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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일원화 토론회서도 EBM 차이 나

의료일원화 토론회서도 EBM 차이 나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5.05.22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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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근거 없이 주장만' vs 의료계 '논문 형식 각주'
23일 의료선진화 주제 국회 정책토론회

'근거 중심' 의학과 '경험 위주' 한의학 간의 차이점은 한국의료일원화를 다룬 23일 국회 토론회 주제발표문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어지는 토론을 위해 기초자료를 제시하는 의미를 갖는 주제발표 순서에서 의료계 연자가 중국·일본·대만의 전통의학 제도를 소개하면서 근거로 인용한 자료를 논문 형식의 각주로 표기한 반면 한의계 연자는 의료계에 대한 거친 비난에 이어 한의사에 대한 맹목적인 지원책을 요구하는데 그쳤다.

이날 토론회는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 주최로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의학-한의학 갈등 해결 및 의료선진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렸다. 연제는 대한의사협회 권용진 대변인 겸 사회참여이사가 '한국의료일원화의 필요성 및 추진방향'을, 동의대 한의학과 지규용 교수가 '한·의 갈등의 원인과 의료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의료계 대표로 나선 권용진 이사는 "인간의 생명을 다루고 질병을 퇴치하려는 목표가 같다는 측면에서 의료는 하나"라며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을 구분하고 별도 면허를 부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전통의학이 오랜 경험을 통해 '역사적 안전성'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사람이 실험의 도구가 될 수는 없으므로 '과학적 안전성'이 입증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은 의사 면허를 하나로 통합해 서의와 중의 간에 의료행위를 제한하지 않음으로써 중의학이 현대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현대의학을 전공한 의사 중 전문의 자격을 가진 자만 동양의학을 추가로 전공할 수 있게 함으로써 철저히 한방의학을 현대의학의 보완적 요법으로만 사용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 조사단의 일원으로 직접 중국과 일본의 실태를 보고 온 권 이사는 이들 나라에 대해 "이미 의료시장개방에 대비해 중의학과 동양의학이 각각 세계로 진출할 수 있도록 일원화된 시스템을 갖춘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 이사는 "한의학의 국제경쟁력 배양을 위해선 무엇보다 과학화(EBM)가 전제조건이 되어야 하는데 현 이원화 시스템으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한의학의 세계화는 한의학 이론 자체를 수출하는 게 아니라 치료법이나 한약이 현대의학적 방법으로 효과가 입증되고 상품화 되었을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또 "의사들이 한의학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의료계도 배타적인 태도보다는 한의학의 과학화·현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이사는 한국의료일원화 추진을 위해선 ▲의료계·한의계 참여하에 정부차원의 기구 구성 ▲한약 부작용에 대한 지속적 조사와 연구 ▲한약재 표준화를 위한 정책 마련 ▲대국민 홍보를 통한 공감대 형성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한의계 대표로 나선 지규용 교수는 "한의학은 일제시대 때 제국주의 침탈로 사라졌다가 아직까지 완전히 복원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의료계의 일원화 주장을 일제의 말살정책에 빗댔다.

이어 "일제에 의해 일방적으로 보급돼온 서의학은 과거사 청산의 관점에서 반드시 비판받아야 된다"고 말했다.

지 교수는 "한의학 평가기준을 현대의학적으로 인정하는 데이터만을 강요하거나 기존 처방의 효능만 실험하는 것은 한의학 퇴보를 초래한다"며 독자적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한의학 과학화을 위해 대학과 학회에서 현대의학적인 연구와 검증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면서 "다만 주변 직역 당사자들의 딴지와 태클이 없다면 훨씬 성과가 빨리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영상의학회에서 한의대 강의에 나가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그는 "요즘 추세가 학제간 연구인데 접근방법이 다르다고 안 가르친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며 "우리는 독학으로 하면 된다. 부족하면 해외 의사로부터 배워도 된다"고 했다.

중국 의료제도와 관련, "중서의결합치료가 중의 단독치료보다 비교우위를 갖지 못해 지금은 중의·서의 이원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은 엄청난 인력과 국가 지원, 중의·서의·중서의결합의 등 삼원화된 제도 하에서 중의사의 의료기기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성 등 기본여건이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좋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임상수준은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의 근거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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