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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창립]의협 94주년/강원도의사회

[2002창립]의협 94주년/강원도의사회

  • 이석영 기자 dekard@kma.org
  • 승인 2002.11.1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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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인식 불식 '강원도의 힘'

강원도의사회

 

시의사회와 군의사회가 각각 7개씩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좌우로 흩어져 있는 지형적 조건만 보더라도 강원도의사회는 `단결'이니 `단합'이니 하는 말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인다. 사실 의권투쟁이 본격화된 98년 이전만 하더라도 강원도는 그저 우직하게 일만 할 줄 아는 의료계의 변방 쯤으로 기억됐다.


`강원도의 힘'을 만방에 떨친 것은 지난 2000년 제4차 전국의사 결의대회 직후 감행된 폐업 투쟁에서였다. 당시 개원의를 중심으로 전국 시군구별로 진행된 폐업 투쟁에서 강원도의사회는 가장 열성적인 참여를 보여줬다. 특히 춘천시의사회는 무려 17일간 휴진을 지속, 타 시도의사회를 놀라게 했다.

폐업 투쟁으로 하나가 된 강원도의사회의 저력은 이후에도 곳곳에서 유감없이 드러났다. 2000년 9월 속초에서 열린 강원도 의사·의대생 전진대회에는 1천여명이 참석, 의권 투쟁의 뜨거운 열기를 보여줬으며 지역 일간지에 대국민 홍보 광고를 게재하는 등 투쟁의 정당성을 대외에 알리는데도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의 이익을 대변해 줄 수 있는 강원도 의사회장을 우리 손으로 직접 선출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이 무렵이다. 회원들의 이 같은 요구를 수렴, 2000년 12월 회칙개정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듬해 2월 18일 원주에서 임시총회를 개최, 회장 직선제 개정에 대한 전회원 투표를 실시키로 결의했다. 한달 뒤인 3월 8일 강원도의사회 1,601명 회원 중 53.5%인 858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찬성 93%, 반대 4.7%의 압도적인 지지로 회칙 개정을 이루게 됐다.

그러나 중앙회인 의협의 정관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시도 지부가 회장 직선제로 정관을 바꾸는 것은 중앙회 정관에 위배되기 때문에 의협의 승인은 받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원도의사회는 회원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새로운 정관에 따른 새 회장 선거를 강행, 현 정종훈 회장이 잔여 임기를 수행하기로 결정했다.

강원도의사회는 직선제 선거에 따른 정종훈 회장에 대한 사실상의 재신임 이후 의료계 투쟁에 더욱더 열성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여름 태풍과 폭우로 전국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지만 오히려 이같은 불행이 회원들을 더욱 더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됐다. 지난 10월 27일 과천 집회때는 300여명의 회원이 집단 참석했는데, 강원도지역 개원의수가 총 470여명인 점과 수해 등 악재를 감안하면 놀라운 열기다.

투쟁의 중심이 대한의사협회에 있다는 사실을 누누히 강조해 온 강원도의사회는 특히 의협 회비, 의협 발전성금 모금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2001년 6월 30일 시·군의사회 및 분회장 긴급 연석회의에서도 원활한 투쟁을 위해 전회원이 회비 납부를 최우선으로 할 것을 촉구했으며, 2002년 3월 25일 긴급 임원회의에서도 의협 발전 성금 모금에 전회원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투쟁기금 모금을 독려하느라 정종훈 회장이 강원도 전역을 순회한 일은 이 지역에서는 유명한 일화다.

5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강원도의사회는 현재 개원의 472명, 봉직의 424명, 수련의 300명, 공보의 37명이 있으며 7개 시의사회(강릉·동해·삼척·속초·원주·춘천·태백)와 7개 군의사회(고성·영월·인제·정선·평창·화천·횡성·홍성·홍천), 4개 특별분회(강릉병원·기독병원·동인병원·성심병원)으로 구성돼 있다. 지금까지 모은 회관건립기금 1억3,000만원으로 조만간 새 회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회원·집행부 인식차 극복 지혜 모을 때"

정종훈 회장

 

“회장을 맡은 이후로 서울에 올라간 횟수를 한번 세어보니 대충 200여차례 되더군요. 의쟁투 중앙위원, 국건투 중앙위원 등을 맡으며 의료계 소용돌이 가운데에는 언제나 제 자신이 있어 온 것 같습니다.”


의료계 폐업을 주도한 혐의로 아직까지 재판을 받고 있는 정종훈 회장은 강원도가 의료계의 강성 지역으로 거듭나게 한 사실상의 장본인이다. 의료계 투쟁이 본격화 된 2000년도부터 강원도의사회장을 맡아 수차례의 파업·휴진 투쟁을 지휘하고 의협 집회에 회원들의 참석을 독려해 정 회장은 “열심히 한 것에 비해 성과가 너무 없어 회원들에 미안할 따름”이라며 겸손해 했다.

정 회장은 지난 2000년 8월 폐업투쟁을 잊지 못한다. 스스로 “가장 가슴 아픈 기억”으로 떠올리는 그날의 투쟁에서 회원과 회장 사이의 괴리감을 처음으로 느껴봤다는 정 회장은 바다라도 쳐다봐야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아서 혼자서 속초를 세번이나 가서 소주를 들이켰을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정 회장은 의사로서의 `개인'은 잊은지 오래다. 회장을 맡기 전 하루 60∼70명 하던 외래도 각종 회의 참석차 자주 병원을 비우다 보니 지금은 줄고 줄어 하루 열명 남짓이 고작이다. 오죽하면 심평원 서울지원 직원이 “원장님 청구액수가 강원도에서 제일 낮아요”라며 귀뜸을 해 줄 정도.

어차피 의업은 포기했다 쳐도 최근에 더욱 악화된 건강은 주변을 너무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올 초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 당뇨증상으로 체중이 눈에 띄게 줄었다. 기력도 확실히 예전만 못해서 전날 조금 과음이라도 하면 다음날은 병원밖을 나가기 힘들 정도다.

정회장은 “그래도 회원들이 그동안 믿고 따라줘서 고생을 덜 한 것”이라며 회원들에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정회장이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점차 사그러드는 듯한 투쟁의 열기.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투쟁을 해야 하는데 현 의료계 지도부와 회원간의 인식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게 안타까울 뿐이다.

“회장 임기가 끝나면 야인으로 돌아갈 생각”이라는 정종훈 회장. 그러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의료계의 난국이 그를 수장의 위치에서 순순히 내려오는 것을 허락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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