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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제제도 독성 간염의 원인

식물 제제도 독성 간염의 원인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5.03.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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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천연물 제제에 의한 간손상 연구 전념 안병민 과장 주장
만성 간질환자 39% 한약·약초 함께 복용…"한약 표준화 절실"

▲ 안병민 과장의 연구결과 한약과 한약재가 독성간염 원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식물 제제도 독성 간염의 원인이 되므로 식물 제제로 만들어진 '한약은 부작용이 없다'라는 주장 또는 인식은 근거없는 위험한 발상이며, 식물 제제에 의한 독성 간염 원인을 제대로 조사·예방하기 위해서는 한약도 처방전을 발행해 표준화하는 등 식물 제제에도 '약물 부작용 감시체계'를 본격 가동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각종 식물이나 천연물 제제에 의한 간 손상을 연구해 온 안병민 부평 세림병원 내과 과장은 다년간의 연구결과 국내에서 입원이 필요한 위중한 독성간염의 원인으로 한약과 한약재가 비교적 흔한 원인이었으나 대부분의 예에서는 사용된 약초의 종류조차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안 과장은 90년대 초부터 간독성 환자가 섭취한 버섯을 추적, 독버섯 중독을 집중 연구했으며 농업과학기술원과 공동 연구해 2000년 대한간학회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3년 8명의 교수와 공동 연구한 결과 전국 대학병원 7군데(한림대·가톨릭대·한양대·동국대·전남대)에서 진단된 독성 간염 환자 76명 중 독성간염의 원인 물질로 한약이 34명(44.7%)으로 가장 많았고, 한약재 10명(13.2%)·민간요법과 건강식품 19명(25%)·약국 매약이나 의사처방에 의한 상용약 12명(15.8%) 등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는 사망자도 2명이 발생했다. 만성 B형 간질환 환자가 한약을 추가 복용한 경우와 결핵약제에 의한 독성간염 상태에서의 한약 추가 복용이 각각 1명이었다.

이 연구에서는 또 약물과 간 손상의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확정적(definitive)' 7명(9.2%)·'가능성 높음(probable)'47명(61.8%)·'가능성 있음(possible)' 22명(28.9%)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를 감안하면 국내에서 연간 독성 간염의 발생률은 1000병상당 24.3명으로, 이를 우리나라의 전체 종합병원(총 병상수 108,224)에 입원한 환자로 변환해 추정하면 연간 독성 간질환으로 종합병원에 입원하는 환자 수는 2629.8명에 달한다. 한약 및 한약재가 독성간염 원인의 절반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약 1300여명이 한약으로 인해 독성간염을 앓는 셈이다.

안과장은 "현재 식약청 주도로 본연구가 계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도 처방전 공개가 과학적 분석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 과장은 대전과 충남 일부 지역의 만성 간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대전 성모병원에 입원한 급성간염 환자 총 751명 중 98명에 해당하는 13% 가량이 천연제제에 의한 독성간염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만성 간질환 환자의 28.6%가 과거에 대체요법제나 식물 제제를 사용한 경험이 있었으며, 3개월 이내의 사용자도 17.3%에 달해 전체적으로 만성 간질환 환자의 38.9%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현재 전통 민간요법제나 한약 등에 대한 명확한 사용실태나 감시 체제가 미흡한 실정이다. '약화 감시 체제'에 의해 검증되는 상용 약제와는 달리 전통적으로 감시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을 뿐 아니라, 자가 처방이나 비면허자에 의한 처방이 흔하고 처방전 없이 사용된 한약제에서 원인이 된 약초나 성분을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만성 간질환 환자들이 상용약제 외에도 약초나 한약재를 이용한 민간요법제를 비롯, 버섯요법제·야생버섯·녹즙 등을 상용약제와 함께 복용하는 실태를 감안하면 만성 간질환 환자들은 독성 간염의 위험성에도 노출돼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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