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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처방률 공개…의료계 강력 반발

항생제 처방률 공개…의료계 강력 반발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6.02.1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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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번호·주소 등 요양기관 개인정보까지 공개
의료계 "환자-의사 간 혼란·불신 야기" 우려

▲ 각 의료기관의 급성상기도 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한 심평원 홈페이지.

보건복지부가 감기 등 급성상기도감염에 대한 요양기관의 항생제 처방률을 공개해 의료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복지부는 9일 참여연대의 정보공개청구 소송 결과를 수용해 2002년~2004년 전국 병·의원 중 급성상기도감염에 항생제를 많이 처방하는 기관 4%와 적게 처방한 기관 4%에 속한 요양기관 명단을 공개함과 동시에 2005년 3분기 모든 요양기관의 감기 등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을 전격 공개했다.

요양기관별 항생제 처방률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요양기관 전화번호·주소까지 자세하게 공개했다.

복지부는 애초 "요양기관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했으나 시민단체와 대립적인 관계를 유지해서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 항소를 포기하면서 모든 요양기관의 처방률과 주소·전화번호까지 공개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와 관련 심평원 김계숙 평가실장은 "환자들이 어느 기관에서 항생제를 많이 처방하는지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주소를 공개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오히려 전화번호 등을 공개해 환자들이 요양기관에 항생제 처방을 많이 하는지 등을 확인하고 진료를 받은 것인지 판단할 수 있게 됐다"고 반가워했다.

이밖에도 복지부는 항생제 처방률을 공개한데 이어 앞으로 제왕절개분만율·주사제 처방률도 공개하는 등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어서 의료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상용 복지부 보험연금정책본부장은 "급성상기도감염 질환을 대상으로 항생제 사용 추이를 모니터링 한 결과 요양기관의 항생제 처방행태가 개선되지 않았다"며 "항생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적정성 평가결과를 적극적으로 공개할 방침이니 의료계는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국민들에게 의료에 대한 왜곡된 판단을 조장하고 의료 전반에 심각한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복지부의 전시행정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의료정보 공개가 시대적 추세라는 것은 알지만 진료와 상관없는 요양기관 주소·전화번호까지 상세하게 공개한 것은 국민의 알 권리 신장과는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항생제는 환자의 질환에 따라 적절히 처방하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항생제 처방률이 높은 병원은 부도덕한 병원, 처방률이 낮은 병원은 좋은 병원이라는 논리로 재단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료기관 명단을 모두 공개한 것은 의료기관간 신뢰를 깨뜨리고 치료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조장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환자치료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의료 왜곡을 우려했다.

의협은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주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며 "심평원 중앙평가위원회에서 전화번호까지 공개하는 결정을 하지 않았는데 심평원이 요양기관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공개한 것은 개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도 "의사들의 약 처방내용과 치료와 관련된 사항들에 대해 지나칠 만큼 간섭해 의사의 소신진료가 방해받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에 처방률이 높게 나온 가톨릭대학교성모병원 관계자는 "백혈병 및 형액종양환자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감기 합병증에 대해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은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병원별 환자 특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처방률이 높고 낮은 기관을 공개한 것은 개선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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