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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기형 어린이 찾는 술래가 되렵니다

얼굴기형 어린이 찾는 술래가 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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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0.24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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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롱민 회원(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백롱민 회원>

이름

백롱민(47)

소속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성형외과장

경력

현재

대한두개안면성형외과학회 이사

 

 

대한두개저외과학회 상임이사

 

 

대한레이저학회 상임이사

 

1995~

세민얼굴기형돕기회(Smile for Children) 대표

 

1994~1995

UCLA 성형외과 임상 조교수

 

1984

서울의대 졸업

 

"해외 곳곳에 인술을 심는 의사입니다."
박경찬 회원(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백롱민 교수님은 베트남 어린이 언청이 수술봉사로 워낙 유명한 분인지라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죠.
백 교수님은 저와는 180도 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백 교수님과 저에게는 같은 병원에 근무하고 같은 대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는 비슷한 점이 있지만, 제가 벤처기업 CEO로서 어떻게 하면 사업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면 백 교수님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안면기형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계시겠죠.
그러고보니 같은 직업을 가진 의사라도 모두 각자의 역할이 있는 모양입니다. 제가 할 수 없는 일을 백 교수님은 훌륭히 해내고 계시니까요.
올해로 베트남에서 무료 수술을 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지요? 1, 2년도 하기 힘든 일을 10년째 하고 있다니 그 열정과 의지가 정말 놀랍습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곳곳에서도 인술을 펼치고 있는 백 교수님이 존경스럽습니다.
앞으로는 북한 어린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데, 모쪼록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길 바랍니다.
▲ 2005년 3월 베트남 바칸성병원에서 언청이 수술을 시행한 후 의료진과 회진하는 모습.

일단 시작하기에 앞서 백롱민 교수를 아는 사람 혹은 백롱민 교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사람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백 교수에 대한 인터뷰를 하면서 그 알만한 이야기를 다시 꺼내야 한다는 점은 기자로서도 굉장한 딜레마다.  백 교수 또한 수없이 반복해왔던 대답을 '또' 반복해야 하니 얼마나 지겨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에 모든 질문을 존중한다던 한 유명인처럼 백 교수는 진지한 표정에 세심한 설명을 덧붙이는 '센스'를 발휘해주었다. 이런 즐거운 경험을 독자들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 너무 과한걸까?

요점부터 짚자. 백 교수는 올해로 베트남 어린이에 대한 언청이 수술을 시작한지 10년째를 맞았다. 그가 수술해 준 어린이만 해도 2000명이 넘는다. 한 해에 200명꼴로 수술을 한 셈이다. 보통 베트남에 한 번 가면 10일 정도 머무르니, 하루에 20여명을 수술한다. 많은 수술을 해야하다보니 한 번 갈 때마다 동원되는 의료진만 20명이 넘는다. 수술할 때 쓰고 기증하는 장비들도 이젠 꽤 많아졌다.

"갈 때마다 200명을 수술할 수 있는 야전병원을 꾸며서 갑니다. 베트남엔 아직 의료 시설이 열악해서 빈방이나 다름 없는 곳을 수술실로 바꿔야 하거든요. 수술도 수술이지만, 현지 의료진을 교육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도 중요하니까요."  

10년이면 강산이 변할 시간이다. 1991년 친형인 백세민 박사와 함께 국내에서 의료봉사를 시작했고, 199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세민얼굴기형돕기회'란 법인을 만들어서 성형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사업이 중단될 위기도 여러 번 있었다. 1998년 IMF란 시련이 닥쳤을 무렵, 그동안 후원해 온 회사들이 줄줄이 발을 뺐다.

"이대로 주저앉나 싶더군요. 백세민 선생님의 도움으로 여기저기 후원사들을 많이 모아 놨었는데, IMF 때 대기업들이 모두들 올해는 힘들다고 했죠. 그렇지만 규모를 대폭 줄이더라도 꼭 사업을 이어가고 싶은 욕심에 이대로 포기할 순 없겠다 싶더군요. 무거운 마음으로 마지막 희망을 걸고 손길승 전 SK텔레콤 회장님을 찾아갔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할 건 해야 한다면서 흔쾌히 후원을 결정해주셨습니다. 손 회장님 덕분에 10년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사업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거죠."

그는 10년을 함께해 온 동료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병원 문을 닫거나 휴가를 반납해가며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준 동료 의사들, 의료진 파견을 적극 허락해 준 분당서울대병원, 그밖에도 수많은 자원봉사자들과 후원자들에게 모두 감사하다고.

▲ 2005년 6월 베트남에서 2000번째 언청이 수술을 시행한 후 의료팀 및 환자·보호자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하루는 제가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분이 지방에서 전화를 주셨더군요. 간호사였는데 방송보고 전화했다면서 뭐 도울 일이 없겠냐고요. 그래서 저희 팀과 같이 열흘 남짓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왔죠. 그럴 때면 제 자신이 헛 일을 하고 있진 않구나 하고 안도하게 됩니다."

형제간인 백세민 박사와 백롱민 교수가 모두 안면기형을 전공하는 성형외과 의사이자, 베트남 언청이 수술의 주역이란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두 형제가 어떻게 같은 학문을 공부하고 같은 뜻을 갖게 됐을까?

"형님과 제가 특별히 남달라서 성형 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아닙니다. 안면기형을 전공하는 의사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했을 겁니다. 안면기형은 수술받으면 대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모든 기형이 그렇듯 저소득층에서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상당수의 환자들이 수술비용 때문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수술을 계속 미루거나, 상담 후 다시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들도 너무 많아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사들이 집안에 꼭꼭 숨어 나오지 않는 환자들을 찾아가 도와줘야 할 수 밖에요."

이 일은 마치 숨바꼭질과도 같다.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술래에게 발견됐을 때 그 아이는 더이상 세상과 단절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앞으로도 숨바꼭질을 계속할 생각이다. 지난 2년간 인력과 시간이 부족해 하지 못했던 국내 순회 진료도 내년부터는 다시 시작할 것이고, 북한 어린이들에 대한 언청이 무료 수술도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물론 10년 동안 이어왔던 베트남 성형 봉사도 앞으로 10년 후, 그 이상을 내다보고 계속 할 것이다.

"2002년 평양에 가서 관계자를 열심히 설득한 끝에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을 땐, 이젠 북한에 가서 무료 수술을 할 수 있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북핵 문제 등 정치적 사안 때문에 아직까지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어요. 북한 관계자가 해마다 반복하는 '내년'에 보자는 말이 이제는 정말 '내년'이 되기만을 바랍니다."

감사해야 할 사람이 너무 많다고 말하는 백 교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해야 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칭찬이 이어지는 '칭찬릴레이' 코너처럼 감사 인사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세상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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