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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의료인은 안전한가?

병원에서 의료인은 안전한가?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5.11.1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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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10명중 3.6명…1년간 자상사고 노출 경험
안전주사기 관심 높아지고 급여화 요구도 비등

▲ 주사침에 의한 의료인 감염이 문제되자 국내에서도 안전주사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의료인력 10명중 3~4명은 1년동안 각종 의료기구에 찔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의료인의 감염사고에 대한 해묵은 논쟁이 다시금 불이 붙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2000년 11월 주사침 안전 및 예방 법안이 통과돼 의료기관에서 주사바늘 등 안전 기구를 사용할 것을 규정했으며, 일본에서도 2004년 4월 안전 기구를 보험급여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의료인을 감염사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1990년대 들어 감염관리학회 등에서 의료인에 대한 감염관리의 중요성 연구를 진행하고 각 병원에 감염관리실이 들어서는 등 감염관리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일에는 열린우리당에서 안전 주사기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병원  의료진 10명중 3~4명 감염 노출

최근 대한감염관리간호사학회가 2003~2004년 전국 35개 병원을 대상으로 의료인의 자상사고에 대한 연구를 시행한 결과에 따르면, 의사·간호사·임상병리사·방사선사 등을 포함한 의료진 598명 중 36%가 1년간 각종 의료기기에 찔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년간 1회 노출된 경우가 61%, 2회 18%, 3회 12%, 4회 이상이 9%를 차지했으며, 근무경력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반복적으로 사고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상사고에 노출된 유형을 살펴보면 주사바늘에 찔리는 경우가 72.5%, 칼날에 베이는 경우가 19%, 기타 0.5% 등으로 나타났다. 노출된 감염균으로는 B형간염이 20.5%로 가장 높았고, C형간염과 매독균이 각각 4%, HIV에 노출된 경우도 0.5%에 달했다.

이처럼 감염관리의 심각성은 한국도 예외가 될 순 없지만, 지금까지 구체적인 지원 체계는 전무한 상황이다. 연구분야에서도 몇몇 단위에서 산발적으로 감염사고 실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지만,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전국적인 발생률·위험요인·예방법 등에 대해서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윤성원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 부회장(삼성서울병원 감염관리실)은 "선진국은 일찌감치 감염관리에 관심을 갖고, EPINET(Exposure Prevention Information Network)과 같은 감염발생 표준 분석 시스템을 활용, 철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를 통해 전국 단위의 감염발생률을 산출함으로써 감염관리의 기초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EPINET이란 병원직원의 자상사고와 혈액 및 체액 노출사고에 대한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미국·일본·대만 등에서는 이미 4~5년전부터 EPINET을 활용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안전주사기 의무화 급물살

의료인 감염사고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주사침 자상사고의 경우 안전 주사기 등 안전 기구를 사용할 경우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 토루 요시가와 박사는 지난 10일 대한감염관리학회와 벡톤디킨슨코리아가 주최한 '한국 감염예방 및 관리 실태 현황'이란 심포지엄에서 "1993~2001년까지 일본에서 안전기구를 사용한 결과 자상률이 51%이상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주사기 사용 후 바늘침을 분리하거나 뚜껑을 다시 닫지 않아도 주사침이 공기중에 노출되지 않도록 고안된 안전 주사기의 특성상, 이러한 도구를 사용할 경우 자상사고를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내 감염관리 전문가들은 안전 주사기 등 안전 기구의 사용효과는 알고 있지만, 비용문제가 큰 걸림돌이라고 입을 모았다.

S병원 감염관리실 관계자는 "현재 주사기는 의료 소모품에 해당, 진료비에 포함된다. 현 수가체계는 진료에 사용하는 소모품의 질과는 상관없이 비용이 책정되기 때문에 안전 주사기를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병원들의 추가 부담이나 마찬가지"라며 소모품 비용을 가급적 줄여야 하는 병원 입장에서 스스로 안전 주사기를 도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게다가 안전 주사기는 기존 주사기보다 약10배 이상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병원들이 쉽사리 사용을 결정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한다.

한편 이목희 열린우리당 제5정조위원장이 지난 8일 고위정책회의에서 복지부와 협의해 안전주사기를 급여화하고 우선적으로 중환자실과 응급실에서 사용토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병원 감염관리 전문가들은 "정부가 병원 의료인의 감염관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정부가 안전 기구 지원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폐기물 제도 개선·관련 연구 지원·감염관리 인프라 구축 지원 등 보다 포괄적인 차원의 지원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기대했다.

신완식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장(가톨릭의대 감염내과)은 "자상사고 등의 감염사고를 줄이는 데는 의료인에 대한 교육이나 훈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보다 효과적인 감염관리를 위해선 교육·훈련과 동시에 여러 종류의 안전 도구를 급여화하는 등 국가적 차원에서 감염사고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여러 방안을 함께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병원 감염관리 전문가 토루 요시가와 박사 인터뷰]

- 일본은 2004년 병원에서 의료진이 사용하는 safety Device를 새로운 보험급여 대상에 포함시켰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보험 적용을 받고 있나?

현재 안전기구에 대한 보험급여는 IV 카테터에 한해서 적용되고 있다. 병원에서 일반 주사기를 사용하는 것보다 안전 IV 카테터를 사용할 때 더 높은 보험수가를 적용받는 방식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안전 주사기의 비용 전체를 보상해 주는 수준은 아니다. 사실상 병원이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긴 하지만, 이것은 일본 의료계에선 큰 변화다.

- 일본에서 안전기구에 대해 보험적용을 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

1999년 3월 오사카에 있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근무 중 자상사고로 C형 간염에 감염된 사건으로 7천7백만엔의 소송에 승소한 적이 있다. 그 사건은 보건의료종사자들의 직무상 감염에 대해 일반인과 의료인, 병원의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와 더불어 일본에서는 시민들 사이에 의료인의 건강이 환자 진료의 질과 무관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결국은 환자가 수준 높은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의료인의 근무 환경이 좋아야 한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는 보건의료인의 감염문제와 의료 환경에 대한 꾸준한 연구가 필수적이었다.

- 결국은 비용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일본에서 의료인에게 안전 주사기 등 안전 기구에 대한 비용효과 연구가 진행된 적이 있나? 있다면 결과는 어땠나?

그동안 몇몇 연구가 진행된 적이 있다. 세이도카 병원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C형 간염에 대해서 안전 기구를 사용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를 비교한 결과, 안전 기구를 사용했을 때 드는 비용이 C형 간염을 치료하는 비용보다 적었다. 또 1997년 야노 박사가 한 병원에서 연구한 결과, 주사기 자상사고로 C형 간염에 걸렸을 때 1인당 치료비용이 무려 10만엔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 한국에도 안전 주사기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추진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감염관리 문제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세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첫째, 현재 감염 실태를 낱낱히 밝혀야 한다. 실태에 대한 정확한 연구 없이는 감염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정확한 실태와 감염 원인 및 배경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둘째, 감염사고 뿐 아니라 실제 감염까지는 진행되지 않았지만 감염 사고가 일어난 경우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500병상이상인 두 세개 병원에서만 연구해봐도 좋은 연구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보건의료인의 근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 의료진이 건강해야 환자도 건강할 수 있다. 특히 감염 관리에 대한 투자는 단기적으로 비용이 들지라도 장기적으로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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