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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미국 톱뉴스는 닥터-2

새해 미국 톱뉴스는 닥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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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2.0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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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국민건강 백년대계·치솟는 의료비 현안 골머리

미 국민 변호사·사업자 출신 정치인에 염증

의사는 아직 경외심 잃지 않은 직업군 중 하나

의사출신 민주당 '딘'·공화당 '프리스트' 각축

M.D. 대통령 여론 대두

근세중국에는 짧은 기간이기는 하나, 닥터 손문이라는 의사 대통령(총통) 시기가 있었다. 손문은 기독교계 의과대학 출신의 의사요 혁명가며, 미망인 고 송경령 여사(중공 부주석)가 쓴 글에 의하면 손문은 그의 출신처럼 철저한 서양의학 신봉자였다고 한다.

중일전쟁시 부패한 장개석 피난정권에서 중국식 '중의'가 성립된 기사를 필자는 읽은 적이 있다. 여담이지만 집단생활에 서툰 우리의사들은 군의학교에서 군대훈련 받는데 고역을 겪었음은 우리 모두 자인하는 바다.

훈련생의 무질서한 행동을 나무라는 교관이 지어준 우리 별명 '장개석 군대'라는 핀잔을 자주 받았다. 중국군대의 누명을 겪었던 우리 한국동료들은 지금, 중국과 유일한 의료동맹국이 된 한국의 의료제도하에서 일하고있다.

역사에 가정(假定)은 금물이라고 하나, 만일 우리에게 복이 있어 광복이 20년만 앞당겼더라면, 우리한국은 과학과 민주주의가 몸에 베인 닥터 서재필(1964~1951)박사를 우리의 영도자로 모실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한국은 위대한 지도자를 맞이할 기회를 놓쳤을 뿐만 아니라, 의료현대화의 튼튼한 초석을 완성했을 행운을 잃었다.

그래서 세계의료후진국 중국을 모방하여, 국가기본의료체재에서부터 '2원제 의료제도'라는 '원죄'속에서 한국현대의료는 방황하고 있다. 금단의 열매를 따먹은 이브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 열매를 토해내기 전에는 선인이 될 수 없는 숙명을 갖고 있다.

정부의 의욕적인 의료현대화정책이 실무자의 훌륭한 이론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부분에서도 암초에 부닥치는 이유도 캐고 보면 이브의 죄악 때문이다. 의약분업이라는 의료선진화 하려는 좋은 목적도 '원죄'에 동반하는 모순제거 없이 시행한다면, 결국 '곰보 분칠한 격'이 되고 말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서재필 박사 같은 과학자 대통령이 아쉽다.

미국은 2003년 새해에 접어들면서 2004년도 대통령선거에서 부시와 대항할 민주당후보들이 언론에 열거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두 인물이 크게 물망에 오르고 있으니 한 사람은 새해 초에 버몬트 주지사에서 물러나는 닥터 Howard Dean(내과의사)이고, 다른 한 사람은 한때 의료과오 담당 변호사로서 의사들을 등쳐서 큰 부자가 됐던 노스캐롤라이나 출신 상원의원 John Edwards이다.

닥터 Dean은 주지사 재임시 주 의료정책에 큰 업적을 남김으로써 장차 미국 국내정책의 최대 과제인 의료복지문제 해결사로 점찍고 있다.
의사들이 미워하는 Edwards 의원도 젊음과 제나름의 정책을 내 세워 벌써부터 서둘고 있다.

그러나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총지휘하는 세계 대통령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부시를 따라잡기 힘들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그러고 보면 시기상조나마 부시 다음의 2008년도 대선에 초점을 맞추어서, 젊은 후보들이 심심찮게 논의되고 있으며 민주당에서는 닥터 Dean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다음 3장에 닥터 Dean과 닥터 Frist 업적에 대해서 더 언급함).

공화당에서 부시를 계승할 인물은 현재로서는 약관 49세의 신임 상원 다수당 지도자 닥터 Frist만이 뉴스의 각광을 받고 있다.

앞으로 큰 변수가 일어나지 않는 한, 부시 이후의 미국 국가원수는 민주당의 닥터 Dean이냐? 아니면 공화당의 닥터 Frist냐?로 압축된다. 그리고 우리 의사들끼리 표현으로는 나라를 내과의사(Dean)가 잡느냐? 외과의사(Frist)가 잡느냐?의 다툼이 될 전망이다.

미국에서 과거 판에 박힌 대통령후보의 자질과 이미지는 변호사 아니면 사업가출신 정치가였다. 앞서가는 미국국민은 차츰 이러한 고정형(固定型, stereotype)에 염증내기 시작했으며, 새롭고 신선한 직종에서 대통령이 출현할 것을 바라고 있다.

미국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국민건강 백년대계, 치솟는 의료비 억제, 복지향상과 환경문제 해결 등이고, 이러한 부분의 정책수행에 직접간접으로 관련된 전문직이 바로 닥터(M.D.)라는 것에 이의가 없는 줄 안다.

의사적성과 지식이 대통령 감

장래 대통령후보의 직종문제에 관해서 칼럼니스트 P여사는 뜻깊은 논평을 쓴 바 있으며 '의사대통령 대망론'이라고 할 수 있는 글이니, 일부 요약 소개한다.

〈종전에는 사회에 본보기가 되는 직업인을 '권위적모범인'(Authority)이라 부르며 학교선생님, 경찰관, 목사님이 이 범주에 속했다. 그들이 모임에 모습을 나타내면 사람들은 피우던 담배를 끄고 기립해서 엄숙하게 맞이했었다. 그만큼 그들 직업을 존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저질 선생들을 학생들은 따르지 않으며 경찰은 함부로 총을 사용하고, 상식 밖의 일을 저지르는 목사들이 많은 세상에서 '권위적모범인'이란 말은 소멸되어 가고 있다.

정치계의 위신도 매카시즘(McCarthyism)과 월남전, 그리고 워터게이트 등으로 신임을 잃은지가 오래다. 그리고 정치지도자는 거짓말쟁이로 추락했다.

미국사회에 필요없이 넘쳐있는 변호사를 신임하던 시대는 없었다. 그들은 일단 정계에 들어서면 기업에 팔려 다닌다. 사업가도 마찬가지다. 우리 정계에서 그들의 역할은 오래 전에 끝장난 거나 다름없다.

미국의 모든 직종 중에 그나마 사람들이 옛날처럼 후대하는 직업은 의사밖에 없다. 응급실에서 몇 시간을 기다렸어도, 의사가 나타나면 존경하듯 공손히 대한다. 모두들 알기로 의사는 생명을 구해주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법관이나 목사들이 입는 제복과는 달리, 의사들의 '흰 가운'은 아직도 우리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필자 주: 일부환자는 의사들 앞에 나서면 혈압이 오르며, 이를 '백의(白衣)성 고혈압'이라 부른다. 의사를 존경하고 긴장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의료비와 보험료가 아무리 오르고, 의사진찰 받기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리는 세상에서도, 의사들은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존재하는 사림임에 틀림없다.
의사의 결정이 완전무결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소양이 건전한 의료인(의사)의 속성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의학분야에서 천재성을 발휘한 상원 다수당지도자 닥터 Frist와, 주지사로서 버몬트주를 전국 제1의 '의료모범 주'로 성취시킨 닥터 Dean이 다음 대통령의 가장 적격인물이 되고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지당한 말씀이다. 20세기가 경제 제1주의로 경제지수가 국가서열을 결정 지운 시대였다면, 앞으로의 선진국가서열의 척도는 국민건강과 복지, 즉 QOL(삶의 질)지수가 돼야만 마땅하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의사대통령 대망론'이 당연히 나옴직하다.

여기서 P여사는 장래지도자로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식과 소양을 갖춘 가장 적성인물이 의사라는 점을 지적했다. 제국주의시대의 투쟁형 카리스마형 정치가, 민주주의시대의 원숙한 모사형 정상배, 그리고 경제 제1주의시대의 엘리트정객을 거쳐서 바야흐로 21세기는 온 국민의 행복추구에 호응하여 QOL(삶의 질) 향상정책에 공헌할 기술두뇌를 구비한 의사지도자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의 결정이 완전무결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래도 의사가 낫다"고 강조하는 P여사 표현이 필자의 마음에 든다.

퇴임하는 버몬트주지사 닥터 Dean은 그의 업적을 평가하는 자리에서, "MD 직업이 주지사일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라는 기자질문에 "내가 의사라는 배경을 지녔기에, 올바르게 '진단'하고 적합한 '처방'을 해왔던 경험이 가장 크게 도와주었다"고 답했다. 참으로 명답이다.

과학자로서 의사의 최대무기는 진단과 처방(치료)능력이다. 탁월한 의사는 국가사회에서의 문제점 발견과 그 해결에 이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고 P여사도 말하려 했던 것이다.
비근한 예로 유명한 의사는 범죄수사에 있어서의 유명형사와 같다. 범죄성을 진단해서 그 방향에서 범인을 잡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탐정소설가인 영국의 코난 도일(1859~1930)도 진단과 처방의 명수라 할 의사출신이다.

중국의 사회치료가로 널리 알려진 평론가 로신(魯迅)도 의학도출신이다. 모택동은 로신을 추도하면서 "선생은 예리한 필봉으로 암흑사회를 진단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현미경과 망원경으로 사회를 들여다 보았기 때문에 멀리 보았고 또 올바르게 보았습니다"고 평했다.

미국의 미래지도자 자격은 문제점 적발(진단)과 그 해결대책(처방)을 마련해서 건전한 사회(건강)를 성취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춘자라야 한다. 이것이 '의사대통령 대망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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