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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약 분리보단 전문성 확보가 핵심"

"식품-약 분리보단 전문성 확보가 핵심"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6.05.0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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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 해체 두고 약계-식품업계 팽팽한 대립
각 분야 전문성 확보 위한 계기돼야 지적도

▲ 3일 개최된 '식약청 폐지' 토론회. 약계와 식품계가 '식약' 분리를 두고 팽팽한 의견차를 보였다.

현 식약청 조직을 해체하여 식품 업무를 담당할 식품안전처를 설립하고 의약품은 복지부 부서로 통합하려는 정부측 방안에 대해 관련 직역의 극명한 의견차가 드러났다.

이들은 식품과 의약품 업무를 분리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해 의견을 달리했으나, 분리 자체에 대한 논의보단 각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나라당 정형근·문희 의원이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개최한 '식품의약품안전청 폐지, 과연 국민건강을 위해 바람직한가'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식품(학)계와 약(학)계, 정부측은 8개부처에 흩어져 있는 식품업무 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으나 이를 위해 별도의 부처를 신설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격렬한 찬반토론이 벌어졌다.

정부안을 마련한 곽노성 국무조정실 국민건강TF 전문위원은 식품안전처가 식품업무를 총괄하게 함으로써 정책 일관성을 확보하고 식품사고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곽 위원은 "의약품은 전문가의 도움하에 사용되지만 식품은 국민이 직접 판단해야 하므로 서로 다른 관리방식을 요구한다"며 "복지부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에서 벗어나 법령을 제정할 수 있는 정책기관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토론자로 참여한 약학계 관계자들은 식품과 의약품을 분리함으로써 건식이나 한약재 등의 안전관리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범진 강원약대 교수는 "경계가 모호한 식품과 의약품은 분리대상이 아니라 상호보조적이고 유기적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관계"라고 말했다.

정세영 경희약대 학장 역시 건강기능식품에 논의를 집중했다. 그는 "건식에 많이 사용되는 한약재 중에는 독성이나 마약성을 갖고 있는 것들이 많아 전문적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며 "식품안전처를 신설하면 이런 인력을 새로 육성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라며 현 조직을 유지하며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식품계를 대표해 참석한 신동화 전북대 교수는 현 식약청 조직으로 식품업무를 통합하는 것은 부처이기주의 등 요인으로 힘들다며 별도의 관리부서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는 "식약의 모호함은 법으로 설정이 가능하고 건식은 식품범주로 관리할 수 있다"며 "전문가는 참여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또 "부처이기주의와 기득권을 털어버리고 정부는 결단할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곽노성 국무조정실 국민건강TF 전문위원 역시 "건식 관련 문제가 중요하지만 행정정책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며 "외국의 경우 건식을 의약품정책이 아닌 영양정책 일환으로 인식하고 관계 기관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논의가 식약의 분리, 건식의 관리주체에 집중되는 것은 '각 분야의 전문성 확보'라는 핵심과 거리가 멀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임동석 가톨릭의대 교수(임상약리학)는 "현재 식약청에 석박사가 600명인데 이들 대부분은 동물실험, 독성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이라며 "전문분야가 다른 인력이 의약품 인허가 업무를 맡고 있어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제품 인허가 비용을 사용자(제약사 등)가 부담하는 'User Fee' 제도를 활성화해 예산을 확보하고 이를 전문인력 영입으로 연결시켜 업무의 전문성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FDA도 식품과 의약품을 동시에 다루고 있는데 우리는 왜 분리하려 하는가"는 주장에 대해 그는 "미국의 경우 11개 정부부처에 식품업무가 산재돼 있고 FDA가 이를 통솔하지도 않는다"고 일축했다. 임 교수는 FDA와 식약청을 동시에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이번 토론이 '식품/건식의 헤게모니를 놓고 다투는' 직역이기주의로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양기화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은 "약계는 식품과 의약품이 모두 자신의 영역이라 주장하고 있다"며 "특정 분야 출신들이 행정을 점유하고 있는 까닭에, 소비자보다 업계 입장이 강조돼고 이 때문에 식품사고가 끊이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결단으로 식품관리행정의 일원화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원희목 대한약사회장을 비롯 각 약학대학 교수, 약사회임원 등이 대거 참석, 식약청 분리 반대 의견이 나올 때마다 환호 했으며 식품계측은 토론회장 주변에서 취재기자 등과 접촉하며 입장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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