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건보재정 안정화대책 시행 이후 4년만인 2004년 말 현재 당기 수지 1조 5679억원, 누적 수지 757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2년 이상 기간을 단축한 것이다. 정부가 잘해서라기 보다는 의료계의 엄청난 희생과 고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복지부가 건보 재정 흑자분을 엉뚱하게 암조기검진비용으로 전용할 움직임 보이고 있어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25%씩 부담하던 암조기검진 비용을 10%로 축소하는 대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50% 부담하던 것을 80%로 확대하는 내용의 암조기 검진사업실시 기준개정안을 복지부가 마련해 입법예고를 했다. 국민의 부담을 덜어 주겠다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냐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사리에 맞지 않는 면이 있다.
어렵게 건보 재정을 흑자로 돌려 놓은 만큼 이제는 어떻게 쓸 것인지를 심사숙고 해야 한다. 정부의 일방적인 각종 규제와 불합리한 의료정책을 묵묵히 감내해 온 의료계에 일부는 되돌려 주고 나머지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여 나가는데 써야 마땅하다.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적정 진료를 보장할 수 있는 아무런 대책도 없는 상태에서 건강보험 본연의 사업도 아닌 건강검진사업의 보장성을 확대하는 데 건보 재정을 쏟아 부어서는 안된다.
어떤 이유로든 암조기검진비용에 대한 공단의 부담률을 확대하는 방안은 수용할 수 없다. 암조기검진사업을 통해 국가암관리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데 굳이 반대하지는 않지만 그 비용을 건강보험 재정으로 커버하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재정 흑자분은 당연히 수가를 현실화하고, 불합리한 초·재진 산정기준 개선과 환자 수에 따른 차등 수가제 폐지 등을 통해 의료 서비스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데 쓰여져야 옳다. 복지부의 암조기검진사업 실시 기준개정안은 너무나 문제가 많기 때문에 철회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