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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스트수련병원 5 공개 파문 왜 나왔나

워스트수련병원 5 공개 파문 왜 나왔나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5.08.2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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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수련병원 신임 업무 신뢰성 상실…제3기관 이전 희망

"전공의협의회가 너무 막나가는 거 아니냐?"

최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수련병원 워스트 5'을 선정 발표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수련병원 신임업무를 맡고 있는 관계자들이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특히 전공의협의회가 '워스트 5' 발표의 근거자료로 삼고 있는 자료가 실은 지난 7월 한달동안 실시된 32개 수련병원에 대한 병협의 수련실태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더욱 곤혼스럽게 하고 있다.

병협의 수련신임 업무 관련 관계자는 이번 자료는 전반적인 수련병원의 수련환경 정도를 대략 파악하겠다는 취지에서 수집된 것으로 수련병원들을 평가할 정도의 수준 높은 자료가 아니며 조사 당시 해당병원들에게 자료의 비공개를 약속했는데 이를 어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전협은 계속적으로 공개 의지를 천명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전협은 수련실태조사를 병협과 함께 했지만 대전협 자체적으로 전공의 면접조사를 통해 자료를 확보하고 있어 이를 단독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수련병원이나 병협의 수련 시스템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제자리 걸음이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이번 실태조사를 총괄한 김주경 대전협 사무총장은 "대전협과 병협이 합의서를 통해 전공의 휴가 10일을 보장하는 등 여러가지 다양한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현장에서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보였다. 수련병원과 병협·의료계 등이 수련환경 개선의지를 조금만 보여도 개선될 수 있는 사안이 많지만 현장에서 이렇듯 개선이 어려운 것은 수련병원이나 병협 모두 개선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변한게 아무 것도 없다

▲ 서울의 모 수련병원 전공의 숙소. 병원과는 떨어진 곳에 임시로 임대한 예식장을 베니어판으로 막아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 숙소와 같은 층에 있는 할인마트의 카트가 문을 막고 있다.

대전협은 이번 실태조사에 나선 병원 32곳 중 절반이 대전협과 병협이 합의한 연 10일 휴가 보장은 물론이고 최소 규정인 1주일 휴가도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당직근무나 밤샘근무가 많은 수련의 생활에도 불구하고 남녀 당직실이 구분돼 있지 않아 남녀 전공의 모두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으며 서울지역의 한 의대부속 수련병원은 임시로 임대한 예식장을 베니어판으로 막아 전공의 숙소로 사용해 수련생활의 질 저하는 물론 화재나 기타 사고에 대해서도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냉방시설이 고장 난 채 방치돼 있거나 창문이 없는 밀폐된 공간을 나눠 전공의 숙소로 쓰는 경우도 다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처우개선도 문제려니와 대전협이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부실한 수련교육 시스템이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일부 지방 중소병원이 수련병원으로 신청해 전공의들을 선발해 놓고 해당 수련과 외래를 개설만 한 채 운영하지 않거나 전공의들의 학회 학술대회 참석 규정을 어렵게 만들어 제대로 된 수련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태인 대전협 상근이사는 "일부 수련병원들이 전공의 인력을 값싼 의사인력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이 이런 부실 수련기관을 만들어 내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말하고 "전공의 과정이 결국 전문의를 만들어 내는 과정인 만큼 한국 의사인력의 질적 저하를 막기 위해서라도 의료계가 이에 대한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는 "결국 수련병원 자격심사를 맡고 있는 수련신임평가위원회가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냉정하게 평가를 내려야 하며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수련기관 선정을 공정하게 할 수 있는 기관으로 수련병원 신임업무를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련병원 신임업무 못 믿겠다

최 이사의 말은 대전협의 최근 과감한 행보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기도 해 관심을 끈다.

대전협 집행부는 현재와 같이 수련병원으로 지정되면 전공의들을 값싼 의사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수련기관 선정 권한이 수련병원장들의 모임인 병협에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고 수련신임 업무의 제 3기관 이전을 올 초부터 줄곧 주장해 왔다.

게다가  '워스트 수련병원 5' 발표는 수련기관 이전 주장에 이어 대전협이 자체적인 수련실태조사와 수련기관 평가까지 나서겠다는 의미이기도 해 '수련병원 워스트 5' 발표와 이후 대전협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전협은 "전공의들의 처우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대전협은 워스트 수련병원 발표 뿐 아니라 다른 특단의 조치들도 준비돼 있다"고 말하고 "교육적인 측면에서 전공의 수련과정이 평가받고 계획될 수 있는 환경이 올 때까지 워스트 수련병원 발표와 같은 다소 충격적인 활동도 지속적인 벌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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