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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창립]의협 94주년/울산시의사회

[2002창립]의협 94주년/울산시의사회

  • 이석영 기자 dekard@kma.org
  • 승인 2002.11.1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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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권 투쟁 불길 지핀 투쟁 성지

울산시의사회

 

1999년 11월 31일 역사적인 장충체육관 집회를 기억 못하는 회원은 한명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날 전국의사결의대회가 열리기 정확히 한달 전, 지역 단위에서는 전국 최초로 울산에서 완전의약분업을 촉구하는 결의대회가 열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 하다.


제3회 울산의 날을 기념해 열린 이날 대회에는 수백명의 울산광역시의사회 회원 및 가족이 모여 의사의 진료권 수호를 위해 싸워 나갈 것을 다짐했다. 바로 이 울산 대회가 전 의료계를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한 장충체육관 결의대회의 도화선이 됐고, 이 때부터 울산광역시는 `의권투쟁의 성지'로 불리우게 된 것이다.

울산광역시의사회는 지난 3년간 의권투쟁의 최선봉에서 타 시도의 모범이 돼 왔다는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장충체육관 결의대회 때는 거의 모든 회원이 수십대의 버스를 나눠타고 상경했으며 이듬해 2월 여의도에서 열린 `잘못된 의약분업 바로잡기 전국의사대회', 같은 해 6월 과천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잘못된 의약분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투쟁 선포식', 8월 엄청난 폭우속에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치러진 `전국 의사 학생 결의대회', 2001년 6월 과천 집회와 2002년 1월 장충체육관 대회, 그리고 가장 최근인 지난 10월 27일 과천 결의대회까지 매번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며 끈끈한 조직력과 단결력을 과시했다.

울산지역 의료계 투쟁은 지난 2000년 8월 당시 의쟁투 신상진 위원장과 함께 의료계 파업을 주도했던 최덕종 의쟁투 중앙위원(연행 당시 의쟁투 위원장 직무대행이었음)이 경찰에 긴급 체포되면서 정점에 달했다. 불과 몇 달전 까지만 해도 평범한 지역 개원의로 일하던 한 의사가 국가의 잘못된 보건의료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수갑을 차고 차가운 감옥에 갇히는 광경을 지켜본 회원들은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으며, 이 사건은 울산지역은 물론 부산, 경남지역의 봉직의·개원의·전공의를 투쟁의 불길로 뛰어들게 했다. 특히 부산 전공의협의회는 긴급 성명을 내고 `총 사직 투쟁'을 선언하기도 했다.

울산광역시의사회는 전국 시도의사회 중 처음으로 회장 직선제 정관 개정을 이룬 업적도 가지고 있다. 회장 직선제 정관개정은 경기도의사회와 강원도의사회가 시기적으로는 앞서 있지만 의협 정관개정에 맞춰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정관을 개정한 의사회는 울산광역시의사회가 가장 먼저다.

울산광역시의사회는 2001년 8월 17일 임시대의원 총회에서 회칙개정안이 가결된 후 회장 직접선거 시행에 돌입, 회장직을 사퇴하고 직선제 선거에 단독 출마한 신현우 원장이 제3대 울산광역시의사회장이자 전국 시도의사회장 중 최초로 회원들의 직접 선거로 선출된 회장이 됐다.

`앞서가는' 울산광역시의사회는 회무 역시 타 시도의사회에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세세한 부분까지 실무에 도입, 회원들이 잡무에 시달리지 않고 의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99년과 2000년에 각각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업무를 시작한 의사회는 현재 울산지역 356개 병의원의 해당 업무 대행을 맡아 하고 있다. 또 올해 8월부터는 `감염성 폐기물 공동 처리제도'를 도입했다. 이 역시 행정력이 취약한 의원들을 위한 사업으로 폐기물 인계서, 폐기물 처리결과 서류 등 자잘한 업무를 대행해 준다.

지금은 이 지역 회원들은 의사회가 당연히 알아서 해주는 일로 인식하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 온 의사들은 “의사회에서 이런 일도 해주나?”라며 부러워 마지 않는다. 이같은 회원 편익 증대 사업은 모두 울산광역시의사회 박준수 사무국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으로, 의사회 대의원총회 결의를 거쳐 정식으로 시행되고 있다.

 

"'소신진료 환경' 우리가 싸워 나갈 이유…"

신현우 회장

 

“의사들도 이젠 잠에서 깨어났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면 성과지요.”

최근 수년간 지속돼 온 의권쟁취 투쟁의 성과를 묻는 질문에 신현우 울산광역시의사회장은 이렇게 담담히 대답했다. 의료계 지도자 중 이른바 `강성'으로 분류되는 신 회장의 말 치고는 어딘가 힘이 없어 보였지만, 속내를 듣고 보니 이해가 갔다.

“투쟁 초기에 똘똘 뭉쳤던 힘은 다 어디가고 요즘은 서로 이익 챙기기에 혈안이 돼버린 분위기입니다. 의권쟁취, 국민건강 수호라는 대의명분은 잊어버리고 당장 눈앞의 진찰료 한두푼에 서로를 헐뜯는 형국이니 답답한 마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신 회장은 하나로 뭉쳐 투쟁에 나서도 이 난국을 뚫고 나갈까 말까인데 전문 과목별로, 의원·병원 별로 찢어져 제목소리 내기에 급급한 현 상황을 개탄했다. 특히 투쟁의 선봉을 자처해 온 울산 지역에서 조차 최근 들어 그 열기가 사그러드는 분위기에 무척이나 안타까워 하는 표정이다.

“울산에 개원하고 있는 440명 회원 중 60∼70%는 경제난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의사가 자기 소신껏 일할 수가 없지요. 의사가 이렇게 불안한테 국민건강은 누가 지킵니까? 이게 바로 의사들이 거리로 나가 싸워야 될 이유입니다. 의사들이 국민건강 위해서 투쟁한다고 했을 때 코웃음 쳤던 정부, 언론들은 이제 머지않아 깨닫게 될 겁니다. 의사를 괴롭히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옮겨간다는 걸 말이죠.”

신 회장은 파업 투쟁만이 정부의 `의사 죽이기' 정책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 의료계 지도부에서는 더 이상의 강력한 투쟁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어두운 전망도 덧붙였다.

전국 시도의사회 중 처음으로 회원들의 직접선거로 재선출된 신 회장은 뜻밖에도 “의사회장의 직선제는 현 실정에 맞지 않는 것 같다”는 발언을 했다. 취지는 좋지만 의료계의 특수한 상황에는 어울리지 않고 다소 낭비적인 요소가 많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신 회장은 회원들의 뜻을 물어 울산시의사회 정관을 다시 간선제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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