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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넓고 의료 수요는 무한하다"

"세계는 넓고 의료 수요는 무한하다"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6.03.2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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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의료관광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 세미나 개최
태국· 싱가포르 모델 삼아 한국도 의료관광 수요 창출 호기

지난 22일 코엑스에서는 의료서비스산업 육성에 필요한 새로운 수요 창출의 돌파구로 해외환자 유치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무역협회·한국관광공사가 공동주최하고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조선일보가 후원한 이번 '의료관광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는 외국환자 유치에 성공한 외국의 현황과 우리나라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이 심도깊게 논의됐다.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

외국인환자 싱가포르 26만명, 태국 51만명으로 꾸준히 증가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외국인 환자수는 지난 2000년 16만5000명에서 2002년 21만2000천명, 2003년 23만명, 2004년 26만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오는 2012년에는 100만명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는 의료허브화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전략을 동원하고 있다. 조유진 무역연구소 연구원은 "싱가포르는 해외 의료광고에 대한 법규정을 완화하고 치료를 받기 위해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한 입국심사를 간소화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환자를 겨냥해 비자 신청과 숙박시설 알선 등을 편리하게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센터도 구축돼 있다. 또한 우수한 의료브랜드와 연계하기 위해 의과대학을 유치하고 저명한 종합병원과의 합작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의들의 진료비나 병원 의료비 견적, 약품가격 데이터를 발표함으로써 가격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다.

싱가포르 내 의료기관 중 대표적인 성공케이스로 꼽히는 파크웨이 홀딩스(Parkway Holdings)의 경우 발렛 파킹은 물론 언어별 통역요원이 상시 배치돼 있는 등 호텔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태국은 휴양과 치료를 결합한 컨셉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태국의 경쟁우위 산업인 관광과 의료산업을 연계한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태국 상무부와 관광청이 후원과 홍보에 매진한 결과 외국인 환자수는 2002년 38만명에서 2004년 51만명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태국은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와 주식시장 상장을 허용했다. 그 결과 2005년 9월 현재 320개의 민간병원 중 13개가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다. 또한 민간병원들의 의료수가 책정을 자율화하고 민간보험을 허용했으며, 각종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의료서비스산업의 활성화에 불을 지피고 있다.

태국에서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범룽랏병원(Bumrungrad Hospital)의 경우 시설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 가장 큰 매력이다. 입원비의 경우 20달러 수준으로 미국의 150달러에 비해 부담이 없다. 척추수술비도 6000달러에 불과해 미국의 2만 달러에 비하면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 600여명의 스탭 가운데 미국 의학박사 소지자가 200명에 달한다. 2004년 기준으로 총 90만명의 환자 중 외국인 환자가 35만명이며, 국적은 154개국으로 매우 다양하다. 범룽랏병원은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병원 안에 비자연장 데스크를 설치하고 있으며, 한국어 등 12개국 언어를 지원할 수 있는 홈페이지와 통역요원을 갖추고 있다.

2005년 국내 외국인 진료실적 가운데 해외 거주자는 0.7%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관의 외국인 진료실적은 2004년에 8만573명, 2005년에는 10만7244명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대부분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며, 해외에서 거주하는 외국인이 진료받는 경우는 2004년 451명, 2005년 757명으로 전체의 0.7%에 불과하다.

외국인 환자의 국적은 중국(23%)·미국(22%)·일본(13%)이 가장 많으며, 유럽(9%)·러시아(8%)·캐나다(6%)·동남아(7%) 순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102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외국인 환자의 병·의원 방문경로를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경험자 소개'가 30.4%로 가장 많았으며, 홈페이지(12.7%)나 친지 소개(7.8%)가 그 뒤를 이었다. 이윤태 보건산업진흥원 의료산업경영팀장은 "국내 의원급 의료기관은 특정 고급 의료서비스를 중심으로 선진국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있으며, 병원급 이상은 고난이도 의료서비스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중국 등의 국가들에 비해 질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많은 의료기관들이 해외환자를 진료하고 있으며, 해외환자 유치에 적극적인 의료기관들은 해외환자들에게 일반수가를 적용해 보다 나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병윤 International SOS KOREA 지사장은 "우리나라는 유리한 지정학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홍보가 부족하고 국내 병원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며 "비자발급이 까다롭고 외국인을 위한 응급의료시스템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 지사장은 "중국·러시아 등 타깃 국가를 정해 집중하고, 전문 의료인력 배치와 응급시 필요한 헬리콥터 등 이송수단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전담 정보센터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용진 코앤씨 한중여행사 사장은 "현행 우리나라 의료법 조항의 제약으로 해외 홍보는 극히 제한돼 있다"고 전제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에 소개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돼 있어 외국인환자 유치 활동에 어려움이 크다"며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또 앞으로 의료사고에 대한 준비가 요구된다며 의료사고에 대한 보험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해외환자 유치 정부 차원 적극 지원

현수엽 복지부 보건의료서비스혁신팀장은 국내 환자들이 원정 진료를 떠나는 주된 이유로 ▲공여자를 찾지 못한 장기이식 ▲시민권 취득을 위한 원정 출산 ▲프라이버시 보호 등을 꼽았다. 그는 문제의 핵심은 수출보다 수입이 많다는데 있으므로 해외 환자를 적극 유치해 무역수지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팀장은 국내 의료의 현실과 관련, "성형이나 암 치료 등 폭넓은 분야에서 우수한 의료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기술대비 가격경쟁력이 있으며 한류 등 문화적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장점이 있다"며 "반면 한국 의료수준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의료외적 서비스가 미흡하며 외국 환자를 적극적으로 진료하기 위한 유인체계가 부족한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환자 유치에 성공하기 위해선 적절한 가격 설정과 서비스 질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력 분야와 가격은 서비스를 제공할 병원에서 정해야 한다"며 "정부는 경쟁력 있는 가격 도출을 위해 인근 경쟁국의 주력 분야와 가격에 관한 정보를 적극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의료기관의 질을 보증하는 방식으로 신뢰도를 향상시킨 태국의 예를 들면서 초기 시장 개척을 위해 기본 인프라와 서비스 제공체계가 갖춰진 병원에 대해 인증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치료 목적의 입국자에 대해 비자를 간소화하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광고의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의료기관과 여행사간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고 외국인 전담 코디네이터 양성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적극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현 팀장은 "해외 환자 유치는 정부와 의료기관이 합심해서 협력해야 가능한 분야"라며 "정부는 의지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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