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8 19:59 (일)
뇌의 비밀 풀 날 멀지 않았다

뇌의 비밀 풀 날 멀지 않았다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6.05.02 19:06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ET-MRI 개발 시험 단계…2~3년내 상용화
신경과학·영상의학 눈부신 발전 계기

뇌를 열어 보지 않고도 마치 손금을 보듯 뇌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지난 달 20일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는 개원식을 열고, 세계 최초로 PET과 MRI을 결합한 퓨전영상시스템(PET-MRI Hybrid System)을 선보였다.

개원식에는 장비의 우수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MRI를 개발한 노벨상 수상자 리차드 언스트 교수, fMRI를 개발한 세이지 오가와 박사 등 세계 관련 석학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세계를 놀라게 한 이번 장비의 개발로 의학의 미래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 뇌과학연구소가 선보인 PET-MRI 모식도와 촬영 결과물.

 PET-MRI와 뇌과학의 미래

PET은 뇌세포의 생리학 및 분자과학적인 변화를 볼 수 있는데 비해 해상도가 떨어지고, MRI는 뇌의 단층을 촬영해 해상도는 좋지만 유전자 및 분자과학적인 변화를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fMRI 역시 혈류의 변화를 관찰할 수는 있지만, PET의 기능을 대체할 수는 없다.

이번에 선보인 장비는 PET과 MRI를 일직선 상으로 연결, 기존 장비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모아 뇌세포의 유전자 및 분자과학적 변화(HRRT)를 0.2mm 초고해상도(MRI 7.0T) 3차원 영상으로 보여준다. 고성능 장비로 꼽히는 MRI·HRRT·fMRI 등보다도 한차원 진보한 장비로 평가된다.

PET-MRI는 분자과학적 변화를 미리 감지, 뇌종양·알츠하이머·뇌출혈 등은 물론 우울증·정신분열증·자폐증 등 뇌질환의 발병을 미리 차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으며, 유전자의 기능을 시각적인 영상으로 관찰함으로써 유전자 단계에서의 이상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됐다.

조장희 가천 뇌과학연구소장은 "이미 장비의 개발은 끝났으며 시험을 거치고 있는 단계"라며 "2~3년 내 장비가 상용화되면 신경의학과 뇌과학, 영상의학의 눈부신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수천억 달러의 요양비 절감 가능

가천길재단은 이번 장비 개발에 640억원을 투입한다. 이번 프로젝트에 MRI 7.0T와 관련 기술을 기증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지멘스를 비롯, '실시간 수술용 PET-MRI 입체영상시스템'의 공동 개발을 제안한 하버드대학의 인적·물적 지원을 포함하면 단일 프로젝트로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길재단은 이번 프로젝트로 거둘 부가가치가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길 재단은 "PET-MRI의 개발로 인해 혜택을 볼 수 있는 환자가 정확히 얼마나 될 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세계적으로 수억명에 달하는 뇌 관련 질환 환자들이 직간접적인 혜택을 입을 것을 고려할 때 수천억 달러의 요양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5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14.8%가 치매·중풍 등 뇌질환으로 요양·보호를 받아야 하며, 비용으로 환산하면 4조2000억원에 달한다. 더구나 뇌질환 환자는 2020년 114만명으로 늘어나 연간 8조 4000억원의 요양비가 필요할 것이란 전망.

이밖에도 뇌질환이 고령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고령화 사회로 인한 사회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의료기기 산업의 발전 토대

현재 연간 60억 달러 규모인 세계 의료영상기기 시장이 이번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5년 뒤에는 약 10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PET-MRI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며, 향후 지적재산권을 공동소유하게 될 지멘스의 마케팅 활동을 고려하면 PET-MRI 시장이 연간 20억 달러 이상으로 커질 것이란 예측이다. 게다가 이미 인천시가 지멘스와 공장을 설립하는 조건을 타진하고 있어 한국 의료기기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찮으리란 의견도 있다.

김영보 가천의대 교수는 "연구센터와 생산공장이 같은 지역에 입지할 경우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멘스가 중국에 근접해 있는 한국에 공장을 세울 가능성도 있다"며 "공장이 한국에 세워지면 국내 의료기기산업의 발전 토대는 물론 향후 한국이 뇌의학 및 의료기기의 선진기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72년 CT개발, 1975년 PET 개발, 1970년대 중반 MRI 개발, 1992년 fMRI개발. X선이 개발된 이래 지금까지 새로운 영상의학 장비가 개발될 때마다 의학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중풍·알츠하이머·치매 등의 명확한 기전을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뇌과학 분야는 현대의학의 남은 과제라고 할 정도로 미지의 분야로 남겨져 있다. 세계적인 의료기 회사인 지멘스와 명문대학 하버드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PET-MRI가 뇌과학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가 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노벨 생리-의학상 한국인 0순위로 꼽히는 조장희 박사는 이번 퓨전영상시스템 개발의 일등공신이다. 1975년 현대 PET 시스템의 원형을 개발했고, 1985년 세계최초로 MRI 2.0T를 만든 조 박사는 급기야 2006년 세계 최초로 PET-MRI 영상을 선보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PET과 MRI의 장점을 모은 새로운 영상시스템을 개발하기까지의 과정을 들어봤다.

- 어떻게 개발하게 됐나?

PET과 MRI에 대해 잘 알고 있어 큰 도움이 됐다. PET은 분자영상을 구현해주지만, 해상도가 낮다는 게 단점인 반면, MRI는 초고해상도를 갖고 있지만 분자영상을 표현하지 못한다. 그 둘을 결합한다면 뇌의 구조와 생리를 세밀하게 볼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디어도 중요했지만, 세계적으로 신경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HRRT·MRI 7.0T와 같은 고성능 장비가 개발되는 등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졌다. 물론 이길여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막연한 꿈에서 그쳤을 것이다.

- 현재 개발 단계는 어디까지 진행됐으며, 상용화는 언제쯤?

임상시험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어 곧 결과를 발표할 것이다. 좀더 좋은 영상을 확보하고 완벽한 영상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150여명의 의학·수학·물리학·전자공학 등 관련 연구원들이 불철주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미 장비는 개발돼 있는 상태이므로 앞으로 2~3년 내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PET과 MRI를 연결할 때 완벽한 차폐시설을 갖추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MRI 7.0T는 초고자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옆에 있는 PET 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있다. MRI의 자장이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중삼중으로 무려 70cm 길이에 500톤 가량의 두꺼운 차폐시설을 만들었는데, 여기에만 20억여원이 들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민간에서 국가적인 사업을 진행했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인 만큼, 가천 뇌과학연구소가 세계적으로 뇌영상 분야를 선도하는 명실상부한 국가 센터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뇌과학 분야는 '마지막 과학'으로 불리울 정도로 미지의 분야다. 전세계 연구원들이 이 기술과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신경과학과 의학의 발전을 한층 앞당길 수 있기를 바란다. 연구원들은 이를 위해 계속해서 연구활동을 활발히 진행할 것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