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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또 존폐기로에 선 응급의료기금(3)

[기획]또 존폐기로에 선 응급의료기금(3)

  • 이석영 기자 dekard@kma.org
  • 승인 2005.06.0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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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기금이 또 다시 응급 상황을 맞았다.

정부가 22일 응급의료기금을 폐지하고 응급의료에 소요되는 예산을 일반회계로 전환키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응급의료기금은 조성된지 2년만에 존폐의 기로에 서게됐다.

정부는 지난 3월에도 기금을 폐지하기로 했다가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한 바 있다. 정부는 기금이 일반회계로 전환되더라도 사업이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응급의료기금을 없애는 것은 우리나라 응급의료시스템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폐지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폐지와 존치, 다시 폐지로 오락가락하는 응급의료기금. 무엇이 문제이고 대책은 없는지 하나씩 짚어본다.

 

 <글싣는 순서>
 
1.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실태
 
2. 응급의료시스템 관리 및 재정의 문제
 3. 각국의 예를 통해 본 바람직한 응급의료재원 마련 방안
 4. 인터뷰 - 이 근 응급의학회 이사장

 

③ 각국의 예를 통해 본 바람직한 응급의료재원 마련방안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응급의료체계의 구축 단계에서는 정부의 기금 조성을 통해 인프라를 구축했다.

특히 미국은 30년에 걸쳐 막대한 장비와 치밀한 시스템으로 고효율의 응급의료시스템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응급의료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1966년부터 응급의료에 관해 연방 및 각 주별로 자금을 지원하던 미국은 1973년 응급의료법을 제정하면서 정부지원금을 크게 늘렸다.원칙적으로 지역응급의료체계는 지역 자체예산으로 운영되는 것이므로 정부에서는 응급의료 프로그램 도입 초기 5년간만 정부지원금을 보조하기로 했지만, 10년동안 보조금을 지원했다.

현재는 주정부마다 조성돼 있는 응급의료기금이 응급의료체계 운영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영국이나 독일·프랑스 등에서는 응급의료만을 위해 특별한 기금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응급의료체계의 구축시기는 물론이고 현재까지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영국은 NHS 공공의료체계를 기반으로 해 응급의료를 운영하고 있다.응급의료 재원은 외상환자를 기준으로 약 20억 파운드(2조 5000억원)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영국 전체 의료비의 약 5%에 해당하는 액수다.

특히 이송 서비스도 국가가 운영, 헬리콥터 응급이송서비스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공공의료보험을 기초로 일반회계를 기반으로 응급의료체계가 운영된다.그러나 1970년에서 1980년까지 492% 비용이 증가해 1993년 현재 1조 6200억을 응급의료에 사용하는 등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하고 있다.

 

일반회계로는 재원 확보 '곤란'

이처럼 선진국에서 응급의료에 관한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 부처와 업무가 연계돼 있는 응급의료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환자신고체계·환자이송단계·환자진료단계로 구성된 응급의료체제는 신고에서부터 진료까지 막대한 인력·시설·장비가 구축돼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지만, 이윤동기가 약한 응급의료에 대한 민간 투자가 부족한한 실정이다.

대한응급의학회는 "현행 일반회계의 톱다운 방식(기획예산처에서 정해준 예산한도 내에서 부처에서 자율적으로 쓰는 방식)에 따르면, 복지부 일반회계 총액내에서 우선순위 등을 고려해 각 분야의 예산이 배분되므로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안정적 재원 확보가 곤란하다"고 말한다.

할당된 총액예산 범위 내에서 국민의 재정투입 요구가 높은 사회보험·사회복지서비스·기초생활보장 사업에 대한 예산증액이 불가피해 응급의료의 예산 증액은 상대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이란 입장이다.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도 "응급의료기금이 조성됨에 따라 행정자치부 산하의 소방방재청의 구급장비와 시설 확충에 대한 투자가 가능해 병원 전단계의 수준이 향상됐다"며 "아직 응급의료체계 구축단계인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선진국 수준의 응급의료체계의 구축을 위해서는 응급의료기금을 유지해 지속적인 재정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재원으로 응급의료기금 '확대'해야

외국의 경우 다양한 재원으로 응급의료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의 응급의료기금 조달방법은 주마다 다르지만 대개 자동차등록세·면허세·교통위반벌칙금·소비세·담배소비세 등에서 조달하고 있다.

미국 매릴랜드주에서는 자동차 1대당 8불 정도의 기금을 부과, 이를 응급헬기 운영 및 응급센터 지원 등에 사용한다.포르투갈의 경우 전체 자동차보험 수익 중에서 1%를 기금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기타 교통사고 범칙금 또는 자동차세·도로교통세 등 응급을 유발하는 부분에 목적세를 부과해 기금의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나라마다의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해 9월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을 필두로 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현행 교통범칙금의 20% 외에 과태료의 20%도 응급의료기금에 포함하자는 내용의 '응급의료기금 확충을 위한 법률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지난 3월 당정이 응급의료기금을 당분간 존치시키기로 합의하면서 "현행 응급의료법을 개정해 범칙금 외에 과태료의 20%를 추가로 기금에 출연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 보겠다"는 계획이 이번 응급의료기금 폐지 결정에 따라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근 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응급은 신속해야 하지만 그 체계 구축도 응급처럼 신속할 수는 없는 것이 응급의료체계이므로, 응급의료기금 폐지는 매우 성급하고 위험한 판단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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