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8 17:53 (일)
미국 의료과오 현황과 보험위기-13

미국 의료과오 현황과 보험위기-13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2.02 14:06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치솟는 의료과오보험료 감당 못하자

이직·조기은퇴 산부인과 의사 늘어

미 산부인과학회 의료소송방어 총력

ACOG, 뇌성마비 진단지침 제시

의료과오의 전문별 위험그룹 중 특히 산부인과가 으뜸이고, 그 원인이 CP(Cerebral Palsy. 뇌성마비)라는 것을 앞장에서 설명했다.

매년 치솟기만 하는 의료과오보험료를 감당 못해 부득이 이직 또는 조기은퇴 하는 산부인과의사 수가 늘어가고 있다. 보험요금 비싸기로 악명 높은 펜실베니아주의 개업을 거두고, 말썽 적은 위스콘신주로 이주하는 의사들 기사가 심심찮게 뉴스에 나고 있다.

필자가 알기로도 60이 좀 지나 은퇴한 친지가 몇 있고 닥터 A는 아예 일반의사가 되어 병원병실 근무의사로 취직하고 있으며, 여성에게 인기 좋은 닥터 K는 보험료가 월등 싼 미용수술을 익혀 미용성형의 개업으로 전향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서 ACOG(미국산부인과학회)에서는 의료보험개혁을 추진 중인 정부를 적극 후원하고, 동시에 학술적인 면에서도 동료들의 의료소송방어를 위해 최대 노력을 하고있다.

전에 언급했듯이 실제로 출산과오로 인한 CP는 20% 에 불과하며, 1999년 ACOG는 악덕변호사들이 이 20%를 남용치 못하게끔, 신생아의 질식(asphyxia)이 CP의 원인이라 할 수 있는 명백한 4요건을 제시한 바 있다.

세계 여러 나라 산부인과전문의가 주동이 된 국제적 연구에서 CP의 원인을 진단하는 가이드라인(International consensus statement. BMJ 1999)을 1999년 작성한 바 있으며, ACOG 는 환자가족에 대한 설명의무와 특히 법정에서의 전문적 증언을 도울 목적으로, 이 국제적 가이드라인과 NIH 연구조사에 의거하여 CP 진단지침(4요건)을 발표했던 것이다.

그 후 2000년에 들어서자 켄터키의대가 주동이 되어 ACOG산하의 CP 연구 태스크포스가 형성되어, 이 팀에서 더욱 정확한 CP의 병인과 병리생리의 규명에 나섰다.

CP(뇌성마비)는 출생초기에 나타나는 중추신경계장애로 인한 신체운동과 체위유지가 불가능한 만성적인 불구를 말한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경직성 사지마비(spastic quadriplegia)를 동반하는 증세는 전적으로 출생시 질식으로 발생하는 CP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고, 단순한 운동이상(dyskinetic)이나 조화운동불능(ataxic) 또는 학습곤란 등을 동반하는 대개의 CP는 유전성이 있으며, 출산과정의 질식으로 생기는 CP가 아니라는 것이다.

드디어 3년이 경과한 2003년 2월 태스크포스팀은, 여러 종류의 CP 중에서도 법정문제가 되는 출산시 질식(저산소)으로 인해 발생하는 CP의 진단기준을 규정했다. 여기서 4가지 필수요건을 충당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질식이 원인이라고 못박았으며, 이 새로운 기준 리스트는 1999년도 국제적 CP 연구팀의 가이드라인을 보완한 최신정보라 하겠다.

그리고 종전의 20% 해당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출산과정에서 질식으로 인한 CP는 전체 CP의 10% 미만이라는 통계를 제시했다(종전엔 20%). 즉 출산진통이 시작된 이후 생긴 질식(저산소) 결과 유발되는 신경장애는 10% 미만이고, 나머지 90%이상은 출산시기 이전에 이미 CP가 될 소인이 발생 또는 존재해 왔으며 따라서 예방이 불가능한 경우라고 결론지었다.

다시 말하자면 대부분(90%이상)의 CP는 출산진통 이전의 발육장애, 대사장애, 자가면역과 응고결함, 감염, 외상 등의 여러 요소에 기인하며, 출산시 의사의 캐어와는 무관하다는 판정이다. 국제연구 팀과 미국의 여러 학술단체에서 승인 받은 이번 ACOG 연구조사는 CP의 병인해명을 더욱 확실히 해주며, 따라서 장차 새로운 예방과 치료개발을 위한 연구에 큰 도움을 주리라 예측된다.

CP는 출산시의 높은 사망률 또는 불구자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법정에서 비난의 표적이 되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미국의 의료대란이라 할 의료보험위기의 현시점에서 CP문제가 큰 비중임을 고려할 때, 이번 발표는 법정에서 원고(산과의)를 크게 이롭게 하리라는 점으로 퍽 고무적이다. 출산진통 중이나 분만 때의 질식(저산소)이 대부분 CP의 원인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본 보고의 핵심이자 하이라이트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본 연구는 의료과오보험료를 낮추게 해줌으로써, 국민에게 의료비를 절감시켜주고 의료접근을 용이하게 해주는 이중혜택을 초래하리라 믿는다.

ACOG 리스트의 법정 효능

'의료과오소송에서 위의 진단기준리스트는 법정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에 관해서 법정전문가 P씨의 견해를 인용해 본다.

1. 법정에서 말하는 표준형 캐어는 합리적이고 사려 깊은 의사가 시술하는 의료행위다. 소송 당하면 학계에서 인정한 기준지침에 따라 결정했다면 족하겠지만, 이와 다른 지침도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2. 법정에 제시할 문헌은 어떤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고, 전문증인이 채택한 것이면 된다. 그리고 전문문헌내용의 법정참고여부는 전적으로 법정(판사)의 권한이다. 즉 1993년 미국연방대법원은 전문가 의견의 신빙성 여부결정은 판사의 권한이라고 판시 한 바 있다.

3. 배심원들의 결정과정에서 그들에게 증거,참고문헌을 주는 일은 없다. 배심원자격에서 과학서적을 이해하는 능력을 요구하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4. 그러나 배심원들이 따지는 문헌의 가치비중은 다음과 같다.
▲누구의 연구인가? ▲얼마만큼 큰 규모의 연구인가? ▲연구비용제공자는 누구인가?(예를 들어 하버드의 연구는 더 신빙성이 있을 것이다).

이번 CP 태스크포스팀의 연구처럼 이해관계가 있는 ACOG에서 제공한 연구비로 이룬 연구문헌은 법정가치가 의심스럽다. 그러나 피고인은 "문헌에 보다시피 90%이상의 CP는 의사로서 어찌할 수 없는 영역에 속한다"고 변호할 수 있게 되었다.

의료과오보험의 최신 현황

산부인과의사를 비롯한 의사의 이직을 막고 부당한 소송피해로부터 의사를 보호하는 길은 전국적인 연방정부의 TR(Tort Reform, 의료과오문제개혁)밖에 없다.

연초 최초로 의사파업의 막을 올린 펜실베니아주는 작년에 주 의회에서 CAP(상한선)이 통과됐으나, 주 헌법이 CAP을 불허함으로써 유명무실하게 되어 버렸다(TR 법안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비경제적 손실에 대해 배상금 상한선 25만 내지 30만 달러 이하로 제한함으로써, 파격적인 거액 배상금지불을 방지하려는 취지다).

웨스트버지니아에서는 의사파업 후, 신임 주지사 주도하에 주 의회에서 25만 달러 CAP를 책정케 하는데 성공했다. 잇따라 뉴저지 등 여러 주에서도 CAP을 수용했지만 주 헌법 또는 연방법의 제약을 받고 있다. 그래서 현재 미국 18개 주는 심각한 의료과오보험위기에 처해 있다.

연방의회에 계류 중이던 TR 법(Health Act 건강법안이라 함)이 2003년 3월 하원을 통과하고 상원인준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의 의료대란이라 할 의료과오보험위기를 해결하려고 AMA영도아래 TR의 상원통과를 독촉하는 궐기대회가 미국도처에서 일고 있지만, 상원 민주당은 일치단결하여 CAP를 반대하고 있다.

TR은 과거 7번이나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실패했다. 이번엔 부시의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 됐으므로 7전8기가 될 것을 기대해 보지만, 변호사출신 의원의 반란표를 고려할 때 아직 낙관시할 단계가 아니다.

이 법안이 하원에서 가결됐을 때 부시는 의회연설에서 "오늘의 하원표결은 선한 우리 의사들이 이직하는 일을 막아주는 가장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고 축하하고, "합리적인 배상액상한선(CAP)이 없는 법률제도는 복권제도와 다름없게 되어가고 있다"고 논평했다. 미국은 이와 같이 대통령도 의사를 존중할 줄 안다.

한국서 8만 명 전문직업인을 집단이기주의자로 모는 못난 지도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연초 펜실베니아, 웨스트버지니아, 뉴저지주 등 의료과오보험위기가 가장 심한 지역의 의사파업에서도 그곳 주지사들은 의사를 최대한 도우려고 노력했다(일부 기사는 연초 의사파업에 적었음). 그들은 주민 복지와 보건을 위해 의사의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며, 선거에서 자신의 당선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교묘한 복수를 시도하는 야비한 지도자가 아니었다.

미국의 정치경제 등 중요 분야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국민여론을 알고자 할 때는 반드시 해리스 투표를 참고한다. 가장 정확하고도 신빙성이 있다고 공인된 통계이기 때문이다.

다른 칼럼에 인용한 글을 다시 적어본다. 해마다 해리스 투표에서 미국의 첫째가는 특권적인 직업(most prestigious occupation)은 항상 의사가 톱이다. 여기서 특권적이란 용어는 일반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금력이나 권력과 달리 존경이라는 뜻이 내포돼있다.

최근 투표결과(2002년 10월 28일)는 과학자(51%)와 의사(50%)의 순서며, 해마다 교사와 목사를 앞서고 있다. 2001년도 의사의 높을 투표율(61%)이 현재 50%로 떨어진 이유는 관리의료로 인한 사회문제에 영향을 받은 듯 하나, 여전히 의사는 특권직종의 선두주자다.

우리 한국의사 동료들도 합심해서, 국민에게 실력 있고, 친절하며, 사회봉사를 많이 하는 의사 이미지를 심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멀지 않은 장래에 올바른 사회환경에서, 반드시 존경받는 전문직종으로 부각될 날이 올 것을 기대한다.

〈표1〉 출산시 질식으로 인한 CP 진단의 필수 4대 요건
1. 탯줄혈액가스 PH가 7.00 이하인 케이스(대사산증)
2. 임신 34개월 이후 출산에서, 심한 신생아 뇌병증을 동반하는 케이스.
3. 경직성 사지마비(전적)가 있거나, 운동이상(일부)이 있는 케이스.
4. 다른 원인(외상, 자가면역, 혈액응고결함, 감염, 유전성 등)을 배제한 케이스.
 
이상 4가지를 구비하는 경우에만 출산 때 캐어 과오와 관련된 CP라고 말할 수 있다.
 

〈표2〉 미국 각주의 의료과오보험 위기 현황

*18개 주(갈색)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