04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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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시장 개방과 국내 의료기관(상)
 -외국병원 국내 상륙 '초읽기' 들어갔다!

 의료시장 개방과 국내 의료기관(하)
 -'전략적 경쟁'으로 '영리'병원 만든다

 

 

영리병원,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지난 3월, 시민단체가 아닌 의료계에서 영리법인 병원 허용을 반대한다는 주장이 공식적으로 제기됐다.대한개원의협의회가 "영리병원 도입시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병의원의 존립기반이 흔들릴 것"이라며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대개협이 우려한 것은 중소병원의 경영난이었다.대개협은 성명서에서 "의료계 한편에서는 현 건강보험제도의 문제점과 의료제도의 비민주성을 혁파하기 위해 영리병원 인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의 불합리한 규제를 막아내려다 자칫 중·소병원의 생존권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서비스육성대책위윈회(위원장 문영목)도 지난 달 11일 열린 회의에서 "영리병원 도입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을 의료계와 협의하는 게 전제돼야 한다"는 '시기상조론'을 공식 입장으로 발표했다.

영리병원 설립 허용에 대한 찬성 의견이 대체로 의료계에서 나오는 점을 감안할 때, 의료계 내부에서도 영리병원 반대의견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외국병원의 국내 상륙이 가져올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이 제시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일차적으로 '자본력에서 밀리는' 중·소병원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리병원 설립과 의료시장 개방은 찬반 논란을 떠나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이란 지적을 귀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의료시장 개방과 관련해 열린 한 TV 토론회에서 김방철 의료발전연구소장은 "의료시장 개방은 선택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으로서의 개방"이라고 표현했다.국내 시장이 점차 자율화·개방화 되고 있는 시점에서 의료시장 개방 역시 막을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허대석 서울의대 의료정책연구실장(서울대병원 내과)은 "영리병원이나 의료시장개방은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현대의학은 필수적인 것 외에 부가적이고 선택적인 치료분야가 크게 발달했기 때문에 이러한 '선택적' 의료행위는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경제자유구역에서의 보건의료시장 개방의 파급효과와 정책방향' 보고서에서는 "외국의료기관에 시장을 내어주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인식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외국 의료기관이 국내에 들어옴으로써 얻는 여러 편익에 대한 보상이라고 보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의료계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건강보험제도 등 외국 의료기관과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어떻게 이용, 극복하느냐 하는 방법론의 문제로 귀결된다.

 

외국병원 물결 속에서 살아남기

최근 의료경영 컨설팅업체에서 주최하는 각종 세미나나 강연회에서 '의료시장 개방'은 단골메뉴로 등장한다.'의료시장 개방에 과연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는 많은 의사들을 끌어모은다.특히 '성공한' 개원의들이 소개하는 경영 노하우는 외국병원까지 뛰어든 무한경쟁체제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비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치과 네트워크 병원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의료경영 컨설팅업체 대표까지 맡은 박인출 예네트워크 대표는 "진료·경영·자본이 분리된 전문경영"으로 의료시장 개방 환경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영리병원이 들어서면 기업·전문 경영인이 의료기관 운영에 참여하기 때문에 의사들의 입지가 축소되고 진료의 부가가치가 하락한다는 불리한 측면이 있지만, 자본조달이 쉬워지고 경영기법을 전수받기가 훨씬 수월해진다는 유리한 측면도 있다"며 "이제 영리병원 시대에는 경영은 경영전문가·변호사·컨설턴트사에 맡기는 등 경영·자본·진료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외국의료기관과의 연계와 협력을 통해 외국 의료기관에 빼앗긴 시장 점유분에 대한 이익을 최대한 얻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서는 "국내 병원은 건강보험 수가 때문에 외국병원과 경쟁의 출발이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수단을 써야 한다"며 "외국의료기관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중에 가능한 한 국내 의료기관도 연계되도록 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사연에서 제시된 협력 방안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인력 분야이다.보고서는 "국내 의료관련 인력에 대한 교육·훈련을 미국에서 받게 할 가능성이 높지만, 국내 의과대학 등의 교육기관과 공동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할 수도 있으므로 이 부분을 집중공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외국병원이 들어와도 모든 인력을 외국의료진으로 채울 수는 없다.인천 경제특구 NYP 병원도 외국 의료진은 10%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나머지 90%에 해당하는 의료인력을 국내 유수병원에서 스카우트하거나 공개채용을 통해 '준비된' 인력으로 채울 것으로 전망되므로, 이에 대한 국내 의료계의 대비가 필요한 부분이다.

NYP병원 이전에 송도 진출을 추진했던 PIM 한국 에이전트 이성용 씨는 "PIM에서 미국에서 수련할 전공의를 모집한 결과 7명이 최종까지 올라갔지만 영어실력이 갖춰진 한 사람만 채용됐다"며 영어실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기택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의료경영학과)는 "각 병원에서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보다 이미 영리병원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국내 병원을 영리법인으로 인정해주고 대신 그에 따른 의무를 지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한 뒤 "외국병원으로의 국내 의료진 진출을 위해선 영어 뿐 아니라 국제화 마인드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의료개방 원한다"
   [미니인터뷰] 원대은 제주도의사회장
 

오는 7월부터 외국 영리법인 병원 설립이 허용되는 제주도.제주도의사회는 인천에 비해 인구·지리적 여건이 열악한 제주도의 환경적 특성을 감안, 획기적인 개방을 꾀하자고 주장했다.

-의료시장 개방에 관한 제주도의사회의 로드맵은?

정부는 제주도에서 의료와 요양을 접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버타운은 시설·장비 등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가 많이 든다.쉬운 것부터 개방했으면 좋겠다.중국·대만 등의 인접국가 환자를 유인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기술이 앞선 미용·라식·임플란트 등의 분야를 활성화했으면 한다.'쌍꺼풀 수술 후 썬그라스 끼고 관광한 뒤 쌍꺼풀 생긴 눈으로 귀국한다'는 컨셉 정도면 좋겠다.

-정부에서도 의료와 관광을 연계한다고 발표했다.

애초 제주도에서 제주특별자치도법안을 만들 때 내세운 안이다.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잘 할 수 있는 분야' 먼저 개방하자는 것이다.무턱대고 외국병원 들어와 규모 있는 병원을 설립하는 것은 제주도 환경에 맞지 않다.우선 지나치게 큰 배팅없이 기존 도내 의료기관에서 잘 할 수 있는 분야부터 활성화해 해외 환자를 유치해야 한다.그것이 국내의료기관이 사는 길이다.

-외국 환자가 쉽게 유치될까?

어렵겠지만 중국·대만 등 인접국가에 한해 제주도 '노(no)비자' 입국을 보장했으면 좋겠다.이왕 제주특별자치도라면 획기적으로 시작하자.비자 때문에 번거로운 상황을 없앤다면 미용 등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를 해외에 적극 홍보할 수 있는 기회다.외국환자 유치에 있어 가장 난점은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인데, 우선 시스템만이라도 구축돼야 커뮤니케이션 극복 문제로 넘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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