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8 17:53 (일)
시론 생동성시험제도 제대로 운용하라

시론 생동성시험제도 제대로 운용하라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6.04.26 10:23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기화 의협 의무이사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지난 3월 말경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시험대상 의약품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생동성시험 대상 성분이나 생동성시험을 하지 않고 판매하던 3500여 품목을 재평가하여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우리나라의 제대로 된 생동성시험기관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생동성시험이 졸속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생동성시험이라는 생소한 용어가 알려진 것은 2000년 의약분업이 강제 실시되면서 약계에서 들고 나온 대체조제요구에 대하여 생물학적 동등성이 입증된 제너릭약품이라면 대체조제를 허용할 수도 있다는 의료계의 대응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동성시험은 제너릭의약품을 사용하는데 있어 최소한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약계에서 요구하는 대체조제를 위한 방편이 되어서는 안된다.

생동성시험은 약물을 인체에 투여하는 임상시험의 일종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생동성시험은 대부분이 약대 또는 전문수탁기관에서 이루어져왔고, 제대로 구비된 병원시설 등을 갖춘 의과대학 연구팀은 외면되었다.

그리고 생동성시험의 신뢰성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들이 식약청 주위에서 떠돌았고, 식약청에서도 생동성시험과 관련된 자료를 내놓기 꺼려 온 것도 사실이다.

인터넷을 통하여 국내 생동성시험 기관들의 몰염치한 행태를 고발하는 제보에도 애써 외면하던 식약청에서 3월말경 갑작스레 생동성시험 병원·약대 등 15곳을 전면 실사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생동성시험기관의 내부고발자가 국가청렴위원회에 '생동성시험결과를 보고하는 과정에서 자료가 조작되었다'는 고발한 것이 계기였다고 한다.

해당 기관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식약청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덮으려는 듯하지만, 또 다른 기관에서 문제가 있음이 밝혀져 관련분야에 엄청남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 생동성시험 체계에 대한 불신감이 점차 커가는 상황에서 생동성시험을 확대하는 것이 무리라고 하는 의료계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이 건은 단순하게 한 제약회사의 해당 제품에 국한되는 사항이 아니다. 2004년 후반에 생동성시험 실적이 지지부진하자 식약청에서는 소위 생동성입증품목 위탁생산이라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생동성시험제도의 도입 초기에 대체조제의 실현가능성이 낮고, 생동성시험에 소요되는 비용에 부담을 느낀 제약사가 생동성시험 실시를 주저하여 실적이 저조하였기 때문이다. 즉, 생동성시험 통과 품목은 건강보험의 약제급여비를 오리지널의 80%까지 인정하는 제도와 병행하여 생동성입증품목 위탁생산제도를 통하여 생동성시험 통과품목을 늘리려는 속셈이 있었던 것이다.

이 제도는 약사법 시행규칙을 교묘하게 활용한 것으로 현행 법령상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일반 제조업의 위탁생산제도와는 그 맥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관계 법령을 심도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3월 30일자 <의협신문> 기사에 따르면 2004년 말을 기준으로 하여 생동성을 인정받은 품목은 모두 2555개 였으나 실제 생동성시험이 이루어진 것은 30%인 762품목에 불과하고 61%인 1557품목은 위탁생산을 통하여 생동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근당의 오리지널 약품인 딜라트렌정과 생동성을 인정받은 카베디아를 생산하는 대웅제약에 위탁생산을 의뢰하고 있는 제약사는 무려 29개에 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생동성인증품목 위탁생산제도가 어떤 허울을 쓰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제도는 품목허가만 받아내고 생산은 타회사의 생산시설을 이용하여 자사 제품명을 달아서 팔고 있어 소비자를 우롱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방편으로 의약품의 위탁생산제도를 활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상표만 다른 동일한 약품이 심지어는 보험약가 마저도 차이가 나는 웃기지도 않는 상황에 정부와 업계가 모두 반성해야 할 것이다.

최근 생동성조작파문에 관한 보도를 하는 일부 신문에서는 그동안 생동성시험에 투입된 제약업계의 비용을 적게는 1200억원에서 많게는 2000억원이라는 추계하고 있는데 이는 제약업계와 약계의 입장을 고려한 잘 못된 추계이다. 2006년 3월 현재 국내 생동성인정 의약품 3907품목 가운데 실제 생동성시험을 실시한 품목은 1200품목이 되지 않을 것이며, 비용도 많이 잡아서 600억원정도로 추산된다. 심지어 비용을 깍아준다는 수탁기관의 시험비를 고려한다면 그보다 훨씬 적은 비용이 들어갔을 것이다.

이번 생동성시험 조작파문을 보면서 정책이 불완전하면 많은 분야에서 피해를 입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게 된다. 2003년 충분한 준비없이 졸속으로 시작된 생동성시험제도가 이번처럼 시험결과를 조작하는 사태를 맞게 된 것은 시험자의 연구윤리의 실종을 탓하기에 앞서 그동안 확대에만 매달려 제도의 보완을 소홀히 한 정부당국의 책임이 더 큰 것은 아닐까? 또한 문제가 있음에도 즉각적인 행정조처를 미루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이 시점에서 2004년의 PPA 사건이 떠오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선진국에서 의약품생산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이유는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를 치료하기 때문에 그 파급효과가 엄청난 까닭이다. 정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생동성시험을 단순하게 대체조제를 도입하는 방편으로만 여기지 말고 제대로 된 의약품이 공급되도록 관리감독에 철저해야 할 것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