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제근(서울대 명예교수)
사람을 비롯하여 포유류등에서 태어나서 살아온 시간(time)을 나이라고 한다. 영어로 age에 해당하는 가장 적당한 우리말 대응어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나이와 연령을 거의 같은 의미로 쓰고 있는데 연령(年齡)은 햇수(年)로 표시한 나이(齡)이기 때문에 억지로 한자로 표시한다면 나이는 齡에 해당한다. 따라서 나이를 주(week)로 표시하면 주나이(週齡), 달로 표시하면 달나이(月齡)가 되며 실제로 배아나이(embryonic age, 胚齡), 혹은 태아나이(fetal age, 胎齡)를 셈할때는 많이 쓰고 있다.
영어의 age에는 햇수(year)의 개념이 있기 때문에 의학에서 쓰는 나이는 영어로는 chronological age(생활나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출생을 기점으로 한 달력상의 나이이며 여기에는 햇수로 따지는 나이 즉 연령이 있고 만으로 따지는 연령이 있다. 의학용어에 있어서도 따라서 햇수를 전제로 한 「연령」보다는 「나이」를 쓰는 것이 더욱 정확할 것이다.
예컨대 bone age(나이를 더함에 따라 뼈의 성숙도를 평가하여 어린이의 전신발육을 판정하는 것)도 골연령 보다는 뼈나이로 하고 dental age도 치아나이, mental age도 정신나이등으로 하면 좋을 것이다. 물론 영어의 「age」에는 나이 말고도 년 즉 갱년기(critical age), 중년기(middle age)등으로 쓸때도 있다. 한편 나이를 먹는 현상 즉 나이먹음 혹은 나이듬에 대한 용어는 좋은 우리말이 없다.
영어로는 aging혹은 ageing인데 여기에 대한 가장 정확한 대응어는 「나이먹음」이다. 그리고 aging phenomenon은 「나이먹음현상」이라고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동안 우리는 aging을, age를 연령으로 써왔던처럼, 「노화(老化)」라고 써왔다는 것이다. Aging에는 늙는다(old)는 의미는 없다. 나이를 먹는다고 반드시 노화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나이 먹으면 청년이나 어른이 되는데 이것도 aging이다.
일본사람들은 나이(齡)를 더한다라는 의미에서 가령(加齡)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 노화 보다는 훨씬 정확한 번역어라고 생각한다. Aging은 그동안 쓰고 있던 「노화」외에도 「나이듬」 혹은 「나이먹음」으로 하는 것이 좋겠고, 그것이 적당치 않으면 가령으로 하여 노화에 추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이듬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사람이나 기타 유기체구조에 생기는 점차적 변화를 나타내는데, 단 병이나 사고등에 의하지 않는 것이므로 결국은 노쇄하여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참뜻의 노화(senescence)는 생체의 성장이 완료되고 정지된 후에 일어나는 모든 과정으로서, 해로운 노화과정으로 변화하고 노인성 퇴행변화가 진전되기 때문에 늙어가는 것을 말한다. 다세포생물에서 생리기능이 쇠퇴하는 노화현상이 왜 생기나 하는 것에 대하여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으나 요즈음 생화학적으로 중요한 가설들이 제기되고 있다.
참고로 노화와 관련된 용어로는 나이가 많아 늙는 것은 노년(기)(old age, senility)이라 하고 너무 일찍 늙는 것을 조로(premature senility, senilism)이라고 하며 비정상적 조로를 조로증(geromorphism, progeria)이라 한다. 그리고 나이가 드는 현상 특히 노화에 관한 의학적, 생물학적 역사적 그리고 사회학적측면에서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을 노년학 혹은 노화학(노인학으로 불리는 경우도 있다)이라 하고 영어는 gerontology이다.
이중 특히 노년과 노화현상을 취급하는 것을 노인학(gereology)이라 한다. 한편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의학적인 여러문제를 다루는 학문을 노인의학(geriatrics)이라 하며 의학의 한 분야이다. 한때 geriatrics를 노인병학이라고 하였으나 병만 다루는 학문이 아니기 때문에 노인의학이 더 적절한 대응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