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400만명분 필요...정부 구입 계획은 20만명분 불과
우리나라에 조류독감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400만명분의 백신이 필요하지만, 현재 정부가 구입 요청한 분량은 20만명 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질병관리본부가 안명옥 한나라당 의원(보건복지위)에 제출한 '시뮬레이션을 통한 신종전염병 대응전략 개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방역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다고 가정했을 경우, 2개월 만에 서울 인구의 약 30%에 해당하는 291만명이 감염되고, 이들 중 6만9105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의원에 따르면 이같은 시나리오가 실제로 닥칠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5개월내에 최저 400만명분에서 최고 1600만명분의 조류독감 백신 '타미플루'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질병관리본부는 올해까지 100만명 분의 조류독감 백신 구입 계획을 발표했다가, 지난 7월 갑자기 30만명 분을 축소시켰으며, 다시 2006년까지 100만명분을 채울 것이라고 밝히는 등 오락가락 하고 있다"며 "올해 질병관리본부가 타미플루를 생산하는 로슈사에 구매를 요청한 것은 20만명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안 의원은 "지난 8월 이종욱 WHO 사무총장이 인간 조류독감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아세안 국가는 100만명 분의 치료약을 당장 비축해야 한다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안 의원은 또 "현재 '중앙인플루엔자 대책추진단', '인플루엔자 자문위원회'가 구성돼 있지만, 법적 근거가 미약하고 신속한 대응체계를 마련하기에는 매우 역부족"이라며 국가적 차원의 전염병 관리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