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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여의사를 말하다

남자, 여의사를 말하다

  • 공동취재팀 kmatimes@kma.org
  • 승인 2006.01.1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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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의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남자의사들의 눈에 비친 여의사들의 모습은 어떨까? 남자의사들의 아내이자 딸이며, 동료이자 며느리이고, 선배이자 후배인 수많은 여의사들에 대한 이미지를 평소 곁에서 그들을 지켜봐왔던 남자의사들의 입을 통해 들어봤다.

20대 남자의사, 동료의사를 말하다

- 김재철 분당제생병원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4

  "사실 학교 다닐 때 여학생들이 공부를 더 잘했습니다. 남자들은 술 마시고 동아리 활동할 때 여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했거든요. 여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오기나 욕심도 더 많은 것 같고요. 의대 시절 '독수리 5형제'가 '5자매'가 아니라 '5형제'인 이유는 멤버 중에 여의사가 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었을 정도에요. 그만큼 여느 남자들 보다 더 독하게 공부하고 일한다는 뜻이겠죠. 동료로서 여의사들과 함께 일하다보니 여의사들은 책임감이 많고 환자들을 아주 꼼꼼하게 잘 봅니다. 하지만 의국 활동이나 단체 생활에는 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30대 남자의사, 아내를 말하다

- 박성진 원장(춘천·하나내과의원)

  "아내가 산부인과를 개원하고 있는데, 요즘 워낙 산부인과쪽 사정이 좋지 않다보니 옆에서 지켜보기 안쓰러워요. 거의 연중 무휴 24시간 근무하는 데다, 가끔 밤에 분만이 있으면 자다가 뛰어나갈 때도 있어요. 저보다 훨씬 고생을 많이 하는 편이죠. 그런데 여의사들이 갖는 강점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한번은 제 아내가 제왕절개 수술을 하는 데 잠깐 들어가서 보조를 선 적이 있었어요. 확실히 수술하는 게 남다르고 굉장히 섬세하고 꼼꼼하더라고요. 내과의사인 저는 혼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요. 하하. 아내로서의 여의사라……저희 집은 다행히 부모님과 장인·장모님이 한 집 건너에 살고 계셔서 육아 문제에서 좀 자유로워요. 그런데 다른 여의사들은 어떻게 가사며 육아며 일이며 다 척척 해내는 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

40대 남자의사, 선배를 말하다

- 안철우 연세의대 교수(영동세브란스병원 내과)

  "우선은 제 위치에서 성공하신 수많은 여의사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아직도 가부장적인 시각이 남아있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이중 부담을 견뎌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다못해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때로는 여의사들이 지극히 개인주의적으로 비칠 때도 있지만 여성이 일에만 집중할 수 없도록 하는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가 원인이라고 보면 십분 이해가 갑니다. 여의사-의사를 나누는 언어도 일그러진 사회상이 만들어낸 산물이죠. 그런데 벌써 여의사회가 50주년을 맞았다고요? 생일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여의사 선배님들이 자랑스럽습니다."

40대 남자의사, 아내를 말하다

- 김진호 원장(서울 노원·제민정형외과내과)

  "내과 의사인 집사람과 공동개원을 하고 있어요. 남들은 뜯어 말렸지만, 어쨌든 개원한지도 좀 지났고해서 그럭저럭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의사 부부의 장점이라면 인생의 동반자와 이야기가 잘 통한다는 점이겠죠. 일 얘기를 서로 편하게 할 수 있고, 전공과목이 다르다보니 수시로 협진이 가능하죠. 집사람은 온실속의 화초 같은 여의사들의 이미지를 깼던 사람이라 끌렸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서로의 진료 영역에 간섭을 하다보니 싸울 때도 있어요. 또 공동개원의 문제점인 의견 충돌도 있고요. 뭐 부부가 살다보면 다 겪는 일 아니겠습니까? 서로 양보하고 극복하며 살아야죠."

5. 50대 남자의사, 딸을 말하다

- 최병한 원장(경기 안산·고려제일소아과)

  "에고, 요즘 우리 딸 안쓰러워 죽겠습니다. 의사가 되는 과정 중에 가장 피곤하고 힘들다는 레지던트 1년차 시기를 겪고 있거든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아빠·엄마도 그렇게 고생해서 의사가 됐단다'하며 위로하고 넘어가는 수 밖에요. 의사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평생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업이니만큼 그보다 값진 직업도 없다고 생각해요. 제 딸도 이런 제 마음을 읽었는지 고등학교 때 의사가 되겠다고 말했는데, 그 순간 얼마나 기분이 좋고 딸이 대견스럽던지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요즘은 딸 아이가 너무 바빠 얼굴 보기가 어려운데 강단이 있는 아이이니 어려운 시간을 잘 넘겨서 훌륭한 의사가 되리라고 믿습니다. 우리딸, 화이팅!"

60대 남자의사, 며느리를 말하다

- 신현우 울산시의사회장(울산·신현우산부인과)

  "딸도 의사고, 며느리도 의사에요. 딸은 의사가 싫다며 다른 공부를 하겠다고 미국에 가 있는 반면, 며느리는 잘 적응해서 얼마 전에 조교수가 됐다고 하더군요. 먼저 축하해주고 싶습니다. 며느리를 보면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뿌듯해요. 옛날 같았으면 아이 낳고 집에 있으면서 편하게 쉴텐데, 요즘이야 어디 그렇습니까. 여자들도 밖에 나가서 일하는 게 보편화됐잖아요. 그렇다고 엄마가 돼서 아이를 모른체 할 수도 없으니, 애보랴 일하랴 힘들어 보여서 어떨 땐 며느리가 불쌍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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