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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교육부 입법예고의 내용과 문제점

[분석] 교육부 입법예고의 내용과 문제점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5.10.2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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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0일 약대 학제를 '2+4 체제'로 개편하기 위해 관련 법령의 개정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을 뿐 별다른 동요를 나타내지 않았다. 교육부의 개정안 내용이 대한의사협회가 사전 검토를 통해 이미 예측했던 결과와 별반 다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대비책까지 마련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의협은 최근 상임이사회를 열어 교육부가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려는 시도를 할 경우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키로 하고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등을 김재정 협회장에 위임했다. 김 협회장은 이날 교육부 입법예고 발표가 난 즉시 다음달 5일 임시총회를 개최할 것을 대의원회에 요청했다.

의협은 교육부가 지난 8월 약대 개편 방침을 발표하자마자 여기에 적용될 법령이 무엇이냐고 질의를 던졌다. 특히 의협은 교육부가 약대 '2+4 체제'의 근거로 수업연한 연장을 내세우면서 시행령 개정만으로 추진할 움직임을 포착하고, 이는 수업연한의 문제가 아닌 입학자격 변경과 관련돼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제기했다. 법제처와 규제개혁위원회에도 유권해석과 및 검토를 수차례 요청했다.

의협은 그러나 교육부가 이번 입법예고에서 의료계가 그동안 거듭 지적해온 사항을 외면하고 편법을 통해 약대 학제 개편을 강행하려고 하는데 대해선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교육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한 관련 기관의 의견을 다음달 9일까지 받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의료계의 입장을 제출할 방침이다.

◆교육부 입법예고의 주요 내용=교육부 개정안의 목적은 새로운 약대 학제를 도입하기 위한 법령 손질에 있다. 구체적으로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3개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즉 약대 수업연한(제25조 제2항)과 입학정원(제28조 제5항), 그리고 모집방법(제29조 제4항)을 새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중 핵심은 약대 수업연한과 관련된 제25조 제2항으로 "(고등교육)법 제31조(수업연한)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약학대학(한약학과는 제외한다)의 수업연한은 6년으로 하되, 다른 학과 또는 학부 등에서 이수하는 기초·소양교육을 2년으로, 전공교육을 4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부서 내부(대학지원국)에서 작성한 '규제영향분석서'와 외국의 약대 교육제도 현황을 첨부했다. 약학입문자격시험(PCAT)에 대한 언급은 빠져 있다.

◆의료계 지적에 대해선 '근거 없는 부인'으로 일관=교육부는 약대 학제 연장을 계기로 약사들이 임의조제 등 영역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료계 입장에 대해 "약대 학제 연장과 의·약사의 직능영역 범위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왜 관련이 없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약대 '2+4 체제'가 입학자격의 변경을 수반하기 때문에 고등교육법 제33조(대학 입학자는 고교 졸업 이상의 학력자로 한다)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협의 지적에 대해선 아무 언급없이 피해갔다.

교육부는 또 외국의 약대 교육제도를 소개하면서 미국·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가 6년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첨부한 자료에는 영국 등 약대가 4년제인 상당수 국가들은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더구나 교육부가 약대 6년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단정한 미국은 대학마다 4년제와 6년제(2+4 또는 4+2) 등 다양한 학제를 채택하고 있어 사실과 다르다. 일본의 경우도 오는 2017년까지 4년제와 6년제를 대학의 선택에 맡겨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마치 교육부가 미국과 일본의 모든 약대가 6년제인 것처럼 소개한 것은 자료 수집 과정에서 약사회 측에서 제출한 자료를 그대로 인용하고 독자적인 조사는 생략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교육부는 약대 학제 개편의 이유로 약사들의 전문성이 불만족스럽고 조제역량이 매우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 약대 커리큘럼에는 상당히 많은 한약 관련 과목이 포함돼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한약 관련 과목을 빼고 필요한 과목으로 대체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무조건 수업연한만 늘리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유력하다.

◆약대 학제 바꾸면 모든 약화 사고 없어진다?=교육부는 이날 발표한 '규제영향분석서'를 통해 약대 학제 개편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 결과를 선보였다.

이는 시행령 개정 절차상 입법예고 후 규제개혁위원회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여기서 약대 학제 개편에 따른 비용(-)을 575억원, 편익(+)을 4000억원으로 추계하면서 사회적 이익이 손실보다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비용' 분석을 살펴보면 변수에서 교육기간 2년 연장에 따른 등록금과 사회진출이 2년 지연되는데 따른 기회비용 등은 포함한 반면 약대 입문을 준비하기 위한 사교육비나 조제수가 상승 등 인건비 등의 요소는 고려하지 않았다.

'편익'과 관련, 교육부는 "약사의 처방 검토 및 복약지도 기능 강화로 의약품 사용오류 감소 등 순기능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나 그 효과를 계량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다시 "외국 관련 자료를 인용해 의약품 사용오류 감소로 인한 사회적 절감 비용을 추정할 때 연간 4000억원의 편익이 예상된다"고 말해 무리수를 두었다.

교육부는 4년제 약대를 시행하고 있는 영국 사례에 관한 자료를 분석한 후 "병원 입원의 주요 요인으로서 의약품 사용과 관련된 문제가 약 10% 가량인데, 한국에서 연간 건강보험 가운데 입원부분이 약 4조원이므로 편익은 10%인 4000억원 가량"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의약품 사용으로 인한 병원 입원 비용이 약대 학제 개편으로 인해 편익으로 바뀐다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약화 사고는 약사의 전문성이나 질과는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약사 숫자가 너무 적거나 업무가 과다한 경우 발생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결국 의약품 사용으로 인한 사고와 약대 학제 개편을 통한 전문성 향상 및 편익 증대는 상관관계가 없으며, 설령 관련이 있더라도 약화 사고에 따른 비용 전액을 편익으로 산출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편익을 무리하게 늘려 잡고 비용을 지나치게 축소해 '편익>비용' 결과를 억지로 짜맞췄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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