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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좌담]새 의협회장에 바란다-2

[특별좌담]새 의협회장에 바란다-2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6.01.0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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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리더십과 도덕성 갖춘 협회장 소망
학연, 지연 이용하는 출마자는 퇴출 마땅

다가오는 5월 새로 출범할 의협 집행부의 수장을 선출하는 '2006 대한의사협회장 선거'는 의료계의 위기의식이 팽배한 현실에서 어느 해 보다도 중요한 선거임에 틀림없다. 이번 선거는 특히 2007년 대선에 이어 2008년 의협 창립 100주년과 더불어 의협의 정체성과 발전에 큰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본지는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의료계를 이끌 수장으로서 갖춰야 할 자질과 덕목, 아울러 효율적인 회무에 대한 바람을 미리 들어보는 [특별기획 좌담회-새 대한의사협회장에 바란다]를 마련했다.  이 시리즈는 의료계 내외부에서 패널을 선정, 모두 7회에 걸쳐 연재된다.  

▲ 일   시 : 2005년 12월21일(수) 오후 6시30분

▲ 장   소 : 다보탑 (이촌동 소재)

▲ 사회자 : 권용진 의협신문 주간

▲ 참석자
 - 임동권 (파주 제일안과원장·전 대한전공의협의회장)
 - 송현철 (아름다운미래정신과원장·전 의쟁투 10인 소위 전임의 대표)
 - 신원주 (가천의대 길병원 전임의·정형외과)
 - 김두한 (국군 양주병원 군의관)

※ 정리 = 최승원 (의협신문 취재기자)

 

■ 권용진 = 오늘 좌담회에 참석하신 분들은 젊은 의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개원의·군의관·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전임의라는 다양한 직역에 속한 의사라는 차별점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 좌담회에는 젊고 신선한 목소리에 다양한 직역의 입장이 조화를 이루는 좋은 의견들이 나올 것 같습니다.

우선 젊은 세대들인 만큼 우니나라 의료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2000년 의사파업 이후 의료계의 변화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왼쪽부터 임동권 파주 제일안과원장, 송현철 아름다운미래정신과원장, 신원주 가천의대 길병원 전임의김두한 국군 양주병원 군의관.

▶ 송현철 = 개원 4년차인데 경제적인 여건에는 별 변화가 없습니다. 처음 개원했을 때 6개월간 적자를 보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개원할 당시 진 빚의 10%도 아직 못갚았습니다. 현재 비만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고 낮병동을 운영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제 전공이 정신과인데 어느 과나 그렇겠지만 전통적인 정신과 진료만 가지고 개원하면 100% 망한다는게 현실입니다. 원래는 개원의가 되기 보다 대학(고려의대)에 남으려 했는데 그놈의 파업때문에….

2000년 파업이 아니었으면 아마 아직 학교에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파업이 끝나고 나서 환자곁으로 뛰어 나가서 뭔가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강했습니다.

환자들한테 진료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뛰쳐 나온 거죠. 하지만 현실은 대단히 팍팍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의사들끼리도 서로 환자 빼앗길 까봐 전전긍긍하고 상부상조하지도 못하고 자기도 먹고 살기가 힘드니깐 그런 것 같은데 안타깝죠. 그러다 보니 환자 한명 두명 빠져나가는 것에 민감하고 그 외에 일에는 신경조차 쓰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 임동권 = 어쨌든 2000년 파업 얘기로 부터 모든 논의가 시작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의협 100년 사에 이런 획을 긋는 사건이 없었던 만큼 파업 얘기를 안집고 넘어갈 수 없죠.

2000년 파업은 우리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고 도약을 위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단지 도약의 기회였던 동시에 회원들에게는 깊은 패배의식을 남기기도 했죠. 그러다보니 의협 지도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회원들의 관심이 크게 살아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거를 계기로 지역 곳곳까지 다시한번 의사사회와 의료현실에 대한 회원 하나하나의 관심을 끌어 모아야 하겠죠.

▲ 젊은 의사들은 의사와 국민 모두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협회장을 소망했으며, 회원 모두가 어우러지는 축제마당이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권용진 = 2000년 이후 회원들을 하나로 묶고 끌고갈 리더십있는 협회장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새회장이 갖춰야 할 요소가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 임동권 = 새로운 협회장은 새로운 리더십과 더욱 높아진 도덕성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전공의협의회 회장을 얼마 전까지 맡았는데 협의회 일을 하며 의사사회의 새로운 흐름은 젊은 사람만 가지고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밑에서 부터의 지지와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그런 지원을 전제로 새 협회장은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러나 최근 협회장 선거에 나온다는 분들은 선거철에 이리저리 기웃거리기만 할뿐 이렇다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학연·지연에 기대서 회장을 넘보는 분들도 계신데 회장 선거기간부터 그런 구태의 모습을 보여주는 분들은 과감히 협회장선거 출마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협회장선거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꾸자는 말도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두 방식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선거때만 되면 어느 제도가 자신에게 유리한지 이리저리 따지고 그에 따라 입장을 정리하는 것은 무척 아쉬운 일입니다.

그런 분들한테는 과감히 협회장선거 출마를 포기하시라고 말해 드리고 싶습니다.

출마하는 후보자가 누가되던 좋은 얘기만 할 것입니다. 차별이 없다는 말이죠. 이런 시점에서 유권자들이 어떤 후보가 제대로 된 후보인지 어떻게 선별할 수 있을까 고민해 봤습니다.

그러다 결론 난 것은 결국 팔은 안으로 굽는 다는 겁니다. 학연·지연은 그런 면에서 쉬운 선별잣대가 될 것이며 물론 평소에 안면있는 사람이면 그 사람에게 쉽게 표가 갈 수도 있겠지요.

지금도 모 의대출신 후보자들이 다수 나올 것으로 예상되자 해당 의대 동창회에서 후보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말이 들립니다.

후보로 나온 사람들의 생각이 별 차이가 없어서 단일화하라는 말이 아니라 우린 의대 출신이 의사협회장이 돼야 한다는 의미인데 구태의연한 구시대적 발상입니다. 새 협회장은 이런 나눠먹기식 구태를 깨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 김두한 = 선거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훌륭한 공간입니다. 누가 당선되고 누가 떨어지는지에 대한 관심을 잠시 접어두고 선거기간에 어떤 이슈가 생기고 그 이슈에 대해 유권자들이 동참하며 치열한 싸움이 분출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선거도 국회의원 선거도 학연과 지연이 판칩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그런 것을 총동원해서라도 회원들의 참여의 폭을 넓히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군의관도 그렇고 공보의도 그렇게 현재 의협회장 선거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 거의 없습니다.

과연 올해 선거가 있는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도 생각해 봅니다. 물론 1차적으로는 무관심한 군의관 및 젊은 의사들의 책임입니다만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회장 후보들은 선거 단계에서부터 회원들의 참여를 확대시키는 분들이었으면 합니다.

또한 카리스마를 갖고 회원들을 리드할 수 있는 분이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개원은 점점 힘들어 질 것 같습니다. 의사들의 자존심을 살리는 일도 쉽지 않겠죠.

그럼 그런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오직 수가인상일까요. 모든 회원들은 그것만 바라는 걸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젊은 의사들은 의사라는 직업을 자랑스러워하고 사회에 나가 보람있는 의업을 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 의협회장이 되시는 분은 비전을 제시해줬으면 합니다. 당장의 수가인상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의사와 국민을 위한 비전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의사협회장은 대중들의 뜻을 따라야 하는 조직이지만 때론 회원들을 리드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휘둘리지 말고 올바른 길로 8만 의사회원들을 이끌어야 합니다.

▶ 신원주 = 2000년 파업에 나섰던 분들은 여전히 관심이 많고 열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2000년 파업에 앞장서지 않았던 저는 사실 그렇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선거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아마 제가 파키스탄 지진피해 긴급의료 지원단으로 가지 않았다면 오늘 이자리에 이렇게 있지도 못했을테고 그럼 의협회장 선거가 있는지 모르고 지나갔겠죠.

아마 이런 무관심은 의사협회가 나를 위해 해준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회원들이 결국 나는 혼자다라는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의협회장이 돼야 합니다. 그럴려면 파키스탄 의료긴급봉사단과 같은 회원 참여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파키스탄을 가게 됐을 때 신혼이었던 나로서는 가기 싫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겁이 났고 고생스러울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긴급의료단장으로 가신 분이 정형외과 교수님이셔서 어쩔 수 없이 갔지만 의료봉사를 통해 느낀 기쁨과 보람은 정말 컸습니다.

그리고 의협의 여러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의협회장은 이렇게 8만 의사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벌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송현철 = 그러고 보니 의협에도 2000년 이후 몇년 만에 와보네요. 2000년 이후 의협과는 아주 관심을 끊다시피 하며 살았습니다. 2000년에 전임위 대표를 한 제가 이정도니 다른 회원들이야….

현실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보면 이런 냉전국면의 상황이, 대다수가 침묵하고 무관심한 상황이 일을 추진하는 사람들한테는 가장 어려운 현실이라고 생각해요. 그럴 수록 새 회장은 제대로 된 묘책과 전략 전술을 가지고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야 합니다.

그럼 회원들의 관심도 늘어나고 조직의 힘도 커지지 않겠습니까.

지난 2000년에는 회원들이 의협에 화도 내고 성토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관심조차 갖지 않으려 합니다. 이촌동에서 술마시자 그러면 가기가 싫어 집니다. 분노할 수 있는 의사들이 있다는 것은 의협으로서는 행복한 겁니다.

적어도 회원들이 의협에 대해서 분노하고 회원들이 왜 이렇게 안하냐 하는 얘기가 나올 수 있게 지금의 국면을 바꾼다면 그 협회장은 성공한 협회장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 권용진 = 회원들의 떨어진 관심과 흐트러진 이슈를 모으는 것을 새 협회장에게 바라는 것 같습니다.

그럼 이런 것들을 하기 위해 생각하고 계신 방안들이 있습니까. 의협이 가야할 방향과 함께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 김두한 = 각 직역에 맞는 이슈를 개발해야 합니다. 얼마 전 망년회 갔는데 군의관들의 최대 관심사는 군의관과 공보의의 정년을 줄이는 것으로 모아졌습니다.

또한 얼마전 발생한 군병원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큰 이슈였습니다. 특히 여론의 뭇매를 맞은 N군의관의 상황을 이해하는 동정여론이 많았습니다. 이런 군의관들의 관심사에 대해 그러나 의협은 무관심했습니다.

회장 선거에서는 선거공약에 이런 각 직역들의 관심사가 반영되고 직역회원들과 의사협회장과의 이슈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사들은 철저히 개인주의적 입니다. 공보험이냐 민간보험이냐 보다 내가 전공한 과가 얼마나 이득이 되나 고민합니다. 그러나 보니 개인적인 이익과 조직의 이익이 부딪히는 경우도 생깁니다.

조직의 이익은 전체 의사의 이익이라하면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의협이 조율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권위가 있어야 합니다. 물론 그 권위는 한명 한명의 회원들이 "의협이 내 조직이다"라고 생각할 때 가능합니다.

지금과 같은 이런 분위기에서는 누가 회장이 되도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본질과 토대를 바꿔야 합니다. 선거는 그런 면에서 출발입니다.

이번 선거를 내과면 내과 성형외과면 성형외과 등 진료과목별 직역별 회원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한편으로는 발전적인 분노의 장이 됐으면 합니다.

▶ 임동권 = 당연직 이사로 의협에 들어가 보니 밖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참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군복무 단축문제도 2년 전부터 전공의협의회가 서명을 받아 행정소송을 진행 중 이며 의협 역시 군의관 복무단축을 위한 연구과제에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의협은 일을 하는데 현장 회원들이 모르는 것은 현장이나 반모임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어디에서 끝내야 하는가, 저는 젊은 의사들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공의협의회가 회원 수가 많아서 밀어 붙인다는 말이 아닙니다. 젊은 의사들이 공제회나 각종 제반 연구를 바탕으로 의사들의 수익구조를 키우거나 사회적인 담론을 형성해 나가겠습니다.

이런 젊은 의사들의 노력이 밑바탕이 돼서 10년 후 쯤 전혀 새로운 토양의 의협이 될 수 있도록 젊은 의사에게 투자해야 합니다.

▶ 송현철 = 개원하기 전에 대학에 있을 때 병원에 있는 펠로우들 하고 이런 저런 이슈에 대해 활발히 얘기했습니다. 서로 연결 체계가 있었다는 말이죠. 전국적인 모임도 있었고 의협하고 직역간 의사소통도 잘됐습니다.

그런데 막상 개원해 반상회에 나가니까 지역의사회에 모여 우리끼리 논의하고 그 결과를 중앙에 보내고는 그걸로 끝나 버리더군요.

결국 의협 차원의 시스템 보다도 회원들은 지역의사회의 시스템에 갖춰 고만고만한 지역민의에 좌지우지 되더라는 것이죠. 지금처럼 각각의 지역별 의사회 위주의 의사회 운영은 마치 지방 호족세력 때문에 중앙집권력이 떨어지는 우리의 옛 역사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지역 서포트가 있어야 의협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모임을 살펴보면 늘 보던 사람들끼리 모여 밥먹고 뻔한 얘기하다 오는게 다입니다. 과연 논의된 얘기들이 위에까지 전달됐는지 알수도 없고….

지금 구조는 지역의사회장의 개인의견이 전체의견이 돼서 전달될 뿐입니다. 의협회장이 학연 지연 철폐하려 해도 지역의사회장들은 학연·지연에 기대게 됩니다. 의협의 하부구조라 할 수 있는 지역의사회부터 회원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만들어 가는 시스템이 돼야 합니다.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결과를 내야 한다는 절박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협회장이 돼야 합니다. 지역의사회부터 이런 생각을 가진 회원들의 층이 두터워야 중앙 의협도 이런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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