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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창간]참여정부 보건의료과제/분쟁 합리적 해결 조정법 제정 과제

[2003창간]참여정부 보건의료과제/분쟁 합리적 해결 조정법 제정 과제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3.03.2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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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한림대 교수 법학)

노무현 정부의 보건의료 과제

분쟁 합리적 해결 조정법 제정 과제

 


인류의 역사를 통해 보면 개인과 개인사이, 개인과 집단사이, 그리고 중앙과 지방 사이에 여러 종류의 분쟁과 갈등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사회관계에서 갈등과 분쟁이 발생하는 것이 필연적이라면, 그 갈등을 해소하려는 것도 필연적일 것이다. 외교분쟁·노사분쟁· 환경분쟁·의료분쟁 등이 우리 생활 속에 숨쉬고 있고, 그 분쟁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 내지 제도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최근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의료인의 상당수가 의료분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고, 수회에 걸쳐 의료분쟁을 경험한 경우도 많아 의료분쟁은 의료계 내부에 거의 일상화된 현상이 되었다. 그리고 개인과 개인 사이의 분쟁의 단계를 넘어서 집단과 집단 사이의 분쟁으로 더 나아가 의료전달체계의 발목을 붙잡는 분쟁으로서의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현대 민주화 사회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권리의식이 고양됨에 따라 의료소비자인 환자는 의사와 대등한 입장에서 의료에 적극 참여하기를 원하게 되었다. 과거의 의사의 온정적 간섭주의에서 벗어나 의료행위의 전과정에 자신의 목소리로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주장하는 `환자주권주의'로 변화하였고, 그래서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상호 권리와 의무를 주고받는 수평적 관계로 전환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환자측은 그 문제를 의사 측이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문제로 바라보게 되었으며, 이러한 의식의 변화는 의료분쟁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의료분쟁이 증가할 수록 의료소송이 장기화될 수록 의사들로 하여금 분쟁이나 소송에 매달리게 함으로써 의사들은 의료사고를 의식해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나 안전조치를 취하려고 한다. 이를 방어적 진료경향이라고 하며, 통상 의학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진단을 위한 검사나 치료절차를 채택하여 부분적인 과잉의료 경향을 유발하는 것을 들 수 있고, 반대로 통상적인 의학상의 필요한 절차라고 하더라도 나중에 환자로부터 소송이 제기되는 것이 두려워 유보하거나 실시하지 않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사고현장이나 1차병원인 개인의원에서 의사들이 중환자나 응급환자의 진료를 기피하여 2차, 3차병원으로 전원하려는 사례가 많은 것은 의료사고로 인하여 제소되지 않을까하는 심리적 요인이 상당히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의료분쟁이 환자에게 의료비 상승의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의 증대를 초래하고, 의학의 발전을 저해하며, 결국 의료체계자체를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영역에서 분쟁이 불가피한 것이라면 이를 해결하는 방안과 제도도 반드시 구비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의료분쟁을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사적 분쟁으로만 판단하여 의료분쟁에 대한 사회적 간섭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장기화되고 폭력화되는 현상이 심화되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어버린 의료분쟁의 문제는 더 이상 의료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적극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책무이자 해결과제로서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이제는 의료분쟁조정법안의 법제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그 법안의 내용도 유명무실하거나 매우 낙후된 모습이어서는 안된다. 국민의 건강 및 재산상의 피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피해를 구제하고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입법취지에 충실하게 구성되어야 하고 추진되어야 한다.

먼저 분쟁에 따르는 시간적 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조정전치주의의 채택이 전제되어야 한다. 의료분쟁이 발생한 경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장기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조정절차를 도입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에 피해배상여부에 대한 결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송절차보다는 그 신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의료분쟁이 사적 분쟁이지만 결과적으로 의료계에 그리고 국민건강에 미치는 부작용이 크다는 점에서 고비용, 저효율의 소송에 앞서 조정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조정전치주의는 만약 환자측이 또는 의료인 측이 조정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환자 측의 재판청구권은 항상 보장되므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정전치제도를 선택적으로 규정하면 환자 측이 조정신청과 소송을 동시에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서 사회적 낭비만을 초래하고 의료분쟁조정법안 자체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가진다.

한편 의료행위는 당연히 환자의 신체에 대한 침습을 수반하기에 본질적으로 의료사고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고, 개인별로 증상의 비정형성과 개인차로 인하여 정상적인 진단 또는 처치에서도 악결과가 발생하는 환자가 생길 수 있으며,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로 인하여 환자는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는 사례도 많은 실정이다.

사실 의료분쟁은 의료인의 과실에 의한 것인지, 불가항력적인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과실과 무과실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구제가 없이는 분쟁은 해결될 수 없다. 즉, 과실과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의한 경우에 각각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갖지 않는 한 분쟁해결방안으로서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

특히 장애인에 대한 사회안전망이나 사회복지제도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사회보험 내지 사회보장적 장치로서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피해구제를 모색하지 않고는 의료분쟁의 궁극적인 예방 내지 방지의 대책을 수립하였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중대한 과실이 아닌 경미한 과실로 인한 경우에는 진료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서 발생한 손해배상의 책임의 문제로 파악하여 이의 피해를 신속히 구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세계 각국의 일반적 경향도 경미한 과실의 경우에는 의료인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의료인의 주의의무 위반의 유형 중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경미한 유형인 경미한 과실로 인하여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업무상 과실치상죄의 경우 반의사불벌죄를 인정하고 종합보험 또는 종합공제에 가입한 경우에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특례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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