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 육성·외산기기 가격 인하 기대
PACS·ECG·초음파 등 국제 경쟁력 갖춰

빅브랜드의 아성을 넘기 어려운 MRI·CT 등의 고가 의료기기 보다는 소모품·진단기기 등의 의료기기를 중심으로 국산화를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산화를 통해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육성은 물론, 외산 의료기기의 가격인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국내 종합병원·전문종합병원 148곳을 대상으로 조사·작성한 '의료기관 설문조사를 통한 의료기기 산업 진흥방안 마련'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의사들은 소모품·부속품의 교체가 잦은 의료기기와 치료 및 처치에 사용되는 1회용 소모품, 응급 상황과 관련이 적은 진단기기를 중심으로 국산화를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인공호흡기·혈액투석기·인큐베이터 등 사용 후 일정시간이 지나면서 소모품·부속품의 가격이 장비가격을 상회하는 제품군과 체외진단기·특수진료재료 등 치료나 수술 등에 직접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의료기기 등 가격이 제품 선택에 중요한 요인이 되는 품목을 꼽았다．

MRI·CT 등 고가 의료장비의 경우 외국계 회사의 아성을 넘기 힘든데다 종합병원에서는 법인 자금으로 제품을 구입하기 때문에 최신·최고의 장비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밀도와 안정성 등을 우선시하는 제품일수록 상대적으로 기술경쟁력보다는 가격경쟁력이 우수한 국산 제품이 경쟁에서 밀리는 현상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표1>국산 의료기기 사용현황

응답자들은 또 수술기구 등 시장가격이 평준화되어 있으며 국내 기술 수준이 외국 못지 않은 제품, 내시경 영상시스템 등 개원가에서도 널리 쓰이는 제품 등은 향후 국산화가 필요하며, 지속적으로 모든 의료기기를 국산화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료기기의 국산화를 통해 국내 의료기기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물론, 외산 의료기기의 가격을 20~30%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국내 시장이 외산 의료기기의 독점시장일 때에는 수입 의료기기의 가격이 높을수 밖에 없었다"며 "그러나 국산 의료기기가 개발됨으로써 수입 의료기기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낮추지 않기 위해 가격을 급속히 인하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진단영상/저장 관리시스템·디지털혈압계·의료영상저장전송장치(PACS) 등은 국산제품 등장 이후 가격이 50% 가량 인하됐으며, 의료용레이저수술기의 경우 가격이 약 93% 내려갔다．

한편 조사에 응한 의사들은 PACS의 경우 진단방사선과 의사의 73.5%가, ECG와 복부용 일반초음파진단기의 경우 각각 내과 의사의 17.6%가 국제 경쟁력에서 다른 장비보다 월등히 높은 평가를 받아 해외 진출 가능성을 열어뒀다.

<표2>국제경쟁력이 있는 국산 의료기기 품목

김은아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